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은 돈으로도 못 산다… 국토부는 항소 하지 말라"

[인터뷰] '새만금 소송 승소' 25년 차 새만금 갯벌 지킴이 오동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집행위원장

지난 11일 '새만금 소송'(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 1심 선고가 있던 날, 오동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쑥스러운지도 모르고" 계속 울었다. 판사가 선고문을 읽을 때부터 눈물이 났고, 결론이 나왔을 땐 울음을 터트렸다. 판사가 여러 번 "정숙해달라"고 했지만, 작은 환호성도 터트렸다. 소리를 안 내려 해도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그는 법원 밖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울었다.

"지난 20년 넘게 새만금을 위해 싸운 모든 이, 마음을 보태 준 모든 시민, 그리고 새만금 갯벌의 승리다."

선고가 끝난 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프레시안>과 만난 오동필 위원장은 이 말을 반복했다. 오 위원장도 지난 20년 동안 새만금 갯벌 보호 투쟁에 앞장서 온 군산 시민이다. 20대 때 시작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40대가 된 지금까지 하고 있다. 현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승소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프레시안 : 법정에서 많이 울었다. 왜 울었나?

오동필 : 먼저 문규현·문정현 신부가 생각났다. 우리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사실상 지는 싸움을 했다. 그런데 20여 년의 인생을 새만금에 바친, 그러나 이제 한 세대를 더 살 수 없을지 모를 두 노 신부가 마지막까지 패소의 쓰라림을 느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래도 한 번 더 져도 된다. 더 싸울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판사가 법정에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이 잘못된 이유를 말해서 눈물이 났다. 패소를 예상했는데도, 우리의 주장이 옳다고 언급되는 것 자체가 좋아 눈물이 솟구쳤다. '기본계획을 취소한다'는 결론이 나올 땐 주체할 수 없었다.

새만금 개발 반대 투쟁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1년 간척 사업을 위한 방조제 건설이 시작이다. 농·어업 파괴, 주민 수용성, 수질 악화 등의 문제로 지역 반대운동이 시작됐고, 2000년부터 종교계와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며 큰 싸움이 벌어졌다. 두 신부도 2000년부터 정부의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운동을 시작해, 2003년엔 새만금부터 서울까지 306km 거리 3보 1배 행진까지 했다.

3보 1배 행진을 포함한 새만금 간척 반대 투쟁은 한국 환경운동사의 큰 궤적으로 남았다. 이때에도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사업 중단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오 위원장은 이를 "정말 가슴 아팠던 사건"으로 기억했다. 새만금 방조제는 2010년 완공됐다. 그동안 조류는 86%가 사라졌고, 전북 어업생산량은 반토막이 났으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엔 죽은 물고기가 수시로 떠올랐다. 수질은 4~5급수가 됐다.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물이다.

▲지난 9월 11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만난 오동필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승소를 예상하지 못했나?

오동필 : 우리 대부분이 패소를 예상했다. 법정에서 이긴 적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문규현 신부님한테도 (또 패소를 안겨드려) 법정에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우리는 계속 가는 거잖아' 라고 오히려 나를 달래주셨다. 그런데 판사는 처음부터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이 잘못된 이유를 계속 읊었다. 나는 '이제 그러나가 나온다' 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안 나왔다. '언제 나오지' 하는데 우리가 맞다고, 국토부 계획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사가 말했다. 눈물이 났다.

프레시안 : 소송의 핵심 쟁점이 뭐였나?

오동필 : 조류 충돌 위험성이다. 항공기 사고는 자동차 사고와 다르다. 항공기는 사고 나면 거의가 사망이다. 조류 충돌 문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다. 관계 법령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라 반경 13km 이내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조사해야 한다. 새만금은 철새도래지다. 충돌 위험이 최대 45.9회인데, 인천 약 3회, 군산 0.048회, 무안 0.072회에 비해 수십~수백 배다. 위험도가 너무 높으니, 국토부는 위법적인 꼼수를 썼다. 범위를 자의적으로 5km로 좁혀서 위험도를 낮췄다. 어떻게 하면 건설을 할 수 있을지만 두고 숫자만 줄인 거다. 판결에 그대로 나온 내용이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조사 방식에 대해 "조류 충돌 위험이 국내 어느 공항보다도 높다고 나타났음에도, 평가 모델을 일관성 없이 적용했고, 평가 대상 지역을 축소함으로써 위험 정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새만금 신공항 부지와 조류 서식환경·규모가 비슷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2024년 12월 29일에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도 강조했다. 179명이 희생된 참사다.

