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축구단 "공동응원단, 우리가 생각할 문제 아냐"…지소연 "욕하면 물러서지 않을 것"

내고향축구단 주장 김경영 "조국 인민들과 부모, 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 다할 것"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여자 챔피언스리그 파이널스 출전을 위해 수원에 방문한 북한 여자축구클럽 내고향축구단은 남북 시민들이 꾸린 공동응원단에 대해 자신들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며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상대인 수원 위민FC의 지소연 선수는 북한 선수들이 지난 경기에서 욕설을 하는 등 거친 경기를 했다면서,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19일 AFC가 주최하고 AFC와 대한축구협회, 수원특례시가 주관하는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 4강전 경기를 위해 남한에 방문한 북한 축구클럽 평양 내고향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3000명의 공동응원단이 결성됐는데 어떤 감정이 드냐는 질문에 "우리 팀 선수들이 생각할 문제 아니다. 오직 경기에만 나서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철저히 경기를 하려고 온 것"이라며 "오로지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게 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저는 감독으로서 오직 경기에만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내고향축구단 주장 김경영 선수는 "팀의 주장으로서, 공격수로서 팀의 내일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팀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분위기는 좋다. 조국 인민들과 부모, 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는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고향축구단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10여 분 전부터 AFC 측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무표정으로 회견장에 입장한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낮은 목소리로 질문에 대답했고, 예정된 시간인 15분 중 10분 정도가 지나자 기자회견은 종료됐다.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왼쪽) 감독과 김경영 선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내고향축구단과 4강전에서 만날 수원위민FC의 주장 지소연 선수는 내고향축구단 선수들과 경기에 어떻게 대응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내고향축구단에는 북한 대표팀 선수들이 많고 감독도 대표팀 감독이다. 사실 대표팀이라고 할 정도로 전력이 좋은 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 선수들이 거칠고 욕설도 많이 한다"며 "저희도 물러서지 않고 (내고향팀이) 욕을 하면 욕하고 발로 차면 발로 차면서 같이 대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길영 감독 역시 "지난해 미얀마에서 (조별리그) 경기를 했을 때 양팀 모두 전략이나 전술에 따른 경기를 했다기 보다는 총성 없는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서로 심한 태클도 하고 욕설도 했다"라며 "당시에는 선수들이 약간 쫄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 (우리의) 앞마당에서 하는 만큼 저희도 대응할 것"이라며 "내고향팀이 저희보다 강팀인데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저희 수원 FC위민만의 축구를 하면서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파이널스가 축구 외의 외적인 이유로 주목받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축구 외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언론이나 뉴스 통해서 보니 내고향팀에 (관심이) 많이 쏠려있는데, 저희는 개의치 않고 팀원들에게도 축구에만 집중하자고 했다"라며 "공동응원단이든 서포터즈든 다들 저희를 응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소연 선수는 "4강전을 한국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상대가 북한인만큼 관심들도 많이 가져주시고"라며 "사실 취재(하시는) 분들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축구하면서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있으시니 보여주신 관심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 선수가 언급한대로 내고향축구단은 수원FC위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는 내고향축구단이 수원 위민FC에 3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평양을 연고지로 창단한 내고향축구단은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체육단으로 선수단의 상당수가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는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19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4강에 진출한 또 다른 클럽인 호주의 멜버른 시티 FC와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승자와 23일 결승전을 가지게 된다. 내고향축구단은 조별리그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에 4대0으로 패했다.

한편 북한의 체육 관련 인원이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9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와 10월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12월 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대회 단일팀 (탁구) 혼합복식 등의 참가를 위해 북한 인원이 남한에 방문한 바 있다.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 선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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