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오후 2시에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탄압 현대᛫기아차 자본규탄 결의대회'를 갖는다. 지난 1일 부당 해고᛫징계를 당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와 불법 파견과 구사대 폭력에 맞서는 현대자동차 이수기업 해고노동자가 공동 주최로 모인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도 공동 주최로 힘을 더한다.
이들이 모이는 이유는 단순히 이들이 겪는 피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라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지속된 비정규직 탄압을 규탄하기 위함이다.

다시 드러나는 비정규직 탄압
비정규직은 임금, 노동강도, 처우 등의 다양한 면에서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실제로 임금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66.4%(2024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서 큰 차별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정규직 탄압의 벽을 깨기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청소노동자와 현대자동차 이수기업 해고노동자이다. 두 곳 모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기업이다.
먼저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의 경우 부당 업무 지시 철회와 성적 괴롭힘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해고와 출근 정지를 당했다. 새로운 업무를 노동자에게 부여하기 위해서는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사측은 청소노동자에게 전문 처리 업체가 담당했던 고위험᛫고강도의 산업 폐기물 처리 업무를 지시했다.
명백한 단체 협약 위반이다. 또한 성폭력 피해가 접수될 경우 이를 즉각 대처하는 조사위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단체 협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청소노동자가 당한 성적 괴롭힘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고 투쟁했다는 이유로 한 명이 해고를, 네 명이 출근 정지를 당했다.
부당 해고와 징계가 가해진 이후에도 탄압은 이어졌다. 지난 15일, 사측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전전을 진행하는 청소노동자를 경찰에 신고해 선전전을 방해했다. 사업장 내에서 선전전을 하는 것은 통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이자 노동자의 권리다. 따라서 자기 사업장 내의 선전전은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니다. 또한 단체 협약에서 해고᛫징계 노동자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측은 공장 정문에서 이들을 막고 철문을 닫았다.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도 사측으로부터 강한 탄압을 당했다. 이수기업은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를 담당하던 1차 사내하청업체다. 해당 공정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인정을 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1일 이수기업을 폐업하여 이들을 전원 해고하였다. 또한 하청 업체를 변경해도 기존 업체의 노동자를 고용승계했던 관례와 확약을 어겼다. 모두 직접 고용 의무를 회피하고 불법파견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였다.
해고 이후에도 현대자동차의 탄압은 이어졌다. 지난 3월 13일 해고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 정문 앞에 천막 설치를 준비했으나 사측은 구사대를 동원해 천막을 강탈했다. 구사대의 습격은 다음날 3월 14일 새벽에도 이어져서 구사대는 조합원을 밀치고 집기 등을 던지거나 찢는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구사대 폭력은 4월 18일의 해고 200일 문화제에도 반복되었다. 역시 천막과 앰프를 강탈하고 집회 참가자를 폭행하여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현대차 구사대의 폭력 행위는 다음날 19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경찰은 폭행을 가한 구사대가 아닌 구사대에 당한 집회 참가자를 연행해 가기도 했다.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와 이수기업 해고노동자가 사측으로부터 당한 탄압의 형태는 다르다. 그러나 두 곳의 노동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탄압이 이제야 수면으로 드러난 것’이라 말한다. 단체 협약과 법률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구사대를 동원해 폭행했던 10여 년 전의 과거가 오늘의 비정규직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거대 자본에게 비정규직은 존엄한 노동자가 아니라 초과 착취의 대상이었기에 비정규직 착취와 탄압은 바뀌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아닌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착취와 탄압에 맞서기 위해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와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는 각각의 요구 사항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이 승리한다고 해도 착취와 탄압은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향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의견이 있다. 실제로 화성공장에서 해고를 당한 청소노동자 김경숙 씨는 '원청 직원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일은 다른 노동자가 그동안 참았던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이 겪은 착취와 탄압은 과거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서 남긴 한계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10여 년 전, 기아차와 현대차의 노동자 모두 각자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그러나 당시 투쟁은 '원청 사업 수행의 필수성'에 따라 노동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법의 한계에 갇혔다. 따라서 화성공장처럼 청소᛫경비᛫식당 노동자는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도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다. 또한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맡은 '수출용 차량 이송 업무'도 뒤늦게 불법 파견이 인정됐다.
정규직화를 가르는 기준인 '원청 사업 수행의 필수성'은 순전히 거대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었다. 청소᛫경비᛫식당 노동자도 이송 업무를 맡은 노동자도 모두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노동이다. 그럼에도 자본은 노동의 가치를 다르게 나누고 이에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여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있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비정규직이어도 되는 노동자는 없다. 그럼에도 과거의 법리와 인식은 노동자를 배제한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런 한계 속에서 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10여 년 전과 같은 착취와 탄압을 지금까지 안고 있어야 했다. 이러한 억압을 존속시키는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기 위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 자본이 노동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훼손한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연대와 단결로 사업장 담벼락을 넘자
두 곳의 노동자 모두 자신들에게 가해진 억압의 원인으로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언급한다. 따라서 이들은 투쟁을 통해서 부당 해고᛫징계 철회와 총고용 보장을 쟁취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철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두 사업장의 목소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 따라서 화성공장 청소노동자와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는 이번 '비정규직 탄압 현대᛫기아차 자본규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여러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아 투쟁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각자의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비정규직 철폐라는 목소리를 울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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