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막을 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선언(경주선언)이 채택됐다. 관심을 모았던 '자유무역' 지지 표현은 선언문에 담기지 않았다.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이끄는 미국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21개 APEC 회원국들이 채택한 경주선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며 미국발(發)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선언은 "견고한 무역 및 투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모두에게 회복력을 촉진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무역 및 투자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해 페루 APEC 정상선언에 담긴 '자유로운 무역', 'WTO 기반 다자무역 지지'에 관한 명시적 표현을 뺀 대신 FTAAP 추진 등 중국 측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언은 2020년에 자유무역과 WTO 규범 지지를 명시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재확인하며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2040년까지 실현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언은 또 "글로벌 공급망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의 핵심 요소로서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교란의 영향을 완화하고, 거래 비용을 낮추며,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역내 및 글로벌 연계성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입장 차이로 경주선언은 이날 오전에야 채택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안 정리에 이견이 있었다"며 "큰 쟁점은 무역과 투자에 관한 챕터를 둘 것이냐였다"고 했다.
정상선언에서 빠진 대신 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 공동성명에는 "무역 현안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WTO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중의 이해관계를 절충해 정상선언과 각료회의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을 배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선언에는 "문화창조산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인식하며,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처음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APEC 첫 정상회의"라며 "K-컬쳐가 아태지역 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밖에 APEC 회원국들은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AI 이니셔티브'는 모든 회원이 AI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간으로 한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역내 공통 도전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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