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휴전협정 당사자는 미국…남북 대화만으로는 한계"

"한중관계 완전한 정상화 아냐…日 총리, 있는 문제 직시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북한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북미 대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 미디어센터에서 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만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중이고, 이 휴전(정전) 협정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역할"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남북 간 직접 대화를 위한 노력도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잘 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언급하며 "대량 파괴와 살상 위에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중책,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게 가장 확고한 평화이자 안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북측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의심하고, 화나고, 적대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실제로 실천하려 한다"며 "이러한 의심과 대결적 상황 판단을 바꾸러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갑자기 한번에 바뀌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선제적으로 북측이 안심하고 남측을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게 하기 위한,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북한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논의에 거부감을 표한 것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북측이 여러 계기에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건 끝이다. 안 된다' 생각하지 않고 변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보다는 표현의 강도가 매우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협의했다는 발표에 "백 번 천 번 만 번 비핵화 타령을 늘어놓아도 결단코 실현시킬 수 없는 '개꿈'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내성 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관계 "완전히 정상화로 보기 어려운 상태"…日 다카이치 총리에 "정치인일 때와 총리일 때 생각 달라야"

이날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거나 회복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며 "단순 관계 회복을 넘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가 꼭 필요하고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경제분야"라며 "한국과 중국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협력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도 중국과 경쟁하고 갈등하며 적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선 협력하고 거래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서로 깊이 의지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외부의 작은 장애들이 있더라도 그 장애를 넘어서서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면서 "중국 당국도, 대한민국 정부도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과 희망이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가 안정돼야 동북아도 안정되고,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며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특히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 "직접 만나 뵙고 상당한 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만나기 전에 '혹시' 하는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었다"며 일본 내에서도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 걱정이 다 사라졌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농담조로 "일본 언론도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어 저 극좌인데, 걱정되는데'라고 하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께서 개별 정치인일 때와 일본 국가 경영을 총책임질 때의 생각과 행동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또 달라야 한다"며 "저도 야당 지도자일 때와 여야를 포함한 온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일 때 판단과 행동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한일관계가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다"며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주 만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엔 셔틀 외교의 정신상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다카이치 총리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본인(다카이치 총리)도 아주 흔쾌하게 좋아하셨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선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일부 분야에서 이견이 있었으나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주 선언은 오늘 아침에 최종 문안이 완성됐다"며 "문안 정리에 이견이 있었고 그걸 조정하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쟁점은 무역과 투자에 관한 챕터를 둘 것인지였으나 무역과 투자에 대해서도 원만하게 합의가 돼서 의결을 모았다"며, "사소한 것이긴 한데 문화창조 분야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곧 쉽게 합의가 됐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모든 회원이 뜻을 모아 아시아·태평양이 그리고 전 세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충분히 의미 있는 결론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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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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