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는 국민의힘 전당대회…탄핵반대파 간 '김앤장' 결선투표

'친 전한길' 김문수·장동혁 나란히 1·2위…"이재명 정권 무너뜨리자", "내부 총질자 정리"

국민의힘 탄핵 반대파 당권 주자인 김문수·장동혁(가나다순) 후보가 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결선을 치르게 됐다. '윤석열 어게인', '친 전한길' 기조로 강성당원 잡기에 나선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며, 탄핵 찬성파 당권주자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은 22일 진행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 4명(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 중 5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2위 후보 간 결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 대표 후보자 순위와 득표율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결선 진출자로 김 후보와 장 후보의 이름이 호명되자, 장내 다수를 이룬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이에 호응하듯 김 후보는 결선 진출 소감에서 "이재명 정권을 반드시 무너뜨리자"며 "당을 강력하게 투쟁하는 정당으로 만들자"고 외쳤다. 장 후보 역시 지지 않고 "내부 총질자를 정리하고 단일대오"로 나아가자며 "분열 없는 국민의힘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결선은 오는 23일 한 차례 TV토론을 거친 뒤, 24일부터 25일까지 당원 선거인단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물어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선투표 집계 결과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당 대표직을 두고 맞붙게 된 김 후보와 장 후보는 확장성보다 선명성에 선거운동 초점을 맞춰왔다. 특히 전한길 씨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며 강경보수 색채를 강화했다.

전당대회 뒤 기자들과 만난 두 후보는 대여 투쟁력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당 대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탄핵 찬성파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올 복안은 마땅히 제시하지 못했다. 당내 '다른 목소리'를 "분열"(김 후보), "내부 총질"(장 후보)로 치부했다.

김 후보는 "한 번도 투쟁 안 해본 분들이 말로 투쟁하는데, 그런 말로 흉폭(흉포)한 193석의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166석), 이재명 대통령, 행정, 입법, 사법, 방송 그리고 민주노총 전체를 다 쥐고 있는 저들과 싸워 이길 수 있나"라며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김문수 외에 누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점이 약점으로 꼽히는 김 후보는 "장외 투쟁"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당 내부 통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경험이 많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피력했다.

장 후보는 "낡은 투쟁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며 "당의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분들을 '통합'이라는 애매한 말로 계속 끌고 가겠다며 어떤 결단도 하지 못해 우리가 탄핵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론은 따르는 게 맞다"고 강조한 장 후보는 "단일대오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김 후보의 '대선 후보 단일화 사태'를 겨냥한 듯 "상황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사람은 공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22일 충북 청주시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결선에 진출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앤장' 지지자 기싸움도 팽팽…찬탄파에는 또 "배신자"

이날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김 후보와 장 후보 지지자들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일찌감치 행사장 밖에 홍보 공간을 마련한 두 후보 캠프는 장구와 현수막 등 각종 응원 도구를 활용해 각 후보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곳곳에 '윤 어게인' 손팻말, 태극기,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비방 문구를 띄운 시위 차량도 보였다. 보수 유튜버들이 몰려와 휴대전화로 현장을 생중계했다.

안철수·조경태 당 대표 후보, 김근식·양향자 최고위원 후보의 지지자들까지 탄핵 반대파 극성 당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탄핵 찬성파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치며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의 열기가 과열된 탓에, 이날 장내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야유, 비방, 기타 질서 유지를 저해하는 행위는 삼가달라"는 안내 방송이 여러 차례 나왔다. 또한 '언론인' 비표를 받고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난립해 논란을 일으킨 전한길 씨 사태의 영향으로 출입문에 안내문을 붙이고, 출입기자 입장 관리를 종전보다 까다롭게 했다.

한편 8명의 본선 진출자 중 4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득표순) 후보가 당선됐다. 김근식·김태우·손범규·최수진 후보는 낙선했다. 최고위원 당선자 중 양 후보는 유일한 여성 당선자이며, 탄핵 찬성파 후보다. 나머지 세 최고위원 당선자는 탄핵 반대파로, 당내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만 45세 미만 당원에 한해 출마가 가능한 청년 최고위원은 우재준 후보가 뽑혔다. 우 후보는 현역 초선의원으로, 비상계엄 옹호 세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당원 선거인단 투표(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0%) 결과를 반영해 이번 전당대회 당선자를 가렸다. 새 지도부의 임기는 당 대표가 선출되는 26일부터 시작하며 기간은 2년이다. 신임 대표 당선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주도하게 된다. 탄핵 국면 등으로 깊어진 당내 갈등과 여론 회복을 위한 개혁 과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결선투표 진출자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22일 충북 청주시 오스코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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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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