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 죽이겠다", "싹 다 잡아들여"…내란 재판서 드러난 그날의 민낯

[12.3 비상계엄 1년] ① 광장 함성 잦아든 뒤 찾아온 법원의 시간

12월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그리고 1972년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선포한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8일 갤럽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1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 최규하 제외) 중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비상계엄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내란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민의힘에서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비상계엄이 우리에게 준 의미, 그리고 청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친위 쿠데타'로 민주주의의 근간과 모두의 일상을 뒤흔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광장의 함성은 잦아들었지만,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내란 우두머리와 가담자를 단죄하기 위한 법원의 시간은 꾸준히 이어졌다.

법정에서 드러난 그날의 민낯은 어땠을까. 사태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서 한덕수·김용현·이상민 등 국무위원, 여인형·조지호 등 군경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내란 관련 혐의자들이 받고 있는 재판의 경과와 주요 증언을 정리했다. 재판 기간 내내 일었던 재판부에 대한 잡음도 들여다봤다.

① 윤석열,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윤 전 대통령은 현재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시작돼 32차 공판이 끝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 재판, 지난 9월 시작돼 11차 공판이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재판이다.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침탈에서 정치인 체포에 이르기까지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복수 증인의 일관된 증언을 통해 확인되는 중이다. "문짝을 부수고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증언, 계엄 당일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과 함께 "싹 다 잡아들여서 이번에 싹 다 정리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직권남용 재판에서는 경호처를 동원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상계엄 관련 국무위원 의결권 침해 등이 다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체포방해에 관한 신문이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첫 체포 5일 전인 지난 1월 10일 사퇴한 박종준 전 경호청장은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전부 불법"이라 주장했다고 증언했다. 또 '영장 집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은 완강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석방돼 4개월만인 7월 재구속된 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16번 연속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이 직권남용 재판 시작되자마자 보석을 청구하고 신문에 나와 "1.8평 방에서 서바이브(survive)가 힘들다"며 석방해주면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다"고 한 장면은 인구에 회자됐다.

그 뒤 재판 출석을 재개한 윤 전 대통령이 증인들과 설전을 벌이다 면박을 받는 장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국군의날 군 간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이라는 말을 했는지를 두고 다투던 중 곽 전 특전사령관이 "이런 말까진 안 하려 했는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잡아오라며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닫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법률가 대통령이 불법지시를 내렸겠나'라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독자 지시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던 중 홍 전 차장에게 "피고인,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건 아니죠"라는 꾸짖음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② 한덕수·김용현·이상민…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받은 국무위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도 다수 진행 중이다. 현재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건 한 전 총리다. 내란특검은 지난 26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져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실 CCTV 공개가 큰 관심을 받았다. 영상에는 한 전 총리가 계엄 관련 문건을 챙기고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는 모습,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지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계엄 문건 등을 본 적이 없다'고 한 진술이 위증이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사전모의 단계에서부터 사후처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아 총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중 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헌병대장과 함께 받고 있으며 27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재판에서는 주로 선관위 무력점거 및 사전모의 과정에 대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역 정보사 군인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이유로 상당 기간 재판 전체가 비공개돼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일었다. 변호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켜 감치 명령을 받은 일도 논란이 됐다.

이 전 장관 재판은 8차 공판이 진행됐다. 주 쟁점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 여부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이 전 장관에게 계엄 당일 '경찰이 언론사 단전·단수 요청을 하면 협력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소방청 간부들에게 "단전·단수가 우리 의무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데 모두 동의했고 관련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에 "만에 하나 그 문건과 관련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의 지시가 있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의하라"고 한 것 뿐이라고 주장 중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③ 여인형·조지호,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받은 군경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군·경 인사도 대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부를 살피면, 여 전 사령관 등 재판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1월 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이 동석한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 당시 '국회, 선관위 병력 충돌 언급이 있었고, 계엄 이틀 전 특전사 출동 장소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은 계엄 당일 선관위 출동 당시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서 가져오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여 전 사령관은 부인 중이다.

여 전 사령관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지난해 10월경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받아 지난 10일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기소됐다.

조 청장 등 재판에서는 방첩사, 국가수사본부가 한 정치인 체포 시도 협력 여부, 국회 출입통제 지시 등이 관건이다. 정치인 체포와 관련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은 당시 연락을 맡은 경찰 간부로부터 조 청장이 "합동수사본부 100명, 차량 20대 등 명단 작성을 준비하라", "방첩사 지원 5명은 사복 차림으로 보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국회 통제와 관련 임정주 전 경찰청 경비국장은 전면 재고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다.

조 청장은 현재 탄핵심판도 받고 있다. 변론은 끝났고 연내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에서 조 청장 측 대리인은 "세 번의 항명"과 "사직 의사 표명"으로 "계엄 해제 의결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계엄 해제 결의는 국회의원, 시민, 보좌관이 월담까지 해 이룬 것인데 피청구인이 소극적으로 혹은 용인해 발생한 일인 듯 주장하는 데에 분노마저 느낀다"고 맞받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내란 재판의 또 다른 주인공, 재판부

내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재판부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이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을 담당한 지귀연 부장판사였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처음 구속된 뒤 그간 관행과 달리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결국 윤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결과를 낳아 많은 지탄을 받았다.

이후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16차례나 재판에 불참하는데도, 지 판사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일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2일 내란재판 의무중계가 시작된 뒤로는 불출석 시 강제구인을 예고하는 등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재판을 진행한 다른 판사들과 지 판사의 재판진행이 대비되며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1심 선고는 내년 2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앞서 1월에는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내란 혐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계엄의 밤 총구 앞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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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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