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에 지진, 태풍까지? 뉴스에 대만 나오던데 괜찮아?

[이웃 나라 타이완] 대만의 안정성은 대체로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별일 없어? 뉴스에 대만 나오던데, 괜찮아?"

대만에 살면서 이런 연락을 받은 일이 몇 번 있었다.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몇 번, 그리고 양안(兩岸)관계 관련해서도 안부를 걱정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연말 타이베이 중산역(中山站)에서 벌어진 '묻지마 폭력' 사건이 있었다. 몇 명이 죽고 다쳤다. 외국에 사는 분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 한국에서들 안부를 묻겠구나'하고 감이 온다. 사실 중산역 사건은 나에게도 조금 충격이었다. 종종 가는 곳이기도 했고, 워낙 대만의 치안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 적 없었기 때문이다. 범행이 벌어지는 동안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대만 내에서도 높았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십 년 전쯤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지하철역마다 배치된 경찰관들의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 안전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비교해서 대만 사회의 안전을 살펴보려 한다.

▲ 드물게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만의 치안은 한국보다도 훌륭하다. ⓒ연합뉴스

먼저 안보를 살펴보자면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다. 대만으로 오기 전부터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트럼프가 두 번째로 당선됐을 때는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대만이 더 위험할 거라는 진지한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 평생 대한민국의 안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당장이라도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걱정하고 '불안해서 어떻게 사냐?'고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무사태평하다.

오래전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근무할 때 이야기다. 하루는 휴전선에서 총성이 오간 일이 있었다. 카투사들에게는 별로 큰 뉴스가 아니었지만, 미군들은 달랐다. 규정에 따라 전투태세를 갖추고 비상대기했다. 그동안 카투사들은 헛고생한다고 짜증을 냈고, 미군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미군도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은 호전적인 적국과의 휴전선에서 불과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에서 태평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는 몇 년 안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인 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리력을 동원하더라도 침공보다는 해상 봉쇄 형태가 될 거라고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물론 해상봉쇄 가능성도 안보의 커다란 위협이다. 당연히 양안관계의 불안정성은 대만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이다. 다만 국민들의 동요는 거의 없다. 뉴스에 새로운 상황이 등장해도 마찬가지다. 불안해하거나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일은 없다. 총격전이 벌어진 휴전선 근처에서 근무하는 카투사들처럼 평온하다. 양안이든 남북이든 전쟁이 실제 터지면 큰 비극이겠지만, 일어날 확률은 그리 크지 않은 사건이다. 두 나라 모두 수십 년간 최고 수준의 안보 긴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은 없었다. 그동안 전쟁은 중동, 아프카니스탄, 동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 벌어졌다.

두 번째,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도 두 나라는 큰 차이가 없다. 대만의 주요 자연재해는 지진과 태풍이다. 둘 다 한국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흔들림이 크게 느껴지는 지진이 해마다 몇 번 일어나고, 태풍이 와서 몇 번의 '팅반팅커(停班停课, Typhoon holiday)'로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않는 정도다. 지진과 태풍 피해는 화롄 같은 동해안 지역의 소도시에서는 주로 발생한다. 타이베이 기준으로 말하자면 자다가 깰 정도의 지진, 외출이 힘들 정도의 태풍이 해마다 몇 번씩 있지만 피해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대신 폭설이나 빙판, 강추위로 인한 피해가 없다. 타이베이 시내의 연 최저기온은 영상 10도 안팎이다. 빙판길에 미끄러질 걱정도, 눈이 와서 교통이 끊기는 일도 없다.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보다 무더위가 심하지만 불편할 뿐이지 안전을 위협하진 않는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보면, 한국과 비교해 자연재해에 느끼는 불안은 큰 차이가 없다.

▲ 대만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나 태풍 피해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한국의 지인들이 안부를 묻는다. 많은 경우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은 인구가 밀집된 타이베이나 신베이 지역이 아니다. ⓒ연합뉴스

세 번째, 사고로부터의 안전이다. 이 역시 양상이 조금 다를 뿐 한국과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안전불감증이라는 표현이 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느라 안전이 뒷전인 시절이 있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점차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뒤처져있다고 보는 게 맞다. 공사장 사고나 노동자의 산업재해, 화재 등 뉴스로 체감하는 안전사고는 한국이 더 많다. 삼풍 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초대형 사고들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대만은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느긋하다. 공사 현장을 봐도 일본이나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철저한 안전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특이한 점은 가끔 몇 시간씩 정전이나 단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리 고지되고 시간도 길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거의 없는 일이라 좀 의아하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수리도 잦은 편이다. 이런 것들은 물론 안전 문제라기보다는 불편함의 문제다.

