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의 역사
현대자동차는 2025년 3월, 4월 두 번에 걸쳐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인한 해고에 항의하는 이수기업 노동자에 대하여 구사대(보안팀)의 폭력으로 맞대응했다. 표면상으로는 단지 하청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원청의 물리적인 탄압으로 보이지만, 실질은 20여 년에 걸친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매 중요순간마다 현대차가 구사대 폭력으로 보복해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그 역사가 길다.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20년 역사는 '투쟁 → 사법부의 불법 인정 → 회사의 기만적 특별채용 합의를 통한 노노갈등 유발 → 투쟁 동력 약화'라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2004년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현재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에 집단 진정을 제기하였다. 노동부는 127개 사내하청업체의 9234개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임을 인정하였다. 노동부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자, 2006년 지회는 집단 파업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생산 라인을 중단시켰다. 그 결과 해고자 복직 등을 담은 기본협약 수준의 합의안이 그나마 타결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 현대차는 구사대를 동원하여 감시와 사찰을 자행하고 조합원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노조를 무력화하려 했다. 불법파견 문제 초창기 원청회사의 집요한 폭력은 2004년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발행한 <현대자동차 노동자사찰·비정규직노조탄압 진상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최병승 조합원의 해고가 부당하며,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현대차가 최병승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 판결이 최병승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판결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지회는 다시 조합원 수가 급증하여 투쟁 동력을 회복했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를 폐업하고, 관리자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탄압은 25일 간의 공장 점거 파업,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당시 사무국장의 296일 고공농성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0년부터 '수요집회'를 통해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수요집회 때마다 구사대를 동원하여 폭력을 자행한다. 이 시기 조합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두들겨 맞았고 이 정도 폭행에는 조금 무뎌졌다', '수요일은 쳐맞는 날이었다'고 증언한다(<현대차의 구사대폭력은 조직적 범죄행위다 -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 보고서>(2025. 7. 23.), 49, 61면).
현대차는 '특별채용' 카드를 통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라는 지회의 원칙을 흔들며 내부 분열을 조장했다. 결국 2014년 8월 18일 하청노동조합 중 일부 지회가 사측과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8.18 합의)에 서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합의는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고, 근속을 일부만 인정하는 조건으로 특별채용에 응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사실상 현대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8.18 합의' 직후인 2014년 9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사내하청 노동자 1000여 명에 대해 “모두 현대차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현대차 공장 내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것으로, '8.18 합의'의 명분을 무너뜨리는 판결이었다.
이수기업 - 20여 년 고용승계하다가, 불법파견 사업장이니 이제는 '공정 반납'하라고?!
2025년 3월,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다 구사대로부터 폭행 당한 노동자들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이수기업' 출신이다. 이수기업은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 즉 공장에서 생산되어 나온 차량을 수출선적장까지 이송하는(운전해서 빼내는) 작업을 담당하였다. 그러던 중 2024년 10월 현대차는 해당 작업을 정규직이 담당하기로 결정하였다며(공장 현장에서는 이를 '공정 반납'이라 칭한다, '아웃소싱'하던 업무를 '인소싱'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수기업과의 도급계약을 종료하였고, 여느 사내하청업체가 그러하듯이 오로지 현대차만을 상대로 사업을 운영하던 이수기업은 폐업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이수기업 노동자 30여 명이 실직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수기업 해고자들을 비롯한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업체 폐업 시마다 다른 사내하청업체로 고용승계되어 왔다. 이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현대자동차 간에 2003년 체결된 '확약서'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 현대차의 수출선적 부문 업무를 담당하던 9개 사내하청업체, 약 7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였다. 현대차는 특별채용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면서 수출선적 부문도 다수 직영화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 원청과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하청업체(소위 '1차 업체')는 2024년 기준 2개 뿐이었다(이수기업, 현인기업). 위 2개 업체에 특별채용에 응하지 않고 불법파견 소송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모아두었던 것이다.
사내하청업체가 위와 같이 통폐합되는 사이에 이수기업 노동자 중 일부는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였고,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2다224290' 등 판결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판결 이유를 요약하면, 이수기업의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는 생산공장과 선후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생산공정의 진행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 일부가 피고에게 직접고용되었고,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장기간 이수기업 소속으로 근무하였던 다른 노동자들도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상태이다.
현대차의 구사대 폭력 - 불법파견 문제 제기에 대한 '싹자르기'
기존과 같이 1차 업체가 특정 공정을 담당하도록 하면, 현대차는 과거 수십년 동안 사내하청업체를 관리하던 방식 그대로 하청노동자에게 컨베이어벨트,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상 지휘·명령하면서 하청노동자의 임금, 근로시간 등에 대해서까지 결정하는 관행을 유지하게 된다. 이를 현대차 내부에서는 '불법파견 리스크'라 칭하고, 이제 '불파 리스크'는 전사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현대차는 파견이 아닌 도급의 외양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를 주로 대리하는 대형로펌들로부터 '준법도급' 컨설팅을 받아서 하청 관계를 대대적으로 변경하였다.
그 결과, 이제는 물류업체(현대글로비스), 자산관리업체(현대엔지니어링), 부품공급업체 등을 사이에 두고 사내하청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서 외관 상으로는 원청회사가 하청노동자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축소시킨다(이러한 하청업체는 소위 '2차 업체'라고 한다). 법원도 이에 영향을 받아서 이제 '2차 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원청의 생산사인과의 유기적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고, 소송도 장기간 소요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이 동력을 얻고 세가 강화될 때마다, 이에 대한 투쟁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방식대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했었다. 현대차가 이수기업 노동자들을 그동안의 관행과 달리 전원 해고하고, 올해 3, 4월에는 노동조합의 집회에 대해서 폭행까지 행사한 것도 사내에 사실상 마지막 남은 불법파견 투쟁을 무력화하고 불법파견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2다224290' 판결을 좇아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고 이후 승소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공장 내로 출퇴근하면서 하루라도 더 원청의 업무상 지휘·명령의 증거를 수집하는 것부터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공장으로 출퇴근하면서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하고 있는 꼴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결정에는 20여 년 간 수출선적 공정 내를 일벌처럼 왕복하며, 차량을 공장에서 '빼내는' 일을 하며 한몫을 했던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다.
4차 협의체 논의하고 있으나 교착 상태
올해 3, 4월에 있었던 현대차의 구사대 폭력 사건에 대하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진상조사를 거쳐 현대차 내 구사대와 책임자들, 경찰들을 고소하였고, 고용노동부에는 현대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하였다. 202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차의 구사대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이에 대해 현대차는 '현대차, 금속노조 본조, 금속노조 내 현대차 정규직 노동조합, 금속노조 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4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국회에 보고한 것과 달리, 교섭 초기부터 이수기업 해고 당사자가 교섭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며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부터 거부해왔다. 교섭테이블에 앉는 것에서부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교섭이 열리기는 하였으나, (직접고용도 아니고) 단지 20여 년 간의 근속기간 등 동일한 근로조건을 인정받으며 사내하청업체에 근무하고자 하는 당연한 요구는 사측의 거부로 공전되고 있다.
20년 장기간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현대차는 정당하게 책임을 지기는커녕 구사대 폭력으로 문제 제기의 싹을 자르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입법부의 감시감독을 거쳐 열린 4자 협의체에서는 여전히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집단해고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무엇보다 현대자동차가 이수기업 노동자들과 고용승계와 이후의 고용구조에 대해 현대차가 교섭에 나서도록 충실한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민사회와 독자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관심을 요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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