'월 평균 68만 원'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국민연금, 어떻게 바꿀까

[시민건강논평] 사회연대의 감각을 회복하자

2024년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5.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국가별 노인 빈곤율을 발표한 2009년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노후소득보장체계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압도적인 노인빈곤율은 국민연금제도의 보장성이 취약함을 드러낸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월 평균 수급액은 약 68만 원 수준으로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사회안전망으로서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대신 국민연금 논의의 중심에는 늘 '수익률'이 자리한다. 많은 가입자가 제도의 사회적 의미보다는 개인 차원의 수익성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예상 수익률이 낮다고 판단되거나,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탈퇴를 고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국민연금을 주식이나 보험 상품과 같은 투자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 역시 기금운용 성과를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부각한다. 이러한 대응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저항을 완화하는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연금을 '경제적 계산'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도 함께 낳는다. 지난 해 이루어진 국민연금개혁 과정에서 정부도 이를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의 개혁'임을 강조하였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사회적 권리'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투자 선택' 문제로 재현되었고 이를 둘러싼 집단적, 계급적 이해관계는 '탈정치화'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이며 사회적 재분배를 제도화한 장치이다. 부자에서 빈자로, 고소득자에서 저소득자로, 젊은 세대에서 노인 세대로 자원이 이전된다. 보험료는 부담능력에 따라 부과되고, 급여는 일정 수준의 재분배 요소를 반영한다. 이는 등가교환과 개별적 계약을 원리로 하는 시장의 교환 질서와는 전혀 다른 규범 위에서 작동한다.

사회보장의 원리는 '권리'와 '사회연대'이다. 인간은 질병, 실업, 장애, 노령과 같은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존재이며 이러한 위험은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될 수 없다. 사회구성원은 상호의존적 존재로서 공동의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 국민연금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위험부담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장치이다.

하지만 오늘날 모든 가치가 경제성으로 환원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이러한 가치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사회적 관계는 효율성, 수익성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연대는 비용으로, 재분배는 손실로, 공공성은 비효율로 간주된다. 타인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경쟁자' 혹은 '부담'으로 인식된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단지 국민연금에 대한 태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자살률, 저출생, 공동체의 해체 등 한국 사회의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적 불안정과 계층 이동성 저하는 집단 간 분절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며 연대의 토대를 잠식한다. 많은 사람이 서로를 경제적 주체 또는 경쟁상대로만 인식하는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회연대'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국민연금은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다. 사회적 투쟁의 성과로 쟁취한 노후소득보장제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금융시장의 거대한 자금원이다. 금융화된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국민연금이 '투자 수익률'의 언어로 설명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예정된 일이다.

자본은 국민연금기금을 통하여 자본축적의 기반을 확장하고 국가는 재정 건전성 논리를 앞세워 급여 수준을 제한하려 한다. 그 사이에서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은 불안정한 노후를 감내한다. 국가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합은 국민연금이라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도 시민사회를 통제하고 압박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사람' 중심 관점을 주장한다. 연대의 감각은 유사성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공통의 '위험', '고통', '취약성'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가와 자본의 구조가 만들어낸 이러한 '위험', '고통', '취약성'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조건으로 인식할 때 타인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조건 속에 놓인 존재'가 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을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는 존재로 바라볼 때, 연대의 감각은 비로소 되살아난다(☞관련 논문 바로가기).

이 때 연대의 감각은 단지 도덕적 감수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조직화의 문제이다. '사람' 중심 사회를 선택하는 것은 현재의 지배적인 경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와 자본이 시민사회에 전가해 온 위험과 비용의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이다. 연대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은 그러한 전환을 향한 시작이다.

ⓒ시민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