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공수처장 "내란수사 최선 다했다…43일 만에 尹 체포"

여야, 국감서 '동상이몽' 공수처 때리기… "국힘이 계엄 막아" 주장에 아수라장

국정감사에 출석한 오동운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공수처 수사 부진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 측에 "(공수처는) 내란수사에 있어서 43일 만에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는 성과를 올린 기관"이라며 "저는 내란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맞섰다.

오 처장은 2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 윤 정부 공직자들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부진을 비판하며 "공수처장의 의지가 도대체 없다", "사퇴할 용의가 있나" 묻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오 처장은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은 귀담아 듣겠다"면서도 "다만 저희들이 집중한 수사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낸 부분도 있고, 또 그런 부분을 발판으로 해서 공수처를 더 정상화할 것"이라며 "공수처 정상화를 위해서 여러 입법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해 주시면 저희들이 또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여야 모두가 '공수처 때리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지만, 공수처에 대한 비판 양상은 극명하게 갈라졌다. 국민의힘이 '휴게실 안마의자 설치' 등 예산 방만운용 의혹을 제기하며 '공수처 폐지론'을 제기했다면, 민주당은 '오동운 사퇴론'을 언급하는 등 부처를 압박하면서도 오히려 '공수처 확대론'을 시사한 것.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최재해·유병호 등 윤 정부 당시 임명된 공직자들의 수사를 언급하며 "11월 전에 (수사가 마무리)되면 인력이든 전문성 부분이든 수사 대상이든 공수처의 의견대로 최대한 지원하는 입법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며 "11월 안에 그 사람들 사건 처리가 안 되면 굳이 공수처가 발전하도록 도울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공수처의 해당 인물들에 대한 수사 부진을 꼬집으며 "혹시 임명권자가 윤석열이었기 때문에 영향받는 거 아닌가"라고 압박했지만, 오 처장이 "전혀 아니다"라며 "아주 제한된 인력, 그 다음에 또 여러 가지 사건들이 폭주하고 그러면서 위원님이 보시기에 좀 답답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해명하자 이 같은 '조건부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오동운 사퇴론'을 꺼낸 박지원 의원도 "사퇴하라"고 거듭 오 처장을 압박하면서도 "공수처 정상화는 공수처장의 사퇴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오 처장의 사퇴가 공수처 정상화의 길"이라는 등 '공수처 정상화'를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오 처장에게 "공수처 검사로 임용을 받아도 (검사를) 평생 하는 게 아니니까 또 변호사로 돌아가야 된다. 그러니까 그 직에만 충실할 수가 없는 여러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며 "(공수처 검사) 3년 임기가 너무 짧다. 한 10년이나 이런 장기근속을 제안할 생각은 없는가" 묻기도 했다.

오 처장이 "공수처 검사 임용과 관련해서 3년 임기제는 신분 불안으로 연결되어, 그들이 (공수처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수사에 전념할 수 없는 큰 제약이 되는게 맞다"고 동감을 표하자, 추 위원장은 "공수처의 의견을 국회에 제안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금년 1월 비상계엄 이후 (내란죄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권이 있나 없나 떠들 때, 이제 공수처는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폐지 반대 여론보다 더 높았다"며 "수사실적을 낸 적도 없고, 하는 사건들은 다 영장 기각 당하고. 검찰 해체하면서 공수처도 같이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닌가"(곽규택 의원)라고 '공수처 폐지론'을 주장했다.

곽 의원은 특히 '공수처가 안마의자 4대를 임차하는 데 2954만 원이 들었다'는 취지의 예산방만 운용 의혹을 제기하고 "안마의자에다 금칠을 했는가",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아니라 무슨 고위공직자안마처인가"라고 오 처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다가 '이런 법 고쳐달라' 하지 마시고, 중대범죄수사청 들어오고 이제 검찰청 해체되고 하니까 공수처도 이 상황에서 문을 닫는 게 맞다"고 했다.

오처장은 "(공수처는) 타 기관 수준의 편의장비를 사무공간과 휴게공간에 임차해 운영 중"이라며 "그중의 하나가 지금 안마의자 4대가 들어와 있고, 1년에 임차료는 980만 원이다. 몇 천만 원 말씀하신 부분은 맞지 않다"고 예산 의혹을 부정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여야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계엄해제 의결 상황을 두고 언쟁을 벌여, 결국 회의장이 다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것은 당시 우리 국민의힘 당대표를 비롯한 위원들"이라며 "(국민의힘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본회의장에 들어와서 해제시킨 것"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측 의원들이 반발한 것.

송 의원은 이같이 말하며 오 처장이 주장하는 '윤석열 체포' 성과를 두고 "그 눈오는 날 체포쇼를 해서 비상계엄 사태가 진정된게 아니다", "우리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먼저 들어와 문자로바로 알리고 이걸 해제시키겠다 해서 모든 것이 진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이 나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사당으로 가장 먼저 달려와서 본회의장에 들어간 결과 계엄 해제를 할 수 있었다'라는 것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내란정당의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는 당시 계엄 해제 의결에 협조를 하지 않고 국회의장에게 계속 본회의 연장을 요청했다"고 지적했고, 이에 다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회의장은 고성에 휩싸였다.

법사위 여당 간사 김용민 의원도 "거짓말 하지 말라"며 "내란에 대해서 이제 좀 제발 반성하고 내란의 강을 건너시기 바란다"고 했다. 추 위원장은 김 의원 의사진행발언을 끝으로 다음 질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요구하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하게 반발하고 고성으로 항의하면서 회의는 정회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은 풀 속에 숨어있었다"(송석준 의원), "내란 옹호하더니 긁혔는가"(김용민 의원)라는 등 원색적인 발언들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의 법제처 대상 국정감사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사건 등 변호인을 맡았던 조원철 법제처장이 이 대통령이 받는 혐의와 관련해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조 처장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질의에서 "(이 대통령은) 5개 사건의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분이고 (조 처장은) 그 분을 변호하던 분"이라며 "그런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고 주장하자 "이 대통령이 유례가 없는 것이 아니고, 무고한 이 대통령을 검찰권을 남용해 기소한 우리나라 검찰이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 혐의에 대한 무죄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법제처 감사 중지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조 처장 발언들을 겨냥 "국가기관 법률 책임자가 대통령의 범죄 재판을 무죄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조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조 처장은 무죄 주장이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무죄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처장은 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과 관련,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여권 인사들이 (이 대통령) 연임 적용 여부를 두고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있다"며 '헌법상 이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능하지 않는가' 질의하자 "헌법에 따르면 그렇다"면서도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곽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는 와중에, 여당인 추 위원장까지 "애매하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서 새로운 논란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현행 헌법에 대해서 누구도 의문을 제기한 바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안가 회동'을 가졌던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겨냥해 질의를 이어갔지만, 이 전 처장은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안가 회동 의혹 등 모든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 전 처장은 추 위원장이 "선서는 하고 증언 거부를 하시라"고 하자 "지금 위원님들이 저를 고발하지 않으셨나"라며 "고발하고 조사도 하나"라고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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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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