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돌풍 일으킨 민주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기후 공약은?

교육에서 식품까지…'노동계급 위한 생계비 절감' 녹여낸 기후위기 대응

"기후와 삶의 질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둘은 하나이며, 같은 것이다." -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자

맘다니 당선자의 공약에서 기후 대응은 별도 분야의 과제가 아니다. "노동계급 뉴욕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그의 도시 설계 전반에 녹아 있다. 전제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부유층이 그 비용을 지고 세금을 공평하게 부담하며, 지역 주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공적 투자를 늘리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방향이다.

민주사회주의자로 주목받고 있는 맘다니 당선자의 기후 정책의 방향을 교육·교통·주거·보육·식품 등 그의 핵심 공약을 통해 들여다 봤다. 누진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재원 마련 공약도 함께 살펴봤다.

① 교육과 연계한 공공에너지 정책

그는 기후 겸 교육 정책으로 '건강한 뉴욕시를 위한 녹색 학교' 건설을 제안했다. 뉴욕시 공립학교의 에너지 인프라 및 냉난방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학교의 아스팔트 운동장을 녹지로 전환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며, 이를 통해 관련 일자리 최소 1만 5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맘다니 선거운동본부(캠페인)는 "현재 1800개 공립학교 중 옥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학교는 119곳에 불과하다"며 임기 내 500개 학교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약속했다. 선본은 "에너지 전환으로 공립학교의 에너지 비용을 매년 2억 7500만 달러 절감할 수 있다"며 "초중고 공립학교는 시 소유 전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32%를 차지하는데,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도시 전체 탄소 배출량을 약 1.5%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아스팔트 운동장을 녹지로 전환하면서 뉴욕시 폭염 완화, 대기질 개설, 홍수 예방, 소음공해 감소, 녹지 접근성 불평등 해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선본은 밝혔다. 선본은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이 밀집한 지역은 시내에서 녹지가 가장 적고, 기온이 가장 높으며, 천식 등 호흡기 질환 비율이 높은 곳"이라며 "공립학교는 이런 지역에 녹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환경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 밝혔다.

선본은 향후 10년 간 녹색 학교를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약 33억 달러로 추산했다. 맘다니 당선자는 이를 모두 공적 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뉴욕주 공공 금융기관을 통해 저리 혹은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공공재생에너지법'에 따라 뉴욕전력공사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뉴욕전력공사(NYPA)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사업을 운영할 권한을 부여한 법으로, 뉴욕주의회가 2023년 제정했다. 뉴욕전력공사는 2030년까지 노동자 계층과 이민자가 밀집한 지역에 주로 건설된 천연가스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공급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추후 모든 주 정부와 산하 지자체 건물에 재생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또 화석연료 발전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도 마련해야 한다.

이 법은 뉴욕주 시민, 노조, 사회·정치단체 등이 '공공 전력 뉴욕(Public Power New York)' 운동을 활발히 전개한 결과다. 맘다니 당선자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단순한 화석연료 발전 반대를 넘어, 지역사회 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의 공적 소유를 주장한다. 공공이 에너지를 통제해야만 신속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고,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결국 사기업 이윤으로 흘러갈 전기료 상승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브루클린의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축하 연설에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jpg

② 기후 친화적 '무료 버스' 가능할까

무료 버스는 맘다니 선본의 또 다른 주요 공약이다. 뉴욕시 모든 버스의 요금을 무료로 만들자는 것이다. 선본은 "필요한 예산은 8억 달러 이하"라며 "이는 뉴욕시가 '버팔로 빌스' 새 경기장 건설에 쓴 금액보다 5000만 달러 더 적다"고 밝혔다.

이는 대중교통 요금이 뉴욕 시민 생활비 위기에 큰 요인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2023년 뉴욕 시민 5명 중 1명이 한 회 '2달러 90센트' 지하철·버스 요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본은 이에 "특히 연 소득 3만 달러 이하 버스 이용자에게 위기는 더 심각하다"며 "대중교통이 공공재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시범사업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뉴욕대도시권교통공사(MTA)는 2023년 1여 년간 뉴욕시의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각 구마다 노선 하나를 골라 무료 버스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그 결과 평일 승객은 30%, 주말 승객은 38% 증가했고, 버스 기사 폭행 사건은 38.9% 감소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신규 승객은 연 소득 2만 8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이었다. 맘다니는 이를 주도한 주의회 하원의원 중 한 명이다.

