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126년만 강진에 32명 숨져…"사망자 1만 명 넘길 수도"

24일 저녁 북부서 규모 7.5 '이중 지진'…수도 카라카스 건물 붕괴·시몬 볼리바르 공항 폐쇄

베네수엘라 북부에 126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이 발생해 최소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4~5분께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39초 간격으로 규모 7.2 및 7.5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첫 지진은 야라카이주 산펠리페 인근에서, 두 번째 지진도 인근 유마레 근처에서 발생했다. 첫 지진 발생 깊이는 20km, 두 번째 깊이는 10km였다. 지질조사국은 이 이중 지진의 첫 지진을 전진, 다음 지진을 본진으로 설명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AP> 통신을 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지진 여파로 25일 새벽 기준 최소 32명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대행은 지진으로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이 피해를 입어 폐쇄됐고 카라카스 지하철 및 천연가스 서비스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수업도 며칠간 중단될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 학교 건물은 대피소 및 기부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미 지질조사국 자료를 보면 베네수엘라 기준 이번 지진은 1900년 10월29일 규모 7.7로 추정된 카라카스 지진 뒤 126년 만에 가장 큰 지진이다. 지질조사국은 베네수엘라 북부는 과거 큰 지진이 발생해 온 지역이지만 이번 지진 발생 지점 250km 이내에선 지난 100년간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7번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중 2번은 지난해 9월 연이어 발생했다.

미 지질조사국 "사망자 1만~10만 이를 가능성 44%"

이번 지진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길 확률이 상당하다는 추정이 나와 우려가 커진다. 미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1만~10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44%, 10만 명을 넘길 가능성도 30%로 봤다. 사망자 수가 1000명~1만 명에 이를 가능성은 22%로 봤다. 조사국은 "이 지역 주민들이 전반적으로 지진에 취약한 구조의 건물들에 거주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라카스는 큰 혼란에 빠졌다. <AP>는 카라카스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 거리로 나와 있었고 벽 전체가 무너져 가구가 드러난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이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반려동물을 꼭 껴안고 있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카라카스 바루타 지구에서 건물 두 채가 붕괴해 3명이 사망했다고 지역 당국이 밝혔다. 차카오 지구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건물 4채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한다. 카라카스 동부에 사는 코로 마르티네스(56)는 통신에 "엄청난 굉음이 났고 집 안 물건들이 떨어져 내렸다. 냉장고 안 물병도 쏟아졌다. 이런 건 처음 겪어 본다"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북부 해안 라과이라주의 경우 정확한 사상자 규모가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초기 사상자 집계에 라과이라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미 CNN 방송에 이 지역에서 건물 15채가 붕괴한 걸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를 보면 24일 밤 라과이라의 한 병원 밖에 수많은 부상자들이 피를 흘리며 모여 있었고 붕괴한 건물에선 화재가 발생했다.

폐쇄된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도 라과이라에 위치한다. <로이터>가 공유한 베네수엘라 전 국회의원 윌머 아수아헤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지진이 공항을 강타한 순간 천장에서 형광등이 떨어지고 자욱한 연기가 피어 오르자 사람들이 긴급히 대피한다. 공항 천장이 거의 무너져 내리고 바닥이 잔해로 뒤덮인 광경도 촬영됐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전망이다. 미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 2~20%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국은 경제적 손실 규모가 100억~1000억달러(15조~154조원)에 달할 확률을 39%, 1000억달러를 넘길 가능성도 30%로 예측했다.

다만 에너지 시설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원유 생산지인 마라카이보 호수 인근 마라카이보 민방위 당국은 부상자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엘팔리토 정유소 직원도 피해가 없었다고 했다.

각국 지원 의사 표명…트럼프 "새 친구들 위해 나설 것"

각국이 지진 피해 지원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의 새롭고 훌륭한 친구들을 위해 함께 하겠다"며 "미국은 기꺼이 도울 준비가 돼 있고 능력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전격 생포한 뒤 후임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인근 중남미 국가들도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교부에 베네수엘라 지원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구조대 및 구급대원 300명, 의약품 등을 카라카스로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인도적 물품 즉각 전달이 준비됐다고 밝혔다.

스페인 외무부도 성명을 내 "형제 같은 베네수엘라 시민들에 전폭적 연대와 지지를 표한다"며 "필요한 모든 긴급 구호 물자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19세기 초 스페인 식민지배에서 독립했다.

한편 <AP>를 보면 25일 오전 일본 혼슈 북부 이와테현 동쪽 바다에서 규모 7.2 지진이 발생했지만 일본 기상청은 지진해일(쓰나미)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전 국회의원 윌머 아수아헤가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의 지진 당시 모습.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에서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이들이 병원 밖에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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