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청문회 앞둔 여야, '전 부인' 등 증인 두고 대치

金, '부처 보고'·'외신 간담회' 등 파격 행보…野 "벌써 총리 행세"

여야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김 후보자의 전 부인 등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대치하면서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안 의결이 난항에 부딪혔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일정인 24~25일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실시계획서와 자료 제출 요구안을 의결·채택했다.

그러나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안에 대해선 여야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날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특위 위원장은 "증인·참고인 문제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와 과거 금전 거래가 있었던 채권자 강신성 씨 등 돈거래 의혹 관련 인사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의 아들 유학비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의 전 부인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이 이에 반발하면서 협의는 결렬 상태에 이르렀다.

특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국민의힘이 요청한 증인 명단은 지금까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반드시 출석이 필요한 인물들"이라며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직전 정부의 대통령, 국무위원과 심지어는 우리 당 대통령 후보에 이르기까지 이번 인사 청문회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을 대거 증인 리스트에 포함했다. 누가 보더라도 물타기용 증인 리스트"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김 후보가 아들의 고액 유학 경비, 미국에서의 생활비 이런 것을 어떻게 충당을 했느냐 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 '전 배우자가 다 일임해서 비용을 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답)했다"며 김 후보자 전 부인 증인채택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곽 의원은 "해외 반출 계좌를 자료로 제출하고 거기서 송금한 것이 확인되면 전 배우자는 증인으로 채택했다가도 철회할 수 있는 문제"라며 "반드시 (김 후보자 전 부인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만약에 증인 신문하기 전까지 자료가 제출되면 증인은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여당의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놓고 '물타기용이다'라는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우려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협조를 하겠다고 했고, 또 이후에 정회하고 나서 (민주당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증인·참고인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지금까지 역대 청문회에서 가족을 이렇게 증인으로 신청한 경우는 제가 찾아봤는데 없었다. 선을 지켜야 한다"며 "후보 본인에 대한 어떤 신상이나 정책 검증은 청문회 때 후보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지, 이걸 (의혹을) 가족이나 이런 식으로 확장을 해가지고 (정치) 불신을 자초하거나 네거티브로 가고 이러는 건 아니다"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 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여당 간사로 선임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 의원(왼쪽)이 야당 간사로 선임된 배준영 의원을 바라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부터 본인 페이스북에 차례로 글을 올리며 △돈거래 의혹, △아들 '아빠 찬스' 의혹 등 본인에 대한 야권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대부분의 의혹들에 대해 "표적수사, 증거조작, 허위보도, 증인압박", "만들어온 쓰레기"라는 등 강한 표현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최근 보수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유통된 '노부부 투서사건' 의혹을 언급, 해당 사건은 녹취록 제출 등을 통해 '이미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이라고 설명하며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검찰의 천인공노할 허위투서 음해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김 후보자는 "2008년 내가 두번째 표적사정에 의해 정치자금법으로 조사를 받을 때, 혐의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유포하며 나를 압박하던 검찰은, 급기야 자신들이 조사하여 무혐의 처분이 난 2005년 그분의 사건을 <월간조선>에 흘렸다"며 검찰과 언론 간의 유착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올린 글에선 "(2002년 당시) 제가 요청하지도 않은 중앙당 지원금 성격 기업 후원금의 영수증 미발급으로 인한 추징금 2억을 당시 전세금을 털어가며 갚았다", "중가산세의 압박 앞에서 허덕이며 신용불량 상태에 있던 저는 지인들의 사적 채무를 통해 일거에 세금 압박을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는 등 본인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또 국무총리가 아닌 후보자 자격으로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이례적인 공개행보도 이어나가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위해 부처 보고를 받는 일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를 공개회의 형식으로 진행하며 후보자가 직접 모두발언을 남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후보자는 전날 외교안보·사회복지 부처 보고 모두발언에서 본인의 이 같은 행보를 "정책 중심 청문회의 취지에도 맞고 과거의 선례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재명 정부는 경제성장의 회복을 넘어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회복을 이룩하는 실용 정책을 펼쳐가기로 국민들께 약속드리고 출범했다"는 등 국정운영 포부를 밝혔다.

그는 16일 경제·민생 부처 보고 모두발언에서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바 있는, 100일 내에 실행 가능한 민생 체감 정치 정책의 발굴 준비가 제대로 시작되고 있는지 각 부처에서 진행 상황을 좀 확인해 보고 싶다"는 등 차후 총리로서의 본인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야당에선 "인사 검증도 거치지 않은 김 후보자가 경제부처 공무원을 불러 업무 보고를 받았다", "벌써부터 국무총리가 다 된 것처럼 행세하는 경거망동"(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대통령께서는 일관되게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주창해 오셨다. 한미동맹을 한국 외교안보의 확실한 근간으로 하고,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를 외신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등 공개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김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논란을 '10대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과 야당 특위 위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한 돈줄 △수입을 압도하는 지출 △무소득 자산가 △마이너스 기부 △제2의 조국 △아들 학비 출처 △분신술 △지역구 위장전입 △판결문 위에 해명문 △반미 전력 등을 김 후보자에 대한 10대 의혹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총리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김 후보자를 압박하는가 하면, 청문회 진행과 관련해서도 "청문회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저희가 요청하는 필수 증인과 참고인을 모두 수용해 주시고, 공식 요청한 자료도 3일 내에 제출해 주시라"라고 촉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날의 외신기자 간담회에선 16일 <경향신문> 보도로 확인된, 과거 김 후보자가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 하다"고 말하는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입장을 보인 일에 대한 질문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기자로부터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인가' 묻는 취지의 질문이 나온 것.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선 "차별금지법을 본인의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고, 자신의 개인적인 또는 종교적인 신념에 기초해서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해당 입법으로)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두 목소리 사이) 접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 앞에서 제 개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시민사회에선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행정 각부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현실 인식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보수개신교계의 '반민주적 요구'가 더 이상 '종교의 자유'나 '합리적 의견'으로 포장되어서는 안된다"는 등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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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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