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매기는 트럼프와 플랫폼 기업의 공통점은? 갑질본색!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구독료, 하청, 알고리즘 3종 세트가 강요 아닌 선택?

"미션은 절대로 강제성이 없으며 더 많은 배달 수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분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

지난 7월 10일 오전부터 14일 새벽까지 배달의민족은 일부 라이더에게 최대 260건의 배달을 수행하면 최대 30만 원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미션을 내렸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쏟아지는 한여름에 하루 65건을 쳐내야 한다. "이건 정말 살인적인 미션"이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배달의민족은 "절대로 강제성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강요가 아닌 선택? 굶어죽을 자유는 보장!

▲ 챗GPT로 생성한 그림.

절대 강요한 적 없다. 다만 라이더가 원할 경우에 한해 굶어죽지 않으려면 죽도록 뛸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 7월 10~12일은 낮 기온이 30도를 넘었고, 7월 13일부터는 폭우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수조 속에 금화 몇 개 던져놓고 "뛰어들든지 말든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물은 계속 끓을 거에요"라고 말하는 꼴이다.

사실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요즘 매일 목격하고 있다. 오는 8월 1일까지 90여 개 국가·경제권 상대로 관세협상을 마무리하겠다며 매일같이 협박과 엄포를 놓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게서 말이다. 지난 4월 2일 관세전쟁을 시작한지 열흘도 되지 않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우린 공정합니다. 그냥 관세를 부과할 뿐이죠. 협상 포기하고 떠나든가 관세를 내던가 선택은 그들의 몫입니다. (We want to be fair. We can set the tariff and they can choose not to deal with us or they can choose to pay it)"

8월 1일부터 적용될 상호관세율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25%, 유럽연합과 멕시코는 30%, 캐나다는 35%, 브라질은 50%. 도대체 이런 수치의 계산법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닮았다. 배민이 제시한 미션의 종류는 4일간 260건 30만 원 말고도 여러 가지였고, 각각 왜 이 수준의 보상이 제시되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

충성도 높이던가 구독료를 내던가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30만 원의 보상을 위해 폭우 속을 뚫고 목숨까지 걸어야 할 가치가 있을까? 문제는 이 콜 저 콜 가려서 받을 정도로 '좋은 콜' 또는 '가성비 높은 콜'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배달 건수는 나날이 늘어난다는데 왜 내가 쓰는 앱에는 '똥콜'만 가득 뜨는 걸까?

지난 글에서 소개한 해외 사례들이 한국에도 상륙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기어가는 규제, 날고 뛰는 플랫폼…전 세계를 휘젓는 플랫폼의 '법망 피해가기') 좋은 콜을 받기 위해 알고리즘이 요구하는 충성도를 높이던가, 아니면 별도 서비스에 가입해 구독료를 더 내는 제도 말이다. 충성도 높은 라이더, 구독료를 낸 앱 드라이버에게 좋은 콜이 먼저 보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기사들에겐 똥콜만 몰리는 느낌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살인적 미션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 저 미션을 보는 순간 많은 라이더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미션을 거부하는 건 자유지만, 자꾸 이런 미션을 거부하면 내일 콜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뛰다 죽던가 굶어 죽던가 선택지가 둘 밖에 없게끔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활용해 목줄 쥐는 플랫폼

"부담 없는 배달 운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 협력사 사장님을 찾아요." "협력사는 라이더를 직접 모집하고, 정해진 배달 물량을 수행하며, 주 단위 정산으로 수익 창출."

배달의민족은 최근 '배민커넥트 비즈' 사업모델을 내놓으며 하청업체 모집을 시작했다. '배민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모델은, 배달 라이더(배민커넥터)와 배민 사이에 하청업체를 끼워넣는 방식이다. 일정 규모 라이더를 모아오면 원-하청 계약을 체결하고 특정 지역(구역)의 콜을 그 업체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수의 라이더만 모집해도 하청업체 진입이 가능해 영세업체 난립의 길을 터준 꼴이다. 이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라이더 착취율을 높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수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산재·고용보험료는 제대로 납부하는지, 세금관계는 투명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업체도 있고, 라이더들이 배달료 정산 시 수수료를 받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배민플러스 하청업체 소속이 되면 일반 배민커넥트와는 다른 모드가 적용되며, 특정 구역 콜을 우선 받게 된다. 하지만 라이더가 하청업체 처우가 맘에 들지 않아 그만둘 경우, 업체가 해당 라이더 모드를 일반 배민커넥트로 바꿔줘야 한다. 그래야만 배민플러스로 배차되지 않는 일반 콜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가 해당 라이더를 괘씸하게 여겨 모드를 바꿔주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례를 배민에 따지고 들면 "그건 업체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라 우리는 알지 못한다"라며 책임을 떠넘기게 된다. 사실상 하청업체를 쥐락펴락 하는 원청 지위를 획득한 플랫폼은,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노동자의 목줄을 쥐게 된다.

