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야당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형식적인 만남은 "큰 의미 없다"는 이유다.
장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들고 예방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국회에서 접견했다.
우 수석 방문 2시간 여 전,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반대로 부결되며 여야가 한바탕 맞붙은 터라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만남이 진행됐다. 난 화분을 받아든 장 대표의 표정은 경직돼 있었다.
우 수석은 "날을 잘 잡아서 와야 하는데, 잘못 잡아서 왔다. (장 대표가) 여러 가지 좀 불편할 거 같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굳은 표정의 장 대표는 "오늘 이렇게 축하하기 위해서 대통령께서 보내주신 난을 들고 왔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정무수석이 난을 들고 오는 그 와중에도 오늘 본회의장에서는 난이 일어났다"며 "국민의힘 추천 몫인 인권위원들의 추천안이 또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선출이 불발된 국민의힘 추천 몫 인권위원들(이상현·우인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드러내는 등 반인권적 과거 행보들이 논란이 됐다.
장 대표는 "국회의 오랜 관행을 깨고 부결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이나 국가기관이 계속 한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지만, 국회에서는 여당의 "일방적인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우 수석이 예방해 줬지만 마냥 감사하다는 말만 드리기도 어렵다"며 "협치의 물꼬를 터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이에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또 그 속에서 같이 대화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협치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은 충실하게 함께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새벽 귀국하는 이 대통령은 방일·방미 일정에 앞서 "어느 분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든 인사를 잘 드려라"고 지시했다고 우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되면 외국에서 회담 끝나고 돌아온 이후 적절한 날에 초대해서 같이 정상회담 결과도 말씀드리고 싶다"는 말도 우 수석을 통해 남겼다고 한다.
다만 이에 대한 장 대표의 답변은 "야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잘 수용되는 만남이 진행돼야 하는데, 단순한 만남은 큰 의미 없다"에 그쳤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접견까지 모두 종료된 뒤 기자들에게 "(장 대표가)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 초청에) 응하겠다, 말겠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야당 의견, 제안이 충분히 논의되고 수용할 만한 상황이 좀 중요한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 대표는 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도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 수석에게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면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쌓아온 사법제도 근간이 무너질 수 있어 그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장 대표는) 표시했고, 우 수석은 그에 대해 경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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