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지방의회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리게 하라

[복지국가SOCIETY] 삶 곳곳에서 정치와 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나와야

김대중 정부 이전만 하더라도 국회는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이야 출입이 자유로워졌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국회 정문에서 막혔다. 국회의원 등과의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출입하기 힘들었고, 정문부터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했다. 국회 문턱은 비교적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심리적인 장벽은 여전하다. 주변에 한번 물어보시라. 국회에 들어가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를. 국회뿐만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지역의 지방의회에 가본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국민주권대토론마당 장면, 사진제공=국민주권대토론마당 추진위원회

왜 국회에 시민은 보이지 않는가

시민과 정치가 소원해진 것은 학교 교육부터 정치를 거부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교에서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부터 금기시돼 있으며, 정치적이라고 하면 뭔가 이중적인, 뭔가를 기만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교육받아 왔다. 교사들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정치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학생들도 정치를 꺼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생활에 정치가 아닌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내가 내는 세금도, 교육정책도, 주식가격도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들이 정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은 강하지만, 정치적 문해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여기저기서 들은 풍월로 갑론을박하다가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지난 10월에 국회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회대회의실에서 '국민주권대토론 마당'이 열려 '더 이상 권리를 청원하는 객체가 아닌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쟁취하는 주체'가 되자고 공론을 모으는 자리였다. 애초에 500명 이상이 들어가는 국회대회장이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행사에 절반 이상의 자리가 채워져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가 한국 사회에서 나와는 관련 없는 공간이었던 것처럼, 주권이라는 용어도 국민들과는 크게 상관없는 용어었다. 국민들의 세금과 국민들의 열망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당연히 국민들의 공간이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처럼, 국민주권도 헌법1조에 엄연히 있었지만 국민 개개인들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무엇보다 주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지를 교육받지 못한 탓이 크다.

▲시선집중, 주권자의 목소리 행사장면. 사진제공=국민주권대토론마당 추진위원회

국회에 울려 퍼진 주권자의 목소리

지난 10월 행사는 무엇보다 주권자의 자리에서 주권자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국회에는 매일 수많은 정책토론회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과연 일반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얼마나 전달되는지는 의문스럽다. 이날 국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도 있었고 토론도 있었지만, 행사의 백미는 '시선 집중, 주권자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귀농한 전직 언론사 기자, 고등학교 학부모회장, 청년 대표, 농민, 협동조합활동가, 자영업자, 대안교육가 등 이 다양한 '풀뿌리' 주권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향하는 '요구'가 아닌 바로 '내가 바로 주인'임을 선언하는 울림이 있었다. 국회나 지방의회에 전문가, 엘리트들의 목소리만이 아닌 좀더 평범하고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왜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주권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넓은 국회 잔디밭에서 정치 페스티벌을 열고 정책박람회를 여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로 보인다. 이런저런 활동을 이유로 꽤 오랫동안 국회 정문을 들락날락했지만, 국회 잔디밭에서 시민들의 참여하는 행사가 열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잘 가꿔진 푸른 잔디만이 휑하니 있을 뿐이었다. 대의제 국회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과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가 나서서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226개 기초지방의회와 17개 광역지방의회도 말할 것이 없다. 선출된 의원들이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못한다면 지난 10월 행사처럼 국민들이 적접 나서서 활동을 기획하고 행동해야 한다.

케이데모크라시(K-democracy)가 핵심이다

지난 12·3일은 국회와 시민들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지킨 날이었다. 그날 밤의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다면 한국 사회는 어디까지 추락했을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국회는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혁신의 노력을 해야 하고, 시민들도 주권자의 시선으로 좀더 시간과 용기와 에너지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치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학교부터 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내가 시민으로서 주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지,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모아갈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시민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지난 김대중 정부 이후 이런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 법을 제도화하라고 4반세기 동안 시민사회가 이야기해 왔으나, 정치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수구보수 정당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미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진보개혁 정당마저 이에 미지근한 것은 알 수 없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독과점물이니 시민들은 관심을 꺼달라고 하는 것인가? 2/3에 육박하는 진보개혁정당만이라도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는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형 모델을 만들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의 종합예술판인 정치라 할 수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민주시민을 학교부터 양성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살고 있는 곳곳에서 정치와 시민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고 활발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같은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대회의장과 국회 잔디밭과 가득 채우는 '국민주권 대토론마당과 정치페스티벌'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