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때리던' 국민의힘, 대선 직전 장애인의 날에 '침묵'

국힘에서 '차별'은 '금기어'?…민주당 "尹정부 3년간 장애인 차별만 심화"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시민사회 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 등 차별 철폐 문제를 오는 6.3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의제로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여야의 '정반대' 장애인 정책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김동연 등 대선 경선 후보들이 앞다퉈 '차별 철폐'를 강조하며 관련 메시지 및 공약을 제시하는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시위' 때리기에 나섰던 국민의힘에선 8명의 주자들 중 다수가 침묵했다.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 연합체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 장애인차벌철폐의날(장애인의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열고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강고한 투쟁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420공투단은 정부가 시혜적인 관점으로 지정한 '장애인의날'이 "차별과 억압을 은폐시키는 날로 기능하고 있다"며 이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명명해 매년 결의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 관련기사 : "내 장애는 '역경'이 아니다 … 동정과 시혜는 집어치우라")

420공투단은 이날도 오후 본대회를 통해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행진'을 실시, 이후엔 1박 2일 노숙농성을 진행한 뒤 이튿날 8일 아침 8시에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휠체어를 타고 출근지하철에 탑승하는 시민운동 '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나선다. 윤석열 정권 기간 동안 정부·여당으로부터 공격 받아온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취지를 전달하려는 취지다.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시민사회는 이날 장애인의날을 맞아 정치권의 장애인 관련 메시지를 주시했다.

지난 202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전장연 때리기'로 장애인계와 각을 세워온 국민의힘은 '장애인의 날'인 이날 종일 침묵을 지켰다. 김문수·홍준표·나경원·이철우·유정복·한동훈·안철수·양향자 등 8명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날 오후 3시께를 기준 장애인의날 관련 메시지나 공약 발표 없이 부활절 관련 메시지 및 경선 TV토론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경원 후보만이 오후 4시께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따로 장애인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당에선 신동욱 수석대변인 명의로 장애인의날 관련 논평이 발표됐지만, 이마저도 "우리는 '장애인의 삶'이 '기준'이 되는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등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강조하는 '장애인 차별', '장애인 혐오' 등의 단어는 아예 논평 전문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거 오세훈 서울시가 '장애인의날' 보도자료에 '차별'이란 단어를 배제해 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을 샀던 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장애인의 날'을 반대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특히 논평에서 신 대변인은 "그동안 국민의힘은 장애인 사회참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이준석 전 대표 재임 시절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불법·폭동 등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해 '특정 집단·계층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 자당 내 장애인 당사자인 김예지 의원이 이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이동권 시위 현장을 찾은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오랫동안 장애계와 대치를 이어왔다. 이에 420공투단은 이날 "윤석열 파면 이후 그동안 장애인권리약탈자들이 약탈해온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염원해왔다"고 호소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맥락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나오지 않은 채 장애인에 대한 '당의 노력'을 어필한 셈이다.

국민의힘에선 장애인의날을 앞두고 지난 18일 대선공약기획단이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해당 공약에서도 근 몇 년간 장애계와 정부 간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자리했던 '이동권', '탈시설' 등의 단어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에선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일제히 '차별 철폐', '국가 책임' 등의 개념을 명시한 장애인 관련 공약을 제시해 국민의힘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공개한 장애인정책발표문에서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당사자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장애인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확충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실시 △장애인 통합교육 환경 구축 등 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나아가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그간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보여준 집행력 부족과 부처 간 조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일관성과 조정 권한을 갖춘 실질적 컨트롤타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장애인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애연금 2배 인상 및 장애인연금 단계적 확대 △장애인 정책예산 OECD 평균 수준 상향 △현물 지원 위주의 현 장애인 예산구조를 현금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 등 관련 정책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당 논평에서도 '차별' 개념이 강조됐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서면브리핑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차별 없는 일상 속에서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장애인의 이동권, 자립생활, 소득보장, 교육, 일자리 등 모든 권리와 존엄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변함없는 연대와 실천을 다짐한다"고 했다.

당 인권위원회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그간 장애인들이 이동권, 참정권,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 목소리를 냈을 때, 혐오와 배제로 응수하지 않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 이에 기생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혐오세력에도 함께 맞서겠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의 의의에 대해 "장애는 차이 일뿐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되새기는 날이길 바란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당 전국장애인위원회에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장애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윤석열정부 3년간 '약자복지' 운운하며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 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더욱 노골화되었고 불평등은 심화됐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 이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짜 대한민국은 장애평등사회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이날 장애인의날 의의에 대해 "장애인이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동정'과 '시혜'의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언하고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지난해 1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승강장에서 열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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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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