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발전소 끝내자"…분노한 발전 비정규직들 '올여름 공동파업'

8대 대정부 요구안 발표 "근본 대책 없으면 파업 돌입"… 고 김충현 대책위와 '총력 투쟁' 선포

2018년부터 위험의 외주화 근절 및 발전사 공영화를 두고 공동 투쟁을 이어 온 발전 비정규직 노조들이 최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충현 씨의 사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총력 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또 대규모 해고와 지역 경제 위기를 낳을 화력발전소 연쇄 폐쇄에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발전소 노동자 모두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여름 공동 파업도 선포했다.

5개 발전 공기업의 1·2차 하청노동자들이 소속된 '발전 비정규직 연대'는 9일 오후 1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태안화력 산재 사망자 김 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과 향후 노조의 투쟁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발전 비정규직 연대엔 발전사 1·2차 하청업체의 6개 노조가 참여한다. 금화PSC지부, 한국발전기술지부,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 발전HPS지부, 일진파워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등이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죽음의 발전소, 우리의 투쟁으로 멈추자"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전소 폐쇄 총고용 보장을 위해 올여름 전 조직적 공동 파업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시, 올 여름 전력피크 시기에 전국적인 공동 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노조는 2018년, 그해 12월 고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하기 전부터 위험의 외주화 철폐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워왔다. 그 과정에서 김용균 씨의 산재 사망이 발생했고, 노조는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지금까지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근절(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는 투쟁을 적극 이끌어왔다.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태안화력 고 김충현 사망사고 발전비정규직연대 입장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년 만에 하청노동자인 고 김충현 씨가 또다시 태안화력에서 산재 사망하자, 이들은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에도 함께 하고 있다. 발전 비정규직 연대는 이날 "고 김충현 동지의 죽음을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대책위와 함께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2018년 고 김용균의 사망 이후에도 정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지속된 외주화와 현장 인력 부족, 안전 시스템의 공백이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하며 발전소를 지켜오던 한 젊은 노동자를 기어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실하고 꼼꼼하던 그는 동료들이 믿고 의지할 만큼 든든하고 넓은 사람이었고, 틈틈이 공부하고 책을 읽던 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우리 모두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며 "그는 또 다른 우리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고인이 소속된 한전KPS 하청업체는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이 변경됐고 잦은 업체 변경은 고용불안을 가져왔으며, 고용불안은 노동자들이 안전보장을 요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고용안정과 안전한 일터는 별개의 문제가 아닌 하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근본 대책인 이유"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도 전국의 발전소에는 고 김충현 동지와 똑같은 조건 속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이유로, 현장의 부족한 인력은 채워지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무강도가 강화되며,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발전소 폐쇄 총고용 보장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2021년 정부가 약속한 발전 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안인 한전산업개발(한전 지분 29%) 공공기관화를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여당은 과거 한전 소유였던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공영화한 후, 여기에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의 1·2차 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화를 이행한다고 수차례 약속해 왔다.

이들은 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도록 총 고용을 보장할 것"과 "정부, 발전사, 협력사,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사회적 거버넌스를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신규 LNG 발전·공공재생에너지 사업에 폐쇄된 발전소 인력을 우선 고용토록 명문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태안화력 고 김충현 사망사고 발전비정규직연대 입장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폐쇄될 발전소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지역사회 붕괴를 막기 위한 민간 경쟁입찰 중단 및 전면 수의계약 도입 △일자리 전환을 위한 육성·지원 정책 마련 △발전 정비시장 민간 개방 확대(민영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석탄화력발전 폐지에 따른 고용-지역 대책을 포함한 실태조사 연구용역 집행 등 총 8개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어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의 요구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들은 "노조와 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원·하청 3개 업체가 유족에 사과하고 정당한 배·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장 인력 확충과 관련해 "위험업무 2인 1조 체계를 수립하고,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확충하지 않고 있는 인력을 충원하고 발전소 전체에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달라"고 밝혔다.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 또한 발전 비정규직 연대와 함께하고 있다. 대책위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관련 대책 마련을 주장하며 "발전소 폐쇄와 관련된 모든 노동자의 총 고용을 보장하고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현재 경찰이 고인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은 채, 유족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하려 한다"며 "경찰은 고 김충현 님의 유족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라"는 입장문을 냈다. 대책위엔 유족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는 산업재해로 사고 경위가 작성된 경찰 조서를 지적하며 "경찰도 방호장치가 없는 현장에서 안전관리 미비로 인한 산업재해임을 알고 있다"며 "지금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부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부검 시도가 경찰 혹은 타 기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은 지금이라도 고인의 시신을 유족에게 조속히 인도하고, 남은 수사는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태안화력 고 김충현 사망사고 발전비정규직연대 입장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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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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