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교사, 하루 9시간 노동, 그러나 쉬는 시간은 없다

[유보통합을 말하다] 돌봄과 교육의 경계에서 멈춰 선 어린이집 교사의 하루-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속에서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정책과 제도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시리즈 '유보통합, 돌봄을 넘어 교육의 권리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직접 기록한 글이다. 학급 운영의 어려움, 시간과 노동의 구조적 한계 등 구체적 경험을 통해 영유아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드러낸다. 이 기록들을 통해 교사와 아동의 권리를 함께 살피며, 유보통합 과정에서 현장의 경험이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A교사 ― 낮잠 끝, 다시 시작되는 하루

오후 3시, 2세반의 12명 영아가 하나둘 낮잠에서 깨어난다. 어떤 아이는 활짝 웃으며 달려오고, 어떤 아이는 눈물로 잠을 덜어낸다. 교사는 자는 아이와 깬 아이 사이를 오가며 이불을 개고, 울음을 달래며, 놀아달라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된 담임교사의 교육과정은 이미 끝났지만, 보호자가 늦게 와 아이들이 하원하지 않으면 연장반 교사가 들어와도 교실을 떠날 수 없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7시간 가까이 근무했지만, 하루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다.

놀이기록, 관찰일지, 청소 등 하루가 끝나갈수록 일은 다시 시작이고, ‘퇴근 시간’은 있지만 실제 ‘퇴근’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의 시간 속에서 교사는 오늘도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지쳐간다.

B교사 ― 교육과정은 8시 30분 시작이지만, 교사의 하루는 더 일찍 시작된다

어린이집의 문은 오전 7시 30분이면 열린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당직 교사들이 돌아가며 영유아를 맞이한다. 당직인 날이면 7시 20분쯤 도착해 교실 불을 켜고, 첫 등원 영유아의 손을 잡는다. 당직인 날은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출근해, 무급 노동이 한 시간 더 이어지는 셈이다.

이런 날은 오전 7시 30분 출근해 오후 6시 퇴근까지 10시간 30분 근무를 하고, 그중 약 7시간 30분은 교실에서 영유아를 돌보며 보낸다. 등원하는 영유아들 울음을 달래고 웃는 얼굴로 영유아들 가방을 받아 든다. 손은 멈출 틈이 없고 시선은 늘 영유아 곁에 머무른다.

그렇게 교사의 ‘긴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들이행복한세상

C교사 ― 점심시간, 교사에게는 또 다른 근무시간

점심시간은 누구에게나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교사에게 점심은 또 하나의 업무시간이다. 영아들과 함께 앉아 식사하며 편식을 지도하고, 흘린 음식을 닦고, 식습관을 살핀다. 숟가락을 든 채 영아의 입을 닦아주다 보면, 자신이 먹은 한 숟가락이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선생님 밥 안 먹어요?" 다정한 아이의 질문에 교사는 웃으며 “괜찮아, 선생님은 다 먹었어”라고 답하지만, 그 말 속에는 피로가 스며 있다. 영아들이 잠든 오후 1시. 교사의 일과에는 ‘휴게시간’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에 휴게를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도 교사는 알림장을 쓰고, 관찰일지를 작성하고, 행사용 문서를 정리한다.

교사의 하루엔 쉴 수 있는 시간은 없다.

수업시수는 ‘교사 편의’가 아니라 교육의 기본 조건이다

교사는 단순히 영유아를 돌보는 사람이 아니다. 놀이를 설계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 안에서 영유아의 성장을 돕는 교육자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에서는 8시간 근무시간 대부분을 교실에서 아이를 돌보며 보내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적 준비와 기록을 업무 외 시간에 감당해야 한다. 결국 교육의 질은 교사의 개인적 헌신에 기대고 있다.수업시수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교사가 영유아 곁에 있을 때는 온전히 교육에 집중하고, 영유아 곁을 떠난 시간에는 교육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시간이 분리될 때, 교사는 매 순간 더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8시간의 일과 중 수업시수가 정해져 있다면, 남은 시간은 교육 준비와 행정 업무를 할 수 있다. 관찰일지 작성과 평가 기록 같은 업무는 단순한 서류 작업이 아니라, 영유아의 발달 흐름을 파악하고 다음 놀이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는 ‘교육의 연장선’이다. 이는 영유아 한 명 한 명의 삶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교육적 기록의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 이 의미 있는 일은 대부분 근무시간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도는 교사에게 교육을 요구하면서, 교육을 준비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 이 모순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의 질은 담보될 수 없다.

유보통합, '교사의 하루'를 바꾸는 일

이제는 교사의 하루 노동시간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유보통합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교사의 하루를 교육자의 하루에 맞게 제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하루 8시간 근무 중 수업시수를 4~5시간으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지금의 교사들은 하루 대부분을 영유아와 함께 보내며, 교육 준비와 기록 업무를 퇴근 후나 주말에 이어가야 한다. 수업시수를 구분하면 교사는 정해진 교육시간 동안 온전히 아이들과 상호작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놀이 계획, 환경 구성, 관찰과 기록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1교실 2교사제'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협력해 수업과 준비, 기록을 함께 담당한다면, 교사의 과중한 노동을 줄이는 동시에 교육의 연속성과 질을 높일 수 있다.

"천문학적 예산"이라는 말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언제까지 들여야 하는 돈을 아껴 교사들을 갉아 넣을 것인지, 그렇게 해서 안전하고 건강한 유아교육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교사도 사람이다" 우리를 교육노동자로 대우해 주십시오!

교사들은 종종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지?” 점심을 언제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오전 놀이에서 있었던 일도 희미하다.

그때 영유아들은 안기며 말한다. “선생님 사랑해요. 내일 또 만나요.” 그 한마디에 피로가 녹아내리고, 교사는 다시 내일의 교실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 따뜻한 하루가 교사의 헌신과 희생 위에서만 유지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교사의 시간이 존중받을 때, 영유아의 하루도 자란다

교사의 안정적인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영유아의 안정도 지켜진다. 교사의 시간이 존중받을 때, 영유아의 하루도 온전히 채워진다. 매일 자라는 영유아의 오늘을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이제는 교사를 위한 가장 기본적 근무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교사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힘은 제도의 변화이고, 교사의 노동을 진짜 노동으로 인정하는 사회의 시선이다.교사의 시간이 흐를 때, 비로소 아이들의 배움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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