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제2의사당 건립이나 국회 이전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바이지만, 국민의힘은 "여의도 언어로 통칭되는 50년의 정치 문법을 끝내자"는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새로운 정치 질서"와 결부시켜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던 것과 흡사한 논리여서다. 야권에서는 국회 이전을 통상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당 비대위 공개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낡은 정치의 상징이 된 여의도 국회 시대를 끝내고 국회 세종 시대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며 "소위 '여의도 언어'로 통칭되는 50년의 정치 문법을 과감하게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개헌을 비롯해 많은 시대적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이제 물리적, 공간적 개혁까지 함께 추진할 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차원이 아니다. 정치의 중심을 지방으로 옮겨 국토 균형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효율적 국가운영을 위한 새로운 정치 질서를 열겠다는 결단"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1975년 여의도 국회 의사당의 문을 연 후 50년을 맞는 해"라며 "지난 50년 동안 우리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다수 권력의 오만과 입법폭주, 헌정질서 훼손, 국정 파괴라는 불행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헌정질서 훼손' 사례로 결정된 12.3 비상계엄 사태는 그 역시 주요 공간적 배경 중 하나가 국회였음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그러면서 "여의도 국회 부지는 국민께 온전히 돌려드리겠다. 서울의 심장부 여의도를 정치의 진지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문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으로 다시 디자인하겠다"며 "세종 시대를 여는 국회 이전과 여의도를 국민께 돌려드리는 정치 혁신, 그 길에 국민의 힘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세종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의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며 "기득권을 완전히 내려놓고 말이 아닌 실행으로 정치의 지형을 바꿔서 국민의 삶을 향한 세종 정치의 시대를 힘차게 열겠다"고도 했다.
지난 4일 헌재 결정으로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은 3년여 전인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그 이유와 관련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는 청와대를 "제왕적 권력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공간이 그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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