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스크에 10대 소년들이 총기난사…무슬림 단체 "정치인들, 혐오발언 멈추라"

경찰, 혐오범죄로 수사…민권단체 "지난해 무슬림 인권침해 사례 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18일(이하 현지시간) 혐오 공격으로 추정되는 총기난사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서 숨진 총격 용의자들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미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사건은 이날 오전 9시42분께 샌디에이고 경찰에 걸려 온 10대 아들이 가출했다는 한 어머니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이 여성은 아들이 자신의 "무기 여러 개"와 차량을 가지고 사라졌고 동료와 함께였으며 이들이 위장복(camouflage)을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아들의 자살 시도를 우려해 신고한 것이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스콧 월 샌디에이고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져간 무기의 수로 보아 그 소년이 다른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 장소에서 무기를 세 개나 가져갈 리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때문에 이 소년의 행방을 찾기 위해 "훨씬 광범위한 위협 평가"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소년들 중 하나와 연관된 고등학교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고 한다.

약 두 시간 뒤인 11시43분께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샌디에이고이슬람센터(ICSD)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4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경비원을 포함해 이미 성인 남성 3명이 숨진 뒤였다. 사건 뒤 용의자들은 차량으로 도주 중 인근에 있던 조경사에게도 총격을 가했지만 착용 중이던 헬멧에 총알이 튕겨 나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 센터는 예배 외에도 아랍어, 쿠란(이슬람 경전) 등을 가르치는 5살 이상 어린이 대상 주말 학교, 청소년 및 여성 무슬림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 서장은 "아이들은 모두 안전하다"며 "달려 나오는 어린이들을 보며 그저 (이들이) 살아 있다는 데 감사했다"고 말했다.

17, 18살 미성년자인 총격 용의자 2명은 이슬람센터 인근 도로 한가운데 주차된 차량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둘 중 한 명은 오전에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가 들어 온 소년이었다.

경찰은 희생자와 용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용의자 한 명은 사건을 벌인 이슬람센터에서 약 1.7km 떨어진 매디슨고등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NBC 방송은 다른 용의자는 온라인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 중이었고 이달 졸업 예정이었다고 지역 교육당국을 인용해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혐오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월 서장은 "(범행) 장소가 이슬람센터이므로, 혐오 범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우린 이를 혐오 범죄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건이 벌어진 이슬람센터를 특정한 위협은 없었지만 경찰이 "전반적 혐오 수사"를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 서장은 용의자 중 한 명의 어머니가 아들이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고 언급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안에 정통한 법집행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수사관들이 용의자 차량에서 반이슬람 문구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 중 하나엔 "혐오 발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CNN은 용의자 중 한 명이 인종적 자부심에 대한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겼다고 복수의 법집행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무슬림 혐오가 늘어나는 데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미국 최대 무슬림 민권·옹호단체 중 하나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2025년 접수된 무슬림 인권 침해 사례가 8683건으로, 1996년 단체 집계 이래 연간 기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는 18일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정치인들의 이슬람 혐오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이 단체는 "샌디에이고이슬람센터를 공격한 자들이 무슬림에 반대하는 혐오에 동기 부여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깊은 우려를 느꼈지만 전혀 놀랍진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수많은 정치인이 혐오 발언을 일삼아 왔다며 "이러한 혐오 발언이 혐오 범죄로 이어지는 걸 수없이 목격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히 미네소타주에서 무슬림 인권 침해 사례 보고(693건)가 전년(353건)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단체는 이 중 23%에 해당하는 158건이 12월 한 달간 접수됐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쓰레기"로 언급하고 이 지역에서 이민자를 표적으로 한 '메트로 서지 작전'을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이슬람사원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서 무슬림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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