이 모델의 선구자는 배민이 아니라 쿠팡이츠인데, 2023년에 이미 '쿠팡이츠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사업모델 전환을 이룬 바 있다. 플랫폼-제휴 대리점-배달 라이더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라이더와 직접계약 관계를 비켜감으로써 사용자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라이더 모집·관리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과 노력을 손쉽게 외주화하는 길이다.

좋은 콜 받으려면 구독료 내라

대리운전 플랫폼 최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글로벌 트렌드(?)를 누구보다 앞서서 만든 사례에 속한다. 2018년 9월에 피크타임 우선배차권인 '단독배정권'을 출시한뒤 2개월 뒤인 11월에 월 2만 2000원 구독료를 받는 '프로서비스'를 내놓게 된다. "비싼 구독료를 부담하면 피크타임에 좋은 콜 받을 수 있다"며 장사를 한 것이다.

플랫폼자본이 구독료를 도입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프로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에게는 기피지역 콜, 초단거리콜 등 이른바 '똥콜'만 배정되기 때문에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이 아니라) 기사들로부터 손쉽게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로서비스는 출시와 동시에 노동조합을 비롯한 많은 대리기사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게 된다. 2021년부터 전국대리운전노조와 단체교섭을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결국 2년 넘는 교섭 끝에 노동조합 요구를 수용해 2023년 6월에 프로서비스를 폐지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카카오 플랫폼의 탐욕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앱을 통해서만 호출이 이뤄지는 대리운전시장 말고 전화 콜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전화콜 프로그램 업계 2위인 ㈜씨엔엠피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에는 전화콜 업계 1위 1577-1577(K드라이브)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2023년 4월, 카카오가 인수한 자회사 ㈜씨엔엠피가 운영하는 대리운전관제프로그램 콜마너에 가입한 대리기사를 상대로 월 2만 5000원의 구독료를 받는 케어플러스를 시행하게 된다. 비싼 구독료를 부담하고 배차권을 파는 행태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앱 대리운전 시장에서 전화 콜 시장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공간이 달라졌을 뿐이다.

충성도 알고리즘 실험 중

올해 4월부터 배민은 경기도 화성, 오산 등 일부 지역에서 새로운 앱을 테스트하고 있다. 모회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라이더 전용 앱 '로드런너'인데, '배민커넥트'를 사용하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로드런너 앱과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우선 라이더는 미리 근무 시간대를 예약하고 해당 시간에 배달을 수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1등급부터 6등급까지의 평가 제도로 라이더 실적(시간당 배달 수, 주문 수락률 등)을 평가하게 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스케줄 선택이 자유로와지고 더 높은 배달료 수익이 보장된다.

배민 측은 "시범 테스트 단계일 뿐이며, 전국 단위 전면 도입 계획은 없다", "배달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이며 강압적 등급 운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다시 모든 것은 라이더의 선택일 뿐이라는 것이다. 배달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라이더 충성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낮은 충성도의 라이더에게 각종 페널티를 물릴 것이 확실한데 말이다.

스웨덴 음식배달 라이더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2022년에 발간된 보고서 〈Worker Ant or Your Own Boss? The Management of Algorithmic Labour on Food Delivery Platforms〉에 따르면, 한 라이더는 로드런너 알고리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끔찍하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마치 로봇처럼 느끼게끔 만드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여요.디지털로 명령만 받아 수행하는 노무제공 개미(worker ant who only receives orders digitally)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누군가는 계속 달릴 것이다. 아이 학원비를 위해, 밀린 월세를 위해, 지금 내 뒤를 이어 콜을 수락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알고리즘은 알고 있다. 사람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조건을 바꾸고, 또 바꾼다. 점점 더 많은 콜을, 점점 더 낮은 단가로, 점점 더 많은 경쟁을 붙인다. 그리고는 말한다.

"우린 강요하지 않았어요. 선택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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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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