프레시안 : 철새 서식지, 갯벌, 멸종위기종 등의 문제도 법정에서 언급됐다.

오동필 : 정말 중요한 문제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는 수라갯벌이다. 50종이 넘는 법정보호종(멸종위기종)이 산다. 갯벌의 생태적·환경적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갯벌의 효능은 돈으로 살 수 없고, 복구할 수도 없다. 수라갯벌은 만경강 수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갯벌이다. 나머지는 다 파괴됐다. 이 갯벌이 보존돼야만, 새만금 전체의 생태적 기반이 붕괴하지 않을 거다.

법원은 수라갯벌 7km 위의 서천갯벌(충남)도 언급했다. 습지보호지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국가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켜 놓고, 바로 옆 갯벌을 파괴하면서 거기엔 영향을 전혀 없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걸 국토부가 주장하고, 법원은 인정 못 해주겠다 한 거다. 서식지는 '연결될수록 안정화'된다. 아무리 좋은 서천갯벌이 있어도 바로 옆 수라갯벌이 파괴되면 생태적 연결이 깨져 생물다양성이 훼손된다.

법원은 한국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EAAF)의 주요 기착지라는 점도 강조했다. EAAF는 북극권부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를 거쳐 뉴질랜드에 이르는 철새 이동 경로이자, 전 세계 9대 주요 철새 이동 경로의 하나다. 거리만 1만 km가 넘는다. 기착지가 중요한 이유다. 장거리 이동 철새의 주요 먹이 섭취 서식지기 때문이다.

기착지가 훼손되면 일부 개체군이 멸종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먹이사슬 등 생태계의 연쇄효과로 전체 개체 군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한국, 중국 등의 간척사업으로 동아시아 철새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고,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19개국이 2006년 'EAAF 파트너십'을 구성해 상호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 취소를 바라는 시민들은 9월 8~10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릴레이로 1만3000배를 올리는 직접 행동에 나섰다. 1만3000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로의 길이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프레시안 : 정부가 항소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오동필 : 정부는 항소하지 말라. 만약 항소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위의 조류 충돌 위험성, 갯벌 훼손 등 문제를 어떻게 반박하고, 현재를 정당화할 것인가?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면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텐데, 그만한 대안을 지금 마련할 수 있는가?

정부가 세계 최장(33.9㎞) 인공 방조제라 홍보한 새만금 방조제는 북쪽 군산부터 남쪽 부안을 이어져 있다. 방조제로 물이 막혀 만들어진 호수가 새만금호다. 간척 사업 당시 정부는 "수질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으나, 지금 상황에 비춰 보면 허위 주장이었다. 20년간 4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음에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새만금호 수질은 4~5급수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2020년 12월부터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열기 시작했다. 1일 2회 정도 열고 있다.

프레시안 : 새만금 신공항 반대뿐 아니라 방조제 개방 등 여러 방면으로 싸우고 있는 걸로 안다. 어떤 것인가?

오동필 : 새만금호는 썩을 대로 썩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서명운동본부' 활동도 한다. 방조제로 가로막혀 썩어 버린 새만금호의 수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하자는 운동이다. 정부 방식대로면, 하루 수문을 10분만 열어도 수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게 아니라 상시로 열어 놓자는 거다.

'염분 성층화' 영향도 크다. 염분(밀도)이 높은 짠 물이 밑에 깔리고, 염분 낮은 민물이 위에 뜬다. 위아래가 섞이지 않는다. 즉 산소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럼 생물이 살 수가 없다. 어패류 같은 저서생물(바다, 호수 등의 바닥에 사는 생물)이 폐사한다. 현재 새만금 하층의 실태다. 수문을 열면 해결된다. 강 하구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끝으로, 새만금은 전체가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파헤쳐지고 매립되고 준설되는 사업만 이뤄진다. 강 하구를 복원하고, 예전처럼 주민들이 다시 물고기를 잡으며 살 수 있도록, 강을 죽이는 정책이 아닌 강을 살리는 정책을 펴도록 계속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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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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