다른 사고는 적지만, 대만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쿠터 사용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분명히 대만 교통안전의 약점이다. 이렇게 산업안전과 교통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사고로부터의 안전 역시 한국과 대만은 큰 차이가 없다.

네 번째, 사회적 갈등으로부터의 안전이다. 이 부분에서는 대만이 조금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1987년, 길고 길었던 계엄이 끝난 이후로 국가권력의 폭력이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처럼 양당의 정치적 대립이 심각하긴 하지만 사회적 갈등이나 혐오는 훨씬 적다. 인종이나 종교나 출신 지역 등 여타의 이유로 안전이 위협을 받는 일은 한국에 비해서 훨씬 적다.

마지막으로 범죄로부터의 안전, 즉 치안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카페 테이블에 휴대폰이나 지갑을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나라. 밤늦게 여자 혼자 외출할 수 있는 나라. 우리에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안심(安心)은 사실 엄청난 특혜다. 대부분 인류는 상상하기도 힘든 이런 편안함을 대만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한국보다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처음 대만 여행을 왔을 때 마트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지갑을 두고 나온 적이 있다. 한참 갈 길을 가다가 30분이 넘게 지나서 생각이 났다. 지갑 안에는 여행 경비 전부가 대만달러로 들어있었고, 혹시나 해서 가져온 명함 외에는 신분증도 없었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화장실에 가보니 지갑은 없었다. 그런데 그 지갑을 마트 안내데스크에서 찾았다. 우리 돈으로 백만 원이 넘는 현찰도 그대로였다. 내가 좀 덤벙대는 편이라 이후로도 지갑, 열쇠, 휴대폰 등을 여기저기 두고 다니는 일이 꽤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찾지 못한 적이 없다. 동선을 거슬러 되돌아가면 가게에서 맡아두고 있거나, 경찰서에 신고해두면 물건을 찾았다고 연락받곤 했다. 누군가 떨어진 것을 찾아서 경찰서에 맡기고 간 것이다.

선배 한 분이 대만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오래 살기도 한 분이라 중국어가 능통했고, 대만에도 여러 번 방문해 익숙한 분이었다. 그분이 지하철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다. 보통은 지하철역 유실물 센터에 가면 바로 찾기 마련인데 그때는 없었다. 직원과 함께 탑승한 역부터 열차 안 CCTV 영상을 같이 봤다고 한다. 영상에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떨어지는 모습, 그걸 모르고 열차를 내리는 모습이 다 나왔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남녀가 그 휴대폰을 슬쩍 챙겨서 지하철을 내렸단다. 그 선배는 연신 "대만 사람들이 이러지 않는데"라며 의아해했다. 결국 지하철역 바깥의 CCTV까지 확인해서 그 커플의 동선을 따라간 경찰이 휴대폰을 받아왔는데, 그 커플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선배는 "그럼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중국인 친구가 많고, 중국을 좋아하는 선배였지만, 대만과 중국의 문화 차이는 분명히 인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 커플이 중국인 전체를 대표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이 일화가 보여주듯 대만 사람들은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치안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문제가 있으면 신고도 잘한다.

대만 사회가 안전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긴 어렵다. 그래도 추측해보자면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사람들이 순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많다. 게다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낮은 범죄율에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치안 시스템이 촘촘하다. 경찰도 많고 CCTV도 많다. 이만큼 안전한데 뭘 그리 걱정할까 싶을 정도로 방범창도 많고, 문도 이중으로 잠그고 다닌다. 치안뿐 아니라 의료, 교통, 통신, 행정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어 좀 더 안전하다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아직 공권력의 권위가 남아 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공무원 특히 경찰의 권위가 남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사회질서 유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니 대만의 안정성은 대체로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 아주 안전한 나라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주로 사건, 사고가 발생해야 한국 뉴스에 등장하고, 뉴스를 보면 그곳에 사는 지인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 안부를 물을 때마다 고맙게 대답한다. "이곳 대만에서 안전하게 잘 지냅니다."

▲ 대만 파출소 앞에 주차된 경찰이륜차들. 대만의 경찰들은 한국에 비해 권위가 있다. 한국처럼 시민들이 경찰 공무원에게 대들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건 분명히 장점이 있어 보인다. ⓒ필자

박범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글쓰는 일을 하며 대전, 무주, 광양, 제주 등 전국을 떠돌았다. 제주도에서 바람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6년 첫 타이완 여행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2024년부터 타이완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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