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유로 또 토끼몰이하더니"…단속 피하던 25살 이주노동자 추락사

이주·노동단체 "이재명 정부가 사람을 죽였다…단속 중단해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를 명분으로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구에서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20대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위험성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단속을 감행한 정부를 비판하며 재차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6시 40분경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이에 단속을 피해 공장 내 2층 높이 에어컨 실외기 위 좁은 공간에 숨었던 베트남 출신 25살 여성 이주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시신에서 확인된 다량의 출혈과 뇌 손상, 골절 등을 근거로 A씨가 추락사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사망 전 A씨는 대구에서 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당 공자에서 약 2주간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여 개 이주·노동단체로 구성된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는 29일 성명에서 "이재명 정부가 사람을 죽였다"며 "이재명 정부는 빛의 혁명으로 만들어진 정권이라고 이야기하며 이전 정권과 다른 정책과 행정을 펼칠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다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UN 총회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발언했으나 이는 거짓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질타했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펼치며 조지아주에서 벌인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나 이재명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미등록이주민,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속 당시 상황에 대해 단체들은 "단속반원들은 공장 주변을 에워쌌고,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겁에 질려 뛰어다녔다"며 "그동안 지속해서 제기해온 토끼몰이식 단속이 또다시 진행됐고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대구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수십 년 간 계속돼 온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정부의 강제단속은 잘못됐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양산되는 잘못된 제도부터 고치라고 요구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은 분명 이재명 정부에 있다"며 "지금 당장 정부 합동 단속을 중단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강제단속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안정적 체류비자를 발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주·노동단체들은 정부가 'APEC을 이유로 지난 9월 25일부터 오는 12월 5일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뒤 수차례 기자회견과 성명 등으로 위험성을 경고하며 단속 중단을 촉구해왔다.

사고 당일인 28일에도 이주·노동단체들은 전국 20여 개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