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에 지구 곳곳 몸살…'폭염' 프랑스 산불 번지고 미 텍사스 홍수 사망자 100명 넘어

건조한 초목 돌풍이 훑으며 산불 확산…"홍수 피해 난리" 텍사스 주지사는 궤변만…

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 스페인 카탈루냐까지 지중해 북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빠르게 확산했다. 이른 폭염으로 초목이 건조해진 가운데 돌풍이 불면서다. 지난주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홍수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 <가디언> 등을 보면 초여름 폭염으로 말라붙은 초목을 돌풍이 훑으며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부슈뒤론주 마르세유 인근에서 산불이 빠르게 번졌다. 이날 오전 마르세유 북쪽 레펜미라보 지역 도로에서 차량 화재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시속 70km에 이르는 돌풍과 만나 700헥타르(ha·약 200만 평)를 태우며 순식간에 마르세유 문턱까지 왔다.

마르세유 시장 브누아 파양은 불길이 "마르세유 문 앞"에 왔다며 주민들에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지역 당국은 주민들에 문을 닫고 문틈에 젖은 천을 널어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라는 휴대 전화 알림을 보냈다.

브뤼노 르타이오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 화재로 인해 응급 구조대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400명가량이 대피했고 사망자는 없었다. 르타이오 장관은 주택 10여 채가 파괴됐으며 63채가 손상됐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마르세유 중심부에서도 연기 냄새가 나는 가운데 화재가 시작된 레펜미라보 주민 모니크 바이야르는 "종말이 온 듯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지역과 가까운 마르세유 북부의 두 주민은 "매우 짙은 연기가 가득했고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정오 무렵부터 마르세유 공항 이착륙이 중지됐지만 오후 9시30분께부터 일부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마르세유를 오가는 많은 열차 노선이 운행을 중지했고 인근 일부 도로도 폐쇄됐다.

마르세유에서 서쪽으로 220km 떨어진 프랑스 남서부 나르본에서도 전날부터 이어진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며 2000헥타르가 불탔다.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 타라고나에서도 시속 90km에 이르는 돌풍을 타고 산불이 빠르게 번지며 8일까지 3000헥타르를 태웠다. 당국은 타라고나 주민 1만8000명에 집 밖에 나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들 지역이 6월부터 때이른 폭염에 시달려 초목이 바짝 말라 불에 타기 쉽게 된 상황에서 지역풍인 '미스트랄 바람'이 불어오며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남프랑스와 지중해 북부에 영향을 주는 이 차고 건조한 북서풍은 주로 봄·겨울에 불어오며 때로 시속 100km가 넘는 돌풍을 일으킨다.

그리스에선 당국이 8일 아테네 기온이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오후 1시~5시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미 텍사스 홍수 사망자 늘며 트럼프 정부 재난 관리 기관 감축에 쏠리는 눈

미국 텍사스주 홍수 사망자는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 8일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 각 지역 당국 발표를 종합해 사망자가 11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커 카운티에서만 16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카운티까지 포함하면 최소 173명이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희생자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일 새벽 이 지역에 3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과달루페강 수위가 순식간에 높아지며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가 강 주변 캠프장을 덮치며 어린이 희생자가 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자 어린이 대상의 '캠프 미스틱'에 참가한 어린이와 상담사 27명이 숨졌고 8일까지 여전히 5명의 어린이, 1명의 상담사가 실종 상태다.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경보를 포함한 당국의 재난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8일 애벗 주지사가 대응 실패 관련 조사를 벌일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패배자들이나 쓰는 말"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상황을 미식축구에 비유하며 "모든 미식축구팀은 실수를 한다"며 패배한 팀은 책임을 전가하지만 승리한 팀은 실수에 대해 "우린 해냈다. 다시 득점해 이길 것"이라고 말한다며 궤변을 폈다.

적시에 재난 경보 및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연방정부 감축 기조 아래 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기관들인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방재난관리청(FEMA) 인력 감축도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대규모 재난 대응을 관리하는 직원을 포함해 재난관리청 직원 4분의 1, 기상청 직원 수백 명을 포함해 해양대기청 직원 5분의 1이 줄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난관리청 폐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AP>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홍수 뒤 관련 질문에 답변을 회피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취재진에 여전히 재난관리청을 폐지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을 돌렸다. 7일 유사한 질문을 받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원이 주 정부에서 나오든 연방정부에서 나오든 대통령은 미국 시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항상 필요한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 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외곽 해변에서 산불로 인한 연기가 보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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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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