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35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증액하기로 한 데 대해 시민사회에서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특정 분야 집중을 경계하고,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함께였다.
신민기 '카이스트 입틀막 대응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26일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예산삭감 사례 발표 및 2026 정부예산안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해 2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R&D 예산을 복원하시라"고 외치다 끌려나갔던 이다.
신 대표는 "지난 2024년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충격적이었다. 연구자들을 카르텔로 몰아가고 법 절차를 어기고 졸속 편성한 예산안이었다"며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35조 3000억 원의 R&D 예산이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들이 가치있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연구개발 예산 편성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을 35조 3000억 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극적으로 증액된 분야는 AI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2조 300억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전략기술(8조 5000억 원), 방위산업(3조 9000억 원), 중소벤처(3조 4000억 원), 인력양성(1조 3000억 원) 등도 20% 이상 예산이 증액됐다.
다만 신 대표는 "연구개발 예산이 목적에 맞게, 공공성 있게 쓰이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며 "우선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부자 감세를 원상 복구하고 더 나아가 좌절된 과세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감세 복원 없는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분야에 예산이 편중될수록 졸속 사업에 대한 경계와 감시가 필요하다"며 "2배 가까이 증액된 인공지능 예산과 기술 실증 정도가 낮은 SMR(소형 모듈 원자로), 탄소포집 기술 등에 대한 예산이 퍼주기 예산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또 "신진 연구자와 학생 연구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며 "R&D 예산이 성장의 도구를 넘어 공공성과 시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 해결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은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영화산업, 사회연대경제 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이재명 정부에 예산 복원 및 확충을 촉구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난 3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3분의 1이 삭감됐다"며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확충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서이슬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공동사무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시기 확진자 진료를 전담했던 공공병원의 일상 진료 기능 회복을 위한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며 이의 복원과 △70개 중진료권별 최소 1개 이상 공공병원 보장 △특별회계를 통한 공공병원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예산 확충을 요구했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영화산업이 위기일 때 윤석열 정부는 지원의 손을 거뒀다. 2024년 영화발전기금을 1378억 원으로 40.1%나 삭감했다"며 "한국 영화가 다시금 위기에서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민수 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는 "윤석열 정부는 협동조합 80% 삭감, 사회적 기업 52% 삭감 등 사회연대경제 예산을 전면적으로 삭감했다"며 "UN 등 국제기구가 불평등,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 해결책으로 사회연대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이재명 정부도 '사회연대경제 성장촉진'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관련 예산이 조속히 복원, 확충돼야 한다"고 했다.
박희원 참여연대 주거조세팀 간사는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재정 위기가 초래됐고, 재정 역할은 상실됐으며, 재정 파탄이 초래됐다"며 "이재명 정부가 정말로 재정 역할 확대와 민생경제 회복을 이루고, 공존동생의 사회를 만들겠다면 적극적인 재정 역할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재정 운영 노력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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