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강조한 '북한 비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돌아온 남한…北과 대화 의지?

한미일 "대만 인근 불안정 야기 행위 우려"에 중국 외교부 "내정간섭에 단호히 반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된 가운데, 3국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를 재확인한다는 표현이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로 명시됐다. 비핵화는 없다고 선언한 북한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외교부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 차 뉴욕을 방문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및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대신과 외교장관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3국 장관들은 그간 한미일 안보협력, 사이버 대응 공조 등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대북 억제 태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조 장관은 대북 대화 재개를 비롯하여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밝혔다.

3국 공동성명에서는 "장관들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가운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며 '한반도'가 아닌 '북한 비핵화'가 표기돼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폐기하겠다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보유한 핵뿐만 아니라 남한 내 전술핵 배치나 미국의 핵우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도 함께 제거하는 것으로 한반도 전체에서 핵 위협을 없애겠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북한은 그간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2018년 6월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표기돼 있고 그간 남한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조현동 주미 대한민국대사는 워싱턴 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과거 미 행정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가 혼용되어 사용됐지만, 두 번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협의를 거쳐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정부도 '북한 비핵화'를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시간으로 27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며 북한 비핵화는 이러한 북한의 의무 위반과 이행 필요성을 명확히 하는 표현"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상 포함된 문구도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며 "이와 유사한 취지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도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북한뿐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은 미 행정부가 추구해 온 목표를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말기에 공식화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가 명시된 것을 두고 북한과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보도자료에서 조 장관이 "대북 대화 재개"를 언급했지만 공동성명에서는 "장관들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가운데"라는 원론적 차원의 언급만 있어 다소 온도차를 보였는데 이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한편 3국 공동성명에는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고 밝혀 대만의 국가성 인정에 대한 열린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미일 3국은 지난 2월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을 계기로 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와 유사한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바 있다.

또 공동성명에서 3국은 "대만 인근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음에 우려를 표명하였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면서 중국 견제 의도를 더욱 명확히 했다.

이들은 이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 해양 주장과 그러한 주장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였다"며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위험하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현상을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일한 3국이 대만 및 해양 문제에 관해 제멋대로 이야기한 것(說三道四)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을 비방·먹칠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궈 대변인은 "대만은 분할 불가능한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며 어떠한 외부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최대 위협은 대만 독립·분열 행동과 외부 세력의 종용·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관련국들은 응당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어떠한 형식으로도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궈 대변인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굳게 수호하는 동시에 당사국과 함께 대화·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 관련국들은 응당 역내 국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22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 차 뉴욕을 방문중인 조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마르코 루비오(가운데) 미국 국무장관 및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 대신과 외교장관회의를 가졌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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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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