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한민국'이라 부르니 우리도 '조선'으로…종교인들 "이것이 평화공존 첫걸음"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북한이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부르면, 우리도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순리"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며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는 등 남북관계에 대한 적대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원로 종교 지도자들이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지는 것으로부터 평화적 관계 구축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에 동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 의장 김희중 대주교,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전 교정원장 오도철 교무, 천도교 전 교령 박남수, 유교 전 성균관장 김영근,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전 회장 이범창 등 한국종교지도자 원로회의는 서울 달개비에서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참된 평화공존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여 부르는 것은 그 첫걸음"이라며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1991년 유엔 동시가입으로 남북을 각각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이라는 공식 국호로 부르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는 결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화를 향한 성숙한 자신감의 표현이며, 대결과 증오를 넘어 대화와 신뢰의 길을 여는 작은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북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요청한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는 평화공존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공존은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대결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존중하며 생명의 가치를 함께 지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록 지금은 대화의 문이 닫혀 있고 단절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살아 있는 한 평화의 시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안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종교인들이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평화 공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 2일 서울 달개비에서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소속 원로 종교인들이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종교지도자원로회의

이에 대해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7대 종단의 원로 지도자들께서 '상대의 이름을 존중하는 것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라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첫 걸음은 "상호 간 공식 국호를 부르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부르면 우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순리"라며 "이미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한 남북 간 합의서에는 공식 국호가 사용되고 있고,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할 때에도 국가 단위로 각각 가입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민족공동체의 미래, 평화통일의 미래 측면에서 긴 역사적 안목에서 바라보면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큰 그림 속에서 대화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평화의 가치, 생명의 가치가 담긴 지혜를 모으신 종교계 원로분들의 뜻과 평화통일 염원에 존경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지난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3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휴전선을 국경선화 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각종 문건 및 보도에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표기해 왔다. 이를 두고 남한에 대한 적대성을 높여가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지난 3월 22~23일에 진행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 개정된 헌법에 적대성이 강조되지는 않으면서 두 국가에 대한 입장은 유지하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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