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발표한 '사법개혁안'을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간 논쟁이 벌어졌다.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법사위는 전날 수도권과 강원 지역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이어 21일 대전, 대구, 부산, 울산 등 소재 법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화두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여당발 사법개혁안이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정책 질의하고 싶은데 대한민국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없다. 민주당의 자칭 법원 개혁안은 사법 파괴 선언"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끝나면 26명의 대법관 중 22명이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이 되는 거다. 정확하게 베네수엘라 모델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절대 사법개혁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법해체안"이라며 출석한 법원장들에게도 "이걸 통칭해서 사법개혁안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원범 대전고등법원장에게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이 고법원장은 "사법개혁 논의, 법안들이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고 공론화를 통해서 많은 이해 관계인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갖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장시켜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요청했다. 다만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법원장들로부터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추가 공론화를 예고한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4심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는 재판소원제에 관해 법원장들의 입장을 추궁하는 질의가 여야로부터 쏟아졌는데,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이 "헌법상 사법권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기속된다는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헌성을 주장해 여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원범 고법원장은 "헌법 위반이 문제 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입법 과정에서 논의가 가능하다"며 "4심제로 인해서 국민의 권리 구제나 이런 부분에 부작용이 크지 않느냐는 단점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법원장들의 '위헌성' 주장에 맞장구를 치자,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나경원 의원도 19대 국회에서 재판소원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며 "판결 소원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법부 개혁을 방해하기 위해 '4심제' 이런 용어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바람직한 개혁 방향을 만들기 위해 국회와 사법부가 같이 논의하고,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법원장의) 입장을 단정적으로 말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나서서 "법원의 재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심급제가 끝나 확정되면 그 확정판결이 법원 안에서 더 다툴 여지는 없고, 기본권은 침해했을 때 어떻게 하나"라며 "때문에 재판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도 질의가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각 법원장들의 입장을 여러 차례 추궁했다. 이에 이 고법원장은 "위헌에 대한 의문 제기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JMS 정명석 성범죄 녹음파일 등사 허용'한 재판부 질타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 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간곡한 호소에도, 대전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정 씨의 '방어권'을 주장하며 범죄 현장 녹음파일 등사를 허가해 2차 피해가 발생한 사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재판부는 정명석 씨 변호인에게 녹음파일 등사를 해줬고, 사설 감정기관 세 곳에도 녹음파일 감정을 허가해 줬다"며 "이미 1심 과정에서 편집 조작 흔적이 없다고 확인된 파일인데도 감정을 허가해 줬다. 직후 정 씨의 변호인이 JMS 신도들을 사무실로 불려 녹음파일을 들려주며 제3자 유출이 시작됐다. 피해자는 허위 고소자라는 낙인에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원범 고법원장은 "그와 같은 녹음파일 복사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이드라인이나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서 실무연구회 등을 통해 한번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근무 시간 중 '술판 난동', '사법 거래' 등 의혹으로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한 제주지방법원 소속 오창훈·강란주 부장판사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소속 여경은 부장판사 등 3인에 대해서는 민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됐다.
추 위원장은 "3인 판사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 사유는) 재판과 상관없는, 법관으로서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에 관한 일"이라며 "불출석 사유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동행명령장 발부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이유를 가지고 법관들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하는 사례가 생겨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신동욱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당 제주지법 판사들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을 놓고 이들이 제주 'ㄱ 간첩단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해당 판사가 그와 같은 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지금 처음 듣는 사실"이라며 해당 주장을 일축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지방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신대경 전주지검장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 취업 뇌물' 사건에 대해 따져물었고,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당사자였던 이성윤 의원은 송강 광주고검장(사건 당시 수원지검 차장)에게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공세를 폈다. 다만 신 지검장은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사건 내용에 대해 답을 피했고, 송 고검장은 "이미 판결이 확정됐다"며 "사건 책임을 회피할 생각 없다. 평정 등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신 지검장은 자신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청 폐지 의견을 밝혔던 일에 대해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묻자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헌법상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다만 그 이후에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완료가 됐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후속 개혁 작업이 국민 권익에 부합하게 잘 설계될 수 있도록 저희가 최대한 의견도 내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평가를 지방검찰청 간부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이들은 "적절한 일은 아니었다"(송 고검장), "빨레 해제되기를 빌었다"(이종혁 부산고검장), "매우 당황스러웠다"(박규형 대구고검장 대리)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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