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계는 "예방할 수 있는 죽음임에도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며 정부에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의 즉각 추진을 촉구했다.
8일 경북소방본부와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의 일용직 노동자 A 씨가 쓰러져 숨졌다.
이날 첫 출근한 A 씨는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다 공사 현장 지하 1층에서 앉은 채로 쓰러졌다. A 씨를 발견한 동료는 곧바로 신고했으나,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A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보건 당국은 발견 당시 A 씨의 체온이 40.2도였던 점을 미루어 보아 사망 원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 영장을 신청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8일 성명을 내고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이 죽음은 폭염 속에서도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노동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사업주의 안일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더위도 재해이며,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며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고용노동부는 폭염 관련 사업주 예방조치를 '지도 권고' 수준에 멈췄다"며 "만약 법적인 강제 조항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해당 노동자들은 2시간 20분마다 휴식을 취하고, 작업 시간대가 조정되며, 이동식 냉방기 설치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보장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노동부에서 만들어졌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업 부담' 운운하며 이를 가로막았다"며 "사람의 생명보다 규제 완화를 우선시한 결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재난 속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노동부는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혹서기 작업중지 의무화, 이동식 냉방기 설치,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등의 실질적 조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위원회는 산업안전보건 규제 완화 권고를 즉시 철회하라. 아울러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강제 규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폭염 등에 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점검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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