공공 교통 확충은 탄소 저감으로 연결된다. 시범사업 결과, 신규 승객의 11%가 이전에 사용하던 자동차와 택시를 대신해 무료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본은 "기존 버스 시스템에 승객과 투자를 확보하는 것은 (교통이) 완전히 탈탄소화되고 공평한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며 "우리는 더 빨리 탈탄소를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화석연료) 채굴량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5일 뉴욕 한 공립학교 근처에서 조란 맘다니 선거운동원들이 임대료 동결 등 구호를 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SWinxy, CC BY 4.0

③ 임대료 동결·무상보육·시영 식료품점… "강제 이주 방지, 탈탄소 도움"

생계비 절감 공약의 가장 큰 부분은 주거와 보육이다. 맘다니 당선자는 뉴욕시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세입자 200만 명의 임대료를 동결하고, 노동자 계급 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공공 주택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는 임대료 인상과 강제 퇴거 등이 규제되는 주택이다. 현 시장 체제에서 최고 임대료 인상률을 허용한 결과, 임대료가 12.6%(2024년 기준) 인상됐다고 선본은 밝혔다.

맘다니 당선자는 "노동계층 가정이 뉴욕시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주택 위기다. 우린 훨씬 더 많은 저렴한 주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공적 자금을 적극 투입해, 임대료 안정화 주택을 향후 10년 간 20만 채 더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50만 명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쥐가 사는 집에 사는 등 열악한 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건물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물 관리 시스템을 조성하고, 부유한 지역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부동산 세제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선본은 일관성없는 법 제도 때문에 "실거래가 2억 2800만 달러의 주택도 시 재무국엔 940만 달러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에 흑인·라틴계 인구가 밀집한 시 외곽지역 가구 및 저소득·중간소득 주택소유자의 과세 부담을 완화하고, 부유한 지역의 고가 주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만 5세 이하 아이들에 대한 무상 보육도 추진한다. 5세 이하 자녀를 둔 뉴욕 시민의 이주율은 다른 가정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임대료 다음으로 가장 큰 지출이 보육이라는 점에서다. 이와 함께 선본은 "현재 약 4분의 1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보육 노동자의 임금을 공립학교 교사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선본은 또 식료품 가격도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아 "계산대 앞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 극소수의 부유층뿐"이라며 시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식료품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매장은 임대료나 재산세를 내지 않기에 그 절감분을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고, 물류·유통 체계를 그에 맞게 설계해 도매가격으로 식품을 사고팔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DSA(민주사회주의자들) 뉴욕시지부 공동의장 구스타보 고르딜로는 지난 7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임대료 동결 등은) 비싼 주택으로 거주지를 잃고 탄소 배출이 더 많은 교외 지역으로 이주를 강요당하는 걸 방지한다"고 밝혔다.

선본의 현장 책임자인 바툴 하산은 지난 7월 <자코뱅>지에 글을 써 "기후 변화는 생계비 위기를 악화시키고 극빈층과 부유층 간의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주택, 식량, 보육, 교통비와 같은 생필품 가격이 상승해 노동계급 가구는 경제적 불안정에 더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무상보육, 시영 식료품점 등의 공약이 "노동계급 가구가 인구 밀도가 높고 탄소 배출량이 더 적은 (도시 내) 지역에 거주할 수 있게 만든다"며 "가뭄, 식중독 증가와 같은 기후 관련 재난으로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데, 공공이 개입을 시도한다면 '식료품 사막 지역'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만장자에 공평한 세금을

무료버스, 시영 식료품점 등 공약의 비용 조달 핵심은 누진세다. 선본은 공약집에서 "뉴욕주에서 가장 부유한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수십 년간의 감세와 공공투자 축소의 흐름을 되돌릴 것"이라며 "상위 1%가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도록 해, 나머지 99%를 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을 뉴저지주와 같은 11.5%로 인상하려 한다. 현재 뉴욕주 법인세 최고세율은 7.25%로, 1970년대 12%에서 계속 감소했다. 매사추세츠주, 뉴저지주 등 인근 15개 주와 워싱턴D.C. 보다 낮은 수치다. 대상 기업은 1000개 미만의 대기업이며, 선본은 이를 통해 연간 세수 5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는 연 소득 100만 달러(약 14억 6000만 원) 이상인 3만 4000여 가구가 대상이다. 뉴욕시 상위 1% 소득층인 이들 백만장자는 시 전체 소득의 35%를 차지한다. 그러나 뉴욕시 소득세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에 3.9% 정도로 사실상 비슷한 세율을 적용한다. 선본은 "주정부와 협력해 이들이 공정한 세금을 내도록 만들겠다"며 "연 소득 100만 달러 초과분에 2%의 추가세를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40억 달러 세수 확보가 예상된다.

이밖에 공공조달 절차를 효율적으로 개혁하고 미수금 및 체납 벌금 등의 징수를 강화하는 안도 포함됐다. 선본은 세수 개혁을 종합해 연간 총 1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유층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노동자들은 희생을 당하고 있다"며 "뉴욕시장은 이에 맞서는 동시에 시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손가영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