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도, 기후위기도 외면한 반도체특별법…처리 중단해야"

노동환경단체 "삼성전자·하이닉스 영업이익 역대 최대인데, 재벌 지원 타당한가"

다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 연내 처리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환경단체들이 '노동자와 환경을 희생시켜 재벌에 특혜를 주는 특별법 처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안전단체 반올림, 기후정의동맹 등 80개 단체로 구성된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은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산업은 노동권과 건강권 침해, 물과 에너지 남용, 재벌 특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특별법 처리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5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2조 원,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11조 원을 돌파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대기업에 일방적인 지원만을 퍼붓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질타했다.

반도체특별법의 골자는 반도체 산업에 세제·규제 등 혜택을 주고 직접 보조금 지급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세제를 통한 지원 규모만 9조 원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용수·전력 공급 시설을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짓게 한 내용도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애초 주52시간 노동시간 제외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빠른 법안 통과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노동시간 제외 요구가 고용노동부의 특별연장근로 확대 조치로 사실상 이뤄지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반도체특별법이 재벌에 특혜를 주면서 노동자와 기후위기 문제는 외면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노동 문제와 관련 공동행동은 "반도체 생산에 수천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여기에는 발암성 물질, 생식독성 물질이 수십 종 포함된다"며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화학물질 유해성 검증을 회피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백혈병, 암, 희귀질환으로 병들고 죽어갔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특별법에 "노동자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공동행동은 또 반도체특별법에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법률상 절차를 엄격히 준수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조항이고. 지금도 제한받고 있는 반도체 산업 하청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에 들어가는 전력·용수에 대해 공동행동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2035년 이후 필요한 공업용수가 하루 17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 권역 여분의 물을 모두 투입해도 하루 100만 톤 가량 이 부족하다"며 "필요한 전력은 16기가와트에 달한다. 수도권 전체 전력수요가 약 40기가와트인데 그 40%에 달하는 엄청난 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많이 만들수록 물질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일방적 지원은 기후위기 대응, 생태계 보호와 부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 수용력을 넘어선 산업 육성은 불가능하다. 노동권과 노동자 건강권을 희생시키는 산업 육성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라며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 4일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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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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