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李대통령 재판' 격돌…法 "판결 비난 자제해야"

與 "파기환송은 대선 개입" vs 野 "대통령 재판중지는 위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을 중점 제기했고, 야당은 법원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관련 재판을 중지한 것을 집중 비판했다.

법원 측은 재판 관련 사안엔 대부분 즉답을 피하면서도, 여당의 사법부 압박 기조를 두고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20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을 겨냥, 대법원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고등법원의 사건 기록이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대법원에 송부된 것을 두고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하자마자 기다려서 그 다음 날 대법원에 (기록을) 송부한 적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있었나"라고 추궁했다. 민주당은 해당 기록 제출 과정에 '대선 전 선고'를 위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법원장은 "아마 선거범죄 사건이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 저렇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김 의원은 "선거범죄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건 (1~3심 판결을) 6개월, 3개월, 3개월 내에 처리하라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그게 지금까지 잘 지켜져왔나"라고 재차 추궁했다. 김 법원장은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왜 이번만 이렇게 서둘렀나'는 김 의원 질문엔 "재판과 관련된 사항이라 (대답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법원장은 이례적인 속도의 기록 송부에 대한 민주당 측 지적이 계속되자 "주심판사, 그리고 재판장, 형사과장 공람을 거쳐서 기록을 송부하게 되어 있다"며 "확인된 바로는 공람이 빨리 되었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 신속하게 (송부됐다)"고 원론적인 답을 남겼다. '공람이 빨리된 이유는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도 "그 부분은 확인할 수 없다"고만 했다.

다만 김 법원장은 대법원의 자료 송부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이 "관련된 지시가 대법원에서 내려갔을 것"이라며 "(대법원으로부터) 그에 관련된 지시받은 사실이 있나 없나" 묻자, 김 법원장은 "지시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도 "고등법원에서 하루 만에 기록이 대법원으로 보내졌다. '사상 초유'라고 법원장님께서 인정을 하셨다"며 사상 초유의, 대선 한복판에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의 자격 박탈을 시도하려고 했던 그 판결이 매우 이례적으로 일어난 이 문제 때문에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 법원장을 압박했다. 김 법원장은 "국민들이 그런 우려를 갖는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경위로 저렇게 진행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내란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절차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전 의원은 차영민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지 판사가 윤 전 대통령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취소를 결정한 것을 두고 "평균적으로 관행은 '날'로 계산하는 것 아닌가", "수석부장은 어떻게 계산하는가"라는 등 거듭 압박했다. 차 판사는 "관행적으로는 '날'로 계산하는 것이 법원의 관행"이라면서도 지 판사 결정과 관련해서는 "재판부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사건 재판 중지'를 두고 법원을 질타했다. 송석준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중의 사건이 아닌 5개 사건으로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5개 사건이 다 재판 정지 중이다"라며 "지금 이 5개 재판이 재직 중에 범한 범죄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 제84조 해석을 대통령 취임 전 사건인 이 대통령 재판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송 의원은 "이미 대통령이 되기 전에 범한 범죄다. 그런데 왜 정지하는 건가. 이미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심을 내렸잖나"라며 "고등법원장님이 빨리 이것 재판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건가"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 '포함된다는 견해'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만 했다.

나경원 의원도 법원의 이 대통령 사건 재판 중지를 두고 "헌법 84조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이 소추를 과연 (기존의) 재판 정지로 볼 수 있느냐"라며 "이렇게 사법부가 (이 대통령 5개 사건을 담당한 판사) 다섯 분이 다 (재판을) 정지하고 한마디로 이 권력에 어떻게 보면 스스로 눕는 모습을 보이니까 (민주당이 사법부를) 이렇게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민주당이 사법부를) 탈탈 털고 있는데 제대로 대법원 등이 말씀들을 하셔야 된다"고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법원장들에게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법관 증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 발언을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취지로 비판하며 역시 법원장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이) 대법관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한다고 한다. 한 정권에서 한꺼번에 대법관을 12명이나 임명을 한다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유지되겠나"라고 물었다. 김 법원장은 "대법관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좀 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도 같은 취지로 답했다.

박준태 의원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내란혐의에 대해서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나 반대하나' 물었고, 법원장들은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 "위헌 소지가 있어서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등 역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신동욱 의원은 앞서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이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순인데), 우리가 이걸 가끔 망각한다"고 발언한 것을 인용, 법원장들에게 "사법부는 선출 권력의 아래에 있는가" 묻기도 했다. 역시 "우열이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김대웅 법원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배준현, 오민석 법원장)는 답이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오 법원장은 신 의원이 '민주당이 이 대통령 재판 중단을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의견을 묻자 "법원의 재판 절차 진행이나 판결 결과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돼야 된다"면서도 "법원 판결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 같은 것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기관 현황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장들의 이 같은 답변이 이어지자,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신 의원 질의 종료 직후 발언권을 행사해 "(이 대통령 발언이) '선출된 권력 아래에 사법부가 있다'고 오해를 야기하는 말씀을 하신다"며 "(대통령 발언은) 그 말씀이 아니라 국민주권 아래 입법·사법·행정이 다 있다, 대통령도 국민주권에 복무한다, 이런 말씀인 것"이라고 해명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감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인 김재호 춘천지법원장이 피감기관 증인으로 출석해 나 의원이 국감장에서 이석했다. 나 의원은 "제 배우자가 춘천법원장으로 재직한다는 건 사적 이익 추구와 관련이 없다. '이해충돌'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위원들의 발언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뤄지기 위해 이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에선 남부지법이 담당하고 있는 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건의 재판 지연 상황을 두고 "핵심 피고인 나경원 의원의 부군이라서 그런 건가"(이성윤 의원)라는 등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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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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