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에 日에서도 "엉망진창"…EU는 "명확한 입장 밝혀라"

관세 협정에 따른 투자 재협상에는 '신중모드' 유지…中 "관세 철회 촉구"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상호관세’가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불법으로 판결나면서 이후 미국의 관세 부과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실행하며 가장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일본에서마저 '엉망진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22일 후지 TV에 출연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이후 '글로벌 관세(Worldwide Tariff)'를 10%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하루만에 이를 15%로 변경하는 등 다른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자 “솔직히 말해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동맹국으로서 일본은 이번 조치로 미국과 관계가 더욱 멀어질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앞서 18일 미국에 대한 첫 번째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기존 관세 협정 이행에 속도를 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의 투자가 일본산 제품의 관세를 낮추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이후 일본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노데라 세제조사회장은 미국과 재협상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3일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다음 달로 예정된 다카이치 총리의 첫 미국 방문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대응과 다른 국가들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외무성 고위 관계자가 미국 투자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신문에 "일본과 미국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차분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정부에 "일본 경제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히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신문은 "일본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한 재계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와 관련 "관세 부과 기간이 150일 이상으로 연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사업 환경을 예측할 수 없어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연방대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미국 행정 절차가 과부하 상태라 환급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 22일 일본 후지TV에 출연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세제조사회장. ⓒ후지TV 방송 갈무리.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3일 "미국 대법원의 관세 판결을 인지하고 있으며, 판결 내용과 영향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중국은 일방적인 관세 인상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으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는 결국 아무런 성과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라며 "상호 관세 부과 및 펜타닐 관세 부과와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국제 무역 규칙과 미국 국내법 모두에 위배되며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중 협력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반면, 대립은 양측 모두에게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라며 "중국은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일방적인 관세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측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상태다. 22일(현지시간) 위원회는 현 상황이 양측 합의 및 지난해 8월 EU-미국 공동 성명에 명시된 "공정하고 균형 잡히며 상호 이익이 되는" 대서양 무역 및 투자 실현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유럽연합 고위 위원 한 명이 이날 유럽연합의 협상팀에 미국과 합의안 비준 절차를 일시 중단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 의회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매우 혼란스러운 행태"라며 "이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EU를 비롯한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에게는 의문점과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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