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이 선거전략? 국민의힘은 '집권'을 아예 포기했나

[박세열 칼럼] 선거 전략이 된 '혐중', 패배로 가는 지름길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 선포하기 보름 전인 2024년 11월 16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맞잡았다. 윤석열은 시진핑에게 "중국은 우리가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윤석열은 보름 후 친위쿠데타를 일으켜 체포되자 손편지를 통해 "디지털 시스템과 가짜 투표지 투입 등으로 이뤄지는 부정선거는 한 국가의 경험 없는 정치 세력이 혼자 독자적으로 시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 세력의 국제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겨냥했다'는 말이 나오면서도 갸우뚱했는데, 윤석열을 변호하는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쐐기를 박았다. 그들은 "저희는 불법 선거가 사실 중국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급변침은, 친위 쿠데타를 변명할 마땅한 이유가 빈곤한 윤석열이 국내 극우 세력이 좋아하는 '혐중' 정서를 끌어들였다는 설명을 그럴듯하게 해 준다.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후 혐중 세력과 격렬하게 결합했고 스카이데일리의 "국내 체포 中간첩 99명 '한미 부정선거 개입'" 같은 엉터리 기사에 환호작약했다. 극우 커뮤니티에선 지난 3월 의성 산불 사태 현장에서 중국산 라이터가 발견됐다는 근거로 '중국인들이 불을 질렀다'는 음모론이 회자됐다. 최근에는 국정자원 화재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맞춰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중국인들의 신원과 함께 부정선거 데이터를 지우기 위해 누군가 불을 질렀단 음모론이다.

독일 제국의 빌헬름2세는 중국의 신(부처)이 용을 타고 유럽을 파괴하는 망상적 꿈을 꿨다. 빌헬름2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황화론'(황인종이 서구를 위협한다)를 만들어낸 후 '1차 세계대전'에 뛰어들었다. 윤석열의 망상이 낳은 씨앗이 '반중 음모론'으로 이어진 것까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수반되는 '수수료'같은 것이라 치자. 하지만 이런 '사이비 망상'을 차단할 의무가 있는, 집권을 지향한다는 제도권 정당이 혐중 정서에 올라탄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의료·선거·부동산 등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 추진한다고 한다. 중국인 건강보험은 흑자로 돌아섰고, 부정선거 개입은 불가능하며, 부동산 보유 외국인은 미국인이 가장 많다는 반박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중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려 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혐중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선거 때문이다.

'중국 간첩'이 진짜 문제라면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을 규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진 않는다. 윤석열이 시진핑 면전에서 "안보, 경제 협력"을 말하고 뒤 돌아서서 '혐중'을 부추기는 건 국내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얄팍한 술수일 뿐이다. 아무 잘못 없는 불특정 다수의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명동 거리의 '혐중 시위'처럼 그들은 '반중'을 '비겁한 인종주의' 수준에서만 실행할 뿐이다. 명색이 제1야당이자 집권을 꿈꾼다는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게 딱 그런 꼴이다.

최근 '윤어게인' 시위는 윤석열 탄핵 반대, 비상 계엄 옹호에서 '혐중 시위'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내란 정황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미 감옥에 가 유죄 판결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을 빼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법원을 때려부수고 제도를 비틀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을 주장하는 건 존재 입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소멸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의 혐오를 퍼트리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것처럼 보인다.

혐중 시위대의 구호를 따라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중국인 혐오 분위기에 편승하기 시작하면서 '극우 세력'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입장에선 혐오 세력과 단절하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가는 게 당장 '조직화된 지지층'을 확보하기 편하다. 그리고 조직화된 지지층은 선거 때 편리하게 작동할 것이다. 이를테면 '혐중'은 국민의힘의 새 선거 전략이다. 문제는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고 외치는 수준의, '중국인들을 불편하게 할수록 표를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법이 통할 수 있을지 문제다.

하지만 '혐중'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까지, 지난 4년간 국정을 운영해 온 세력이다. 주가 지수부터 성장률, R&D 투자까지 거의 모든 지수가 뒷걸음질 쳐 왔는데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유권자들의 박탈감을 '적개심'으로 환원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한들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를테면 국민의힘이 이런 선거 전략으로 정권을 잡았다한들 중국과 무슨 외교를 하겠다는 건가. 국민의힘은 지금 집권하는 방향과 정 반대로 맹렬히 질주하고 있다. 비상 계엄의 처참한 실패를 보고도 배우는 게 없다.

'혐중'은 윤석열이 남긴 유산이다. 그 끝자락을 국민의힘이 덥석 물었다. 독일제국의 빌헬름2세는 황화론을 내놓고, 세계 정세를 오판했다. 동쪽 세력(러시아, 일본 등 동양)을 배척하고 이미 쇠락한 오스만 제국과 동맹을 맺었다가 세계 1차대전에서 패망했다.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독일은 오히려 파시즘의 늪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갔고 히틀러라는 희대의 인물 내세워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만든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오히려 윤석열이 남긴 '유산(혐중)'에 더 깊숙히 연루되려 하고 있다.

진정으로 집권을 원한다면 국민의힘은 혐오적 선거 전략을 버리고, 제발 윤석열과 극우 세력으로부터 멀어지길 바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APEC 정상회의에서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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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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