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공영 주차장 태양광 의무…"민간 돈벌이 수단 방치 안 돼"

[토론회] "주차장은 공유지, 태양광은 공공재" 사유화 경고, 주민협동조합 역할 강조

오는 28일부터 국가·지자체·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주차장은 태양광 패널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에 따라서다. 적용 대상은 1000제곱미터(약 300평) 또는 주차공간이 80면 이상인 공영 주차장이다.

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기후정의·환경운동단체를 중심으로 '누가 발전소를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공영주차장은 공유지이고, 태양광 또한 공공재란 점에서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소를 민간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운동연합,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공공재생에너지연대 등 주관으로 '모두를 위한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지원조례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들은 "주차장과 태양광 에너지 둘 다 공유재이기에, 이것을 활용한 이익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50% 이상 공공기관·주민주도협동조합 소유해야"

우선은 80면 이상으로 정한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부터 나왔다. 이미 이보다 면적이 좁은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왔고, 서울을 벗어난 지역엔 80면 이상 주차장이 드물어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다.

배슬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50면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공영을 넘어 민영 주차장으로도 법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3개 단체는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 만든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지원 조례' 가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공영주차장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공공성 강화다. 그중에서도 '주민주도에너지협동조합'의 참여 권한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노력을 조례에 명시했다.

주민주도에너지협동조합은 지역 주민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공동 소유하면서 그 이윤을 공동 분배하고 지역 공동체에도 환원하는 발전사업자를 뜻한다. 조례안은 농·산·어촌 마을은 주민 3분의 2 이상이 출자한 협동조합으로, 도시 경우 주민 100명 이상이 출자하고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해당 지역 주민인 협동조합으로 정의했다.

조례안은 지자체장에게 '전체 공영주차장 태양광 발전소 절반 이상을 공공기관이나 주민주도에너지협동조합이 설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또 지자체장이 이들 협동조합에 수의계약으로 공영주차장 부지를 임대할 수 있고, 각종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

조례안을 제안한 이치선 변호사는 "주민주도에너지협동조합이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공영주차장 부지를 임차했을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이들의 수익 일부를 기후위기대응기금으로 기부받도록 정했다"고도 밝혔다.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환경운동연합,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공공재생에너지연대 등의 주관으로 '모두를 위한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지원조례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주민 수용성 해결에 주민참여 필수

안명균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장은 주민주도의 의미를 지난 2018년 서울대공원 태양광 발전소 무산 사태를 빌려 설명했다. 당시 서울에너지공사는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 했으나, 과천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짓지 못했다.

안 회장은 "기본적으로 과천시에 시설을 짓는데 과천시민과 상의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양한 협동조합 중 주민주도형협동조합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안 회장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개발·이용·보급촉진법에서 주민주도형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이미 정해놨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도 협동조합 활성화 조항은 따로 있는 등 시민참여형으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건 이미 법체계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또한 (지난 7월) 시민참여 재생에너지 우선 구매를 통해 RE100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런 개념과 가치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는 주민주도형협동조합이 각 지자체 에너지 공사 등 공기업과 공공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 회장은 "덴마크의 해상풍력 단지를 보면, 20개 풍력 발전소 중 10개는 공기업이, 나머지 10개는 시민 6800명이 만든 해상풍력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체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 지향점이 조례에 담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약한 공공자본·부처 간 칸막이, 첩첩산중

이홍근 경기도의원은 "조례 제정은 행정청 각 부서의 이견 등 문제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행정에 대한 이해가 조례에 더 반영됐으면 한다"며 "우리는 매우 공공자본이 취약하다. 지자체에 기후 관련 기금이 조성돼 있어도 제도상 문제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공공기금을 어떻게 확보할지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상범 대한민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실장은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더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표준 조례안이 마련돼 각 지자체로 전달될 텐데, 아마 그 표준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단체 등이 기후에너지부와 협의할 루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명균 회장은 "경기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부분이 분명하다"며 "한 예로, 경기도는 공공이 RE100을 선도하겠다며 산하 기관장 평가 점수에 재생에너지 전환 부분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 공공기관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신속히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나아가 "태양광 관련 법과 조례만 40여 개에 달한다. 이런 복잡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차장 의무화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며 "또한 지자체 기후에너지관련 부서와 재산 관리 부서의 협력을 주도할 체계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환경운동연합,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공공재생에너지연대 등의 주관으로 '모두를 위한 공영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지원조례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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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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