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산업 하위 분과인가" "맹탕" 비판 쏠린 기후 환경 국정과제

기후·환경운동 단체들 일제히 비판 "기후 대응 의지 의심"…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지난 정부와 같아

기후·환경운동 단체들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두고 산업 진흥 정책의 하위 부문으로 기후·환경 과제가 입안됐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전면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3일 논평을 내고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4대강 재자연화,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등이 포함됐지만, 국정의 축이 여전히 경제·산업 성장에 놓여, 관련 과제들이 부차적 수준에 머문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AI·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의 무분별한 성장만을 강조하는 기조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과제와 상충한다"며 "이들 산업은 온실가스 다배출·전력 다소비 업종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 육성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경제·산업 성장만을 강조하는 국정 과제로는 기후위기 시대 국민 행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12대 중점 전략과제에 포함된 '에너지 고속도로'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장거리 송전이 일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우선순위는 에너지 다소비 시설의 분산과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거리 송전망을 30% 확대해 지역을 중앙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공고화하는 것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지역 착취를 가속한다"고 비판했다.

플랜1.5도 13일 낸 논평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과제와 관련해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퍼 올리는 것으로 국가 전체의 감축목표 설정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분석하며 "그동안 시민 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재생에너지 중심 분산 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플랜1.5는 이번 발표안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이러한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고, 내용도 빈약했다며" "한 마디로 맹탕 계획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며 "하지만 감축 목표가 5대 국정목표는 물론, 123대 국정과제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으며, 특히 올해 결정될 2035년 감축 목표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관련해 "이번 국정과제에서 밝힌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실망스럽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2030년 보급 목표 78GW 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드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병행돼야 하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석탄발전 폐지, 수송 수요 억제 및 전기차 보급 대폭 확대 등의 중요 과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부 기후 정책 과제 '낙제점'

녹색전환연구소도 13일 논평에서 "새 정부의 청사진에 기후 대응은 언급만 됐을 뿐, 기후 대응을 국정 운영의 토대이자 정책 전반에 재설계한다는 방향과는 분명 멀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는 2050년 탄소중립 중간목표를 확인하는 2030년에 종료된다"며 "정권 초기부터 기후 대응 정책이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 같은 부처 개편 등에 대한 정부 방향을 담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2040 탈석탄' 관련 공약 역시 언급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함께 이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방향이 함께 논의돼야 하며, 적어도 국민보고대회에서 관련 내용들이 한 줄이라도 언급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30년까지 기후 대응기금을 20조 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연구소는 "하지만 (계획안 상) 관련 예산은 총 7조 원 규모에 그쳤다"며 "연 1~2조 원 수준의 추가 재정 투자로 계획한 에너지 및 산업전환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정부는 '기후재정계획' 자체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13일 낸 논평에서 "산업 동력으로 전락한 환경, 기후생태위기 대응 앞길 캄캄하다"며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더욱 문제인 것은 기후생태위기 대응의 핵심 부처인 환경부의 명운 역시 난망하다는 점"이라며 "환경부 수장으로 취임한 김성환 장관은 오로지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과 진흥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은 "김 장관의 자연환경보전과 생물다양성 정책에 대한 무지와 무성의가 도를 넘었다"며 ‘환경’에 관심 없는 자가 환경부 장관이 된 이 상황에서 국정운영 계획에서 ‘환경’이 산업진흥을 위한 수단으로 당연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다부처·다분야의 걸쳐있는 대표 복합 과제가 바로 기후생태위기이며, 사회의 현 구성원과 후발세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환경과 산업뿐 아니라 행정부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후생태위기 대응은 경제성장 정책의 일환이 아닌 우리 사회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국정운영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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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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