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표심 겨냥 "연금개악" 공세에…진보·보수 모두 "선동·갈등 정치"

유승민·안철수·한동훈 등 "청년독박 연금" 주장에…박용진·윤희숙·우원식 일침

유승민·안철수·한동훈 등 보수진영 일부 대선주자들이 여야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을 두고 '청년 독박론' 등 세대 간 불균형성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국회의장과 중도·보수 성향 언론에서까지 '몸집 불리기를 위한 선동', '세대 갈라치기'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승민·안철수·한동훈 등에 대해 "무책임한 선동으로 연금개혁 판 엎으려는 얄팍한 정치 4인방"이라 규정하며 "여태 뭐하시다 이제와서 웃기고들 계시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 분들은 모두 윤석열 여당의 당대표를 했거나 여당 대선주자가 되고자 하는 책임있는 정치인들"이라며 "그런데 (연금개혁의) 논의 과정엔 '침묵모드'이다가, 이제와서 무책임한 거짓선동으로 편하게 2030청년세대 표만 빨아들이려는 얄팍한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로 합의된 국회의 이번 연금 모수개혁안을 두고 "(이번 연금안에선) 86세대는 고통 대신 이익을 받고, 그걸 위해 청년세대가 더 고통받게 된다"며 "합의했으니 청년세대가 독박쓰고 넘어가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특히 민주당을 겨냥 "민주당은 민노총과 86세대를 위해 챙길 것을 다 챙기고 나머지는 연금특위로 넘겼다"는 등 책임론을 제기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당 대권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도 한 전 대표와 같은 취지로 '세대 간 불균형'을 주장하며 연금개혁에 반대했다. 이들은 모두 '기성세대는 덜 내고 더 받고, 청년세대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라는 취지로 이번 연금안을 비판하고, 연금개혁안 통과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거부권 행사 등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박 전 의원은 이들의 주장을 두고 "소득대체율 43%의 의미는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이면 43% 받는다는 뜻이다. 50세는 이번 연금개혁의 소득대체율을 10년 적용받고, 20세는 40년 적용받는 구조"라며 "50대가 받는 연금액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개혁이 빠를수록 4050이 인상된 보험료율을 통해 연금재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모수개혁상 기성세대의 유리함을 주장하며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을 제안한 데 대해선 "'86세대만 꿀 빤다'는 선동과 달리, 실제 우리 사회에 노후 준비가 된 중장년층은 별로 없다"며 "이 상황에서 중장년층 보험료율을 더 많이 인상시킨다? 이들의 노후준비를 흔들면 흔들수록 청년층의 부양 부담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삼모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은 "'연금개악'을 말하는 정치인들 모두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 후보였거나 후보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협상과정에서는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광분하나"며 "이들의 정치 행태는 청년들의 불안을 달래줄 생각은커녕 불만을 증폭시켜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진짜 나쁜 정치의 전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산학연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에서도 같은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부설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윤희숙 원장(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의 '연금개악' 논리를 두고 "청년 독박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그 배경은 약간 구조를 잘 모르고 하는 비판들"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예를 들면 '8년 동안 0.5%씩 올리는데 왜 소득대체율은 당장 올리냐', 이런 얘기들을 하시는데 그거는 시중의 '카더라' 얘기"라며 "왜냐면 지금 이미 연금 받으시는 분들은 이 혜택이 전혀 없다. (소득대체율 혜택은) 가입 기간 동안만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청년세대가 손해를 보고 기성세대만 혜택을 본다는 '청년독박론'에 대해서도 "지금 예를 들면 586 세대가 은퇴가 얼마 안 남지 않았나. 그러면 그 돈을 내는 기간만큼만 소득 대체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이 얘기는 뭐냐, 돈을 낼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들한테 그 혜택이 많이 가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한동훈·안철수·유승민 등 보수 대선주자들이 이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데 대해 "초선의원들이 문제제기하는 건 저는 되게 바람직하고 좋은데, 잠룡이라고 할 때는 뭔가 지도자급이어야 되지 않느냐"라며 "지난 한 달 동안 사실 제가 (연금개혁을 위해) 이러고 다닐 때 저를 도와주는 목소리가 그 분들 중 아무한테서도 안 나왔다", "이런 모습은 잠룡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행태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주자라 하면) 사람을 이끌고 생각을 이끌고 사람을 타협시키고 조율시켜야 하는데 그런 갈등에 올라타려고 하는 것은 저는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역시 이들이 대선 몸집 키우기를 위해 세대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금개혁 합의를 중재한 우원식 국회의장도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금제도는 계속 손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가야하는 현재진행형 사안"이라며 "이번 합의는 그 시작을 알리는 차원이고, 경직되었던 연금개혁 논의를 보다 유연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가자는 방향성의 제시였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우 의장은 특히 "연금개혁은 세대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이들의 '청년독박'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중도·보수성향의 언론까지 '연금개악', '청년독박' 주장에 대한 비판적 사설·기사를 실었다. 보수 진영 대선 후보들이 대선 행보를 위해 소위 '세대 갈라치기' 등 갈등을 조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취지다.

<동아일보>는 지난 24일자 사설에서 이들의 행보를 두고 "뒤늦게 모수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에 올라타려는 행태는 무책임한 표심 잡기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세계일보>도 "'소득대체율 43%'의 혜택을 기성세대만 누린다는 식의 주장은 소득대체율이 적용되는 가입기간이 청년세대에게 더 길게 남았다는 점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했다.

중도 성향 <서울신문> 25일자 지면 기사도 "'중장년만 꿀 빠는 청년 독박 개혁'이란 프레임은 상당 부분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게 될 쪽은 중장년이 아닌 20~30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언론 등에서 전방위적 비판이 나오자 주자들은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대전 천안함 1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연금 관련 최근 행보가 본인의 당 대표 시절 입장과 상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듣고 "전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통과시킨 지금의 모수개혁은 청년세대가 독박 (부담)하고 (청년을) 착취하는 것이기에 통과돼서 안 된단 것", "이건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유 전 의원 또한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연속해서 글을 올리며 본인을 비판한 사설을 게재한 <동아일보>를 향해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한다"며 "유승민보다 연금개혁 제대로 하자고 외쳐온 정치인이 있었나"라고 반발했다. 그는 "(나는)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기금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어 미래세대의 부담과 불신을 해소하는 근본적 연금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한동훈·안철수 비판에 유승민을 왜 끼워넣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9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에서 '민주를 넘어 공화로 : 헌법과 정치'라는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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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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