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장검증을 두고 골이 깊어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틀째 충돌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은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지만, 대법원 현장검증을 둘러싼 여진으로 법사위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법사위는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전날 민주당의 대법원 현장검증 강행에 "불법"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법사위 정상화' 문구가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고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문을 연 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오늘 아침 보수언론 기사 제목"이라며 "저희들(민주당·조국혁신당 법사위원)이 대법원을 휘젓고 다녔다고 하는데, 이 기사는 국민의힘 쪽에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니라면 보도가 나갈 수 없다. 저희는 재판 기록을 보러 다니거나, 대법관 PC를 보러 다닌 게 아니다. 대법관 증원을 위해 대법관 사무실 평수를 보기로 했고, 대법관이 늘어나니까 어느 정도 크기가 필요한지 보러 다닌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법사위 명예를 훼손해도 유분수지, 저희가 무슨 대법관의 재판 기록 PC를 보러 다녔다고 언론 플레이(여론몰이)를 하나"라며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에 대해서 경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도 "정정보도 요구해야 한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고발해 달라"고 박 의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국민의힘은 "우리가 언론 보도 가지고도 논의를 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여야의 고성으로 발언이 뒤엉키자 추 위원장이 나섰다. 추 위원장은 박 의원 말에 동조하며 "국정감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한 교섭단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 이후 같은 일이 재발하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 경고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달라. 이런 국회가 어디 있나"라고 추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추 위원장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않고 보이콧한 위원들에게 의사진행발언의 의미가 있나"라며 거부했다.
나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추 위원장은 "위원장에 대한 예의도 필요하다", "5선 의원님. 목소리를 낮추라"고 경고했고,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말장난하지 말라"고 소리치자 추 위원장은 "위원장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 초선이어도 사회 경력이 그만하면 예의를 미리 고지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여야 위원들 간 삿대질 등 말다툼이 격해지자 추 위원장은 "박 의원이 제기한 허위사실 언론 유포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긴급회의를 갖겠다"며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정작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한 발도 못 뗀 상태였다.
30여 분 뒤 재개된 오전 감사에서도 주 질의 첫 주자인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입을 떼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국민의힘에 의사진행발언을 주지 않겠다'는 추 위원장의 법사위 운영 기조는 유지됐고, 국민의힘은 "야당 탄압", "독재", "이런 건 집안 가족회의 가서 하라"며 반발했다.
별 소득 없이 오전 국정감사 시간을 소비한 가운데, 점심 뒤 속개한 오후 감사에서도 여야는 말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권익위원장 재직 시절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언급하며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최종 무혐의 결정됐는데, 저한테 사과할 의사 없나"라고 물었고,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나경원·주진우 의원이 "이해충돌"을 지적하며 갈등이 재발했다. 전 의원은 "이해충돌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추 위원장을 향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조롱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곽규택 같은 인간은 발언 기회를 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의 '난타전'으로 법사위는 공전을 거듭했다.

감사원 대상 질의에서는 지난달 출범한 감사원의 '감사원 운영 쇄신TF'를 두고 여야가 대치했다. 민주당은 "늦었지만 참 잘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자행된 정치적, 표적, 하명 감사 의혹을 자성하고 재점검하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전 정부 감사 내용 뒤집기"라며 날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내며 조직 내 실세로 통한 유병호 감사위원은 국민의힘 주장에 보조를 맞추며 "TF 구성 근거, 활동 절차, 활동 내용 현재까지 처음부터 전부 불법"이라고 국정감사 증언대에 나와 발언했다.
이에 최재해 감사원장은 "직제 규칙에 근거가 있다"며 "감사 결과, 위원회 의결을 거친 감사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언론이나 국회에서 저희 감사 과정에 있었던 일에 여러 가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때문에 '그 일이 진짜 있었는지', 있다면 반성하고 고쳐야될 것"이라며 "오해가 있던 것은 정확히 밝혀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도 "최 원장의 답변처럼 이 TF는 법적 근거가 명확히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있을 때도 똑같은 근거를 가지고 TF를 했다"고 짚었다. 정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업무처리 적정성을 보는 거지 위원회의 (기존) 결론을 뒤집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