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가 대법원장에 "사퇴하라"…민주당, 사법부에 총공세

정청래 "대법원장이 뭐라고…그리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원색 비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앞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법부와 입법부 사이 신경전이 결국 여당 대표가 직접 공개적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주장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셈이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뭐가 위헌이냐"며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민주권-직접선출권력-간접선출권력'"이라고 한 이후 '간접 권력'인 사법부에 대해 범여권의 공세가 심화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라고 했다. "(대법원장은) 국민들의 탄핵 대상이 아닌가"라고 하거나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까지 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소위 '조희대의 난',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로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을 때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가 올린 '조희대 사퇴 권고문' 중 일부 내용"이라며 김 부장판사의 글을 줄줄이 읽기도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반(反) 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 됐다", "대선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후보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거나 적어도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쳐 낙선시킬 수 있다고 믿었을 것",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명운을 걸고 과반 의석을 장악한 정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와 승부를 겨루는 거대한 모험에 나서기로 결심했을 것",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당은 이 판결을 두고 '정치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이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조 대법원장에 대해 민주당이 압박을 한다? 재판 독립을 헤친다? 천만의 말씀"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그때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전국 법원장들이 법관회의를 우려를 표명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서도 "내란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탈옥·석방시킨 지귀연 판사가 잘한 건가", "박근혜 재판 때와 달리 침대축구를 하고 있는 지 판사가 지금 잘하고 있나"라는 다른 논점을 들고와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는 조희대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서울중앙지법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말고는 입법 사항"이라며 "입법 사항이 위헌인가"라고 주장했다.지난 12일 진행된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40조)라고 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그 심판에 의해 재판한다"(107조)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도 전날 사법개혁에 대한 '사법부 의견'을 예고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란을 하찮게 여기거나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라고 주장하며 "사법부도 오해받기 싫으면 '위헌 소지가 있다', '재판의 독립을 해친다'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바이든 날리면 재판, 지귀연의 윤석열 석방,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죽이기 등 부끄러운 일에 사과하고 자정노력에 집중하라"고 압박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두고 '입법 사항'이라고 못박으며 여당 강경파 목소리에 힘을 실었는데, 이를 계기로 사법부에 대한 여당 측 압박수위도 한층 더 강력해진 모양새다.

한편 정 대표가 이날 범여권의 공통 기조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압박'을 넘어 '대법원장 사퇴'까지 공개석상에서 주장하고 나선 것 또한 눈길을 끌었다. 정 대표는 지난주 3대 특검법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 번복 사태와 관련, 김병기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정 대표의 당내 입지가 다소 흔들린 만큼, 사법부에 대한 강경 메시지가 정 대표의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 말미에서 전날 이뤄진 당정대 고위급 만찬과 관련 "더 소통하고 더 화합하기로 했다", "더 찰떡같이 뭉치고, 차돌같이 단단하게 '원팀 원보이스'로 이재명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와의 불화설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당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은 당대표인 제게 있다", "김 원내대표께서 여러가지로 마음 고생도 심하고 힘든 며칠을 보냈다", "힘내시길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석상에서 웃으며 악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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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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