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33도 이상 폭염 시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의무화

노동계 "폭염 규칙 통과 환영하지만 특고노동자는 사각지대…별도 대책 마련해야"

다음 주부터 체감온도 33도가 넘는 폭염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31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다음 주 중 산안규칙을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규개위는 앞서 '영세사업장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해당 규정을 철회하라고 지난 4월 노동부에 권고했고, 노동부도 이를 받아들여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러나 올 여름 예상을 뛰어넘은 폭염 확산으로 인한 온열 질환 사례가 속출하자 결국 판단을 뒤집었다.

규개위는 규정 준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정책 지원 및 홍보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시행하고, 규정 시행 후 집행 상황, 현장 반응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라고 노동부에 당부했다.

노동부는 향후 폭염 고위험 사업장 6만 개소를 중심으로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을 불시 점검할 예정이다.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은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보장, 시원한 물 비치, 냉방장치 가동, 보냉장구 지급, 위급 시 119신고다.

또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이동식 에어컨 등이 필요한 곳에 7월 말까지 총 3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보급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폭염 규칙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해당 규칙을 지금껏 막아왔던 규개위와 노동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규칙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규개위가 지난 두 차례의 권고를 철회하고 '매 작업 2시간에 20분 휴식 폭염 예방 규칙'을 통과한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기는 하지만, 마냥 환영만 할 수는 없다"며 "이미 역대급 폭염으로 경북 구미 건설현장에서 20대 청년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마트에서 카트작업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고, 폭염에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노동자들 소식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시대 폭염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그나마 시행되려는 법마저 제동을 걸었던 규개위에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명 안전 규제는 규개위 심의에서 제외하고, 친기업 인사만으로 채워진 현 규개위 위원구성도 전면 개편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부 또한 사전에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법시행을 위한 총력적인 노력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폭염 규칙 조항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에게 폭염 규칙이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폭염, 폭우시 작업중지권 행사와 소득보전 등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법제도만 가지고는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현장 감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건설, 급식, 물류, 조선, 택배, 배달, 설치. 수리, 이동, 방문 업종, 작은 사업장 등 고위험 사업장과 업종에 대한 폭염 현장 감독과 지원,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택배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의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오늘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보장 조항을 재심사했지만, 불행히도 규개위의 폭염대책에 10만 명에 달하는 택배 노동자는 제외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휴식 의무화 조항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폭염으로 인한 위험이 이들에게 더욱 집중화된다"면서 △택배 서브터미널 내 적절한 온도·습도 조절장치 설치 △택배사 분류인력 투입 강제 △주7일 배송의 경우 백업기사 등 충분한 인력충원을 통한 택배노동자들의 선택적 주7일 배송 참여 보장 등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폭염이 계속된 11일 서울 광장시장 주변에서 오토바이 배달노동자가 짐을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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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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