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을 강행 처리할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이 이들 법안을 겨냥해 "위헌성이 있다"고 정면 비판을 했다.
천 처장은 3일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내란특별재판부법에 대해 저희는 사법부의 독립이 제한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삼권분립이나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굉장히 중대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내란특별재판부법이 만들어지면 법원에서 위헌제청을 할 생각이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나 의원은 "재판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바꾸자는 법"이라며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대법관 추천위원회에도 비법관 출신이 들어가 있지 않느냐'며 법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한 데 대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라든지 법관 인사위원회라든지 하는 것은 그 분들의 도덕성이나 실력을 검증하는 절차(법관 선발 과정)이지, 특정 재판을 맡는 법관을 선정(사건 배당)하는 절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천 처장은 "처분적 법률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처분적인 재판부 구성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선진 사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장이 (재판부) 추천에 관여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재판부의 제청시) 위헌심판을 맡게 되는데,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재판의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부분이어서 결국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도 이 재판을 맡을 수 없게 돼 '내란 특별 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천 처장은 특히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도 사실 장관은 검찰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고 수사권과 행정권을 대변하는 위치"라며 "역사를 보면은 검찰권의 과잉 행사로 인한 질곡의 역사를 저희들이 가지고 있고, 가장 최근에도 그 연장선에서 검찰 책임자가 대통령이 됐다가 위헌적인 12.3 비상계엄을 하는 바람에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상황인데, 이같은 역사가 있는데 법무부가 사법권의 영역에 들어온다는 것은 굉장한 사법권 제한 내지 침해라는 것이 저희들 입장"이라고 반론해 눈길을 끌었다.
천 처장은 "지금 이렇게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결국 내란재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질타가 많기 때문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반성하고 성찰을 하고 있다"면서도 "공정이라는 것은 헌법의 심급제에 따라서 최종적 재판의 공정을 확인하도록 돼있고, 신속성이라는 것도 담당 재판부가 1월 또는 2월까지 반드시 사건 종결선고를 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내란특별재판부법을 통과시켜서 재판이 위헌성 시비로 인해 중지돼버리면 장기간 동안 재판이 중단될 텐데, 국민들은 빨리 내란 재판이 종결되기를 바랄 텐데 그 국민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이 부분은 이제 곧 임박한 선고를 지켜보는 것이 여러 가지로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재판의 공정·신속에 대해서는 성찰·반성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도 이 부분 문제점은 저희들이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전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질의를 한 데 대해서도 "현재 재판부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고, 또한 사법부 외부의 권력 기관 구성원들을 재판부 구성에 관여시키는 형식이 아니라면 법원 자체 내에서 '어떻게 내란 사건 전담 재판부를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저희들도 충분히 토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법률은 기존의 재판부를 바꾸고 사법부 외부의 다른 기관 구성원들이 특정 재판부 구성원들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이런 독소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저희들이 (반대)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전현희·박지원 의원 다음으로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나서서 천 처장을 몰아붙였다. 추 위원장은 천 처장이 '독소 조항'이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내란전담재판부 판사를 추천할 수 있는 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독소조항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현재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독소의 과실이냐"고 전 의원과 같은 취지의 질의를 세 번째로 되풀이했다.
천 처장이 다시금 "특정 재판을 담당할 판사를 임명하는 절차에 직접 관여하는 것과 일반적인 법관, 대법관의…(인사검증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하려 하자, 추 위원장은 돌연 언성을 높이며 천 처장의 답변을 가로막고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내란 공범 의혹이 있는 추경호에 대해 영장을 기각해 놓고 이렇게 와서 '독소조항'이라고!"라고 거칠게 말했다.
추 위원장은 "정치적으로는 국민은 내란을 극복해냈다. 그런데 그 극복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사법부"라고 법원울 맹비난하며 그 근거로 "(법원이) 판판이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추 위원장은 "이 추운 날, 국민들이 또 허무한 1년을 보내고 광장에 모여 사법부를 지탄할 것인데 그러면 입법자가 새로운 설계와 고민을 하지 않고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천 처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의견을 물은 데 대해서도 "위헌성이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내란·외환죄의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천 처장은 이에 대해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헌법 42조에서 재판을 중지하도록 한 것은 적어도 위헌적 법률이라는 의문을 법원 차원에서 정식으로 제기해서 헌재에 위헌제청 심판을 제청했을 정도라면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재판을 중지하는 것이 헌법과 헌재법의 취지라는 것"이라며 "(둘째,) 이 법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다고 할 때 결과적으로 법률이 위헌이어서 재판이 무효로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만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시 원칙적으로 재판 정지를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긴급한 경우 속행할 수 있는 예외규정이 있다"며 "예외는 재판부 재량이지만 특별히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입법자가 특별한 사유를 정해서 정지하게 하는 것은 큰 문제는 없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한편 정성호 법무장관은 앞서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해 법무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재판부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입법적 재량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위헌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 자리를 빌려 해명했다.
정 창관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위헌이라고 주장헀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한 사실은 없고,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보도 내용이 잘못됐다고 거듭 밝혔다.
법사위는 이날 천 처장의 열띤 반대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법과 법왜곡죄 신설법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처리 수순을 밟았고, 추 위원장이 발의한 헌재법 개정안은 법안심사 1소위에 회부했다.
법사위는 앞서 이날 운영위를 통과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도 같은날인 이날 전체회의에서 하루 만에 통과시켰다. 이 국회법 개정안은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에 최소 60명 의원이 출석해 있지 않으면 의장이 토론을 중단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하며 '경찰 수사 대상인 장 의원이 법사위원으로 있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여야가 거세게 충돌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장 의원이 성추행으로 수사를 받는데, 이해충돌인데 법사위원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앞서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 중인 나경원 의원에 대해 법사위원 자격이 없다고 한 상황에 대한 역공으로 풀이됐다. 장 의원은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라며 언성을 높였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신 의원의 발언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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