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피크' 찍었나…기술 발전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양회와 중국 경제 : 성장 한계인가, 새로운 도약인가?

중국에서 매년 3월 개최되는 양회(兩會)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경제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2024년에 이어 올해 2025년 양회에서는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產力)'과 '과학기술 자립자강(科技自立自強)'이 강조됐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 혁신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의 성공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마이클 베클리교수와 할 브랜즈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피크 차이나(Peak China)'를 맞이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중국 경제 침체의 원인: GDP 구성 요소의 전반적 부진과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 경제 성장 둔화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GDP의 구성 요소인 투자와 소비 및 순수출(수출- 수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투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2020년 정책에서 제시한 내수와 수출입 위주의 쌍순환(雙循環) 경제성장 전략은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제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 진작은 실패하고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과거 부동산 개발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의 채무로 인해 인프라 투자 중심의 경제 발전 모델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민간의 고정 투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 않다.

중국국가통계국(國家統計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정 투자 비율은 2015년 42.7%에서 2023년 41.1%로 유사하다. 고정자본형성총액(GFCF, Gross Fixed Capital Formation)은 단순히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 뿐만 아니라 공장, 기계, 첨단 기술 산업(예: 반도체, AI, 재생에너지) 등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모든 유형의 투자를 포함한다. 따라서 2025년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언급하고 있는 한편, 기존 부동산 중심 투자에 대한 대체제로 신흥산업과 기술 혁신을 통한 장기적 성장 모델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중국 경제에서 가계 소비 비중은 2015년 이후 38~39%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정부 소비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소비 위축은 부동산 가치 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사람들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일본식 장기 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해 해외의 문화에 대한 개방정책을 확대한다는 조치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의 변동성 또한 커지고 있다. 과거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GDP대비 순수출은 트럼프1기 0.6%~2.4%로 최저 수치를 기록했었다. 비록 최근 중국이 전기차 같은 첨단 산업에서 약진하기 시작했으나,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다. 양회에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대외 개방을 확대한다 (無論外部環境如何變化,始終堅持對外開放不動搖)"고 언급했으나, 대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회의에서 박수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기술 발전과 브레즈네프 시대의 유사점

일각에서는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세종대 최필수교수는 2024년 11월 11일 자 <인민일보>의 '미친 소와 느린 소'라는 개념을 인용하며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고속 성장(미친 소)에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느린 소)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느리더라도 민간 소비를 위한 정부 지출을 늘리지 않고, 지방 정부 채무 건전화를 위해 지출을 사용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국가중대전략'과 '중점영역의 안보능력'을 구축하는 '양중건설(兩重建設)'에 재정을 투입하여 첨단 기술 발전과 국방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기술 발전이 반드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이정남 교수는 중국의 발전 방향이 과거 소련의 브레즈네프 시대와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소련은 국가 주도로 군사 및 우주 기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지만, 중앙 계획 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성으로 인해 소비재 산업이 낙후되었고, 결국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침체를 겪었다.

양회의 대응 : '신품질 생산력'과 소비 촉진

이번 양회의 키워드는 중국 정부의 발전 전략이 기존 개혁과 시장 중심 전략에서 기술 혁신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다음 표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2019년 정부공작보고에서는 '개혁', '개방', 그리고 '시장' 키워드가 강조됐으나, 2024년 이후 '신품질 생산력'과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 표. 2019~2025년 양회 정부공작보고 키워드

특히 이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신품질 생산력'이 강조된 반면 작년까지 강조하던 '고품질 발전' 용어의 사용 빈도수가 감소했다. 고품질 발전은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고부가가치로 발전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의미한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신품질 생산력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고 새로운 생산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새로운 생산관계에 대한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보인다.

신품질 생산력에 대한 강조는 최근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는 중국 기술력의 발전에 따른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 지도부가 중진국 함정 개념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시사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 구조는 가계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과도하게 의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이제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약, 신에너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스마트 및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신주간 등 경제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개혁과 시장을 등한시하는 중국 정부의 발전 방향이 어떻게 소비 진작으로 연계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중국 경제, '피크 차이나'인가 새로운 도약인가?

현재 중국 경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GDP 구성 요소가 전반적으로 부진함에 따라 기술 발전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하다. 2025년 양회에서 강조된 '신품질 생산력'과 '과학기술 자립'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아 경제 성장 둔화가 고착될 위험도 크다.

브레즈네프 시대 소련이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체를 겪었던 사례를 고려하면, 중국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피크 차이나'라는 평가를 넘기 위해서는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의 혁신과 더불어 시장 진작을 더욱 강조하는 개혁 초기의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향후 중국 정부의 정책 효과와 글로벌 경제 환경이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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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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