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여야 합의로 18년 만의 연금개혁을 성사시켰지만,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의 모수 조정치가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인 3040세대 국회의원들은 연금개혁 논의에 대한 청년세대 참여 보장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재섭·우재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 등 여야 의원 7인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다시 후세대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개혁안에선) 기성세대의 희생 방안이나 구체적인 정부의 의무 강화 등 그 어떤 책임 있는 조치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세대 간 불균형은 더 커지게 됐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국회를 향해서도 "우리 국회의 평균 연령은 57세"라며 "이미 수급 연령이거나 불과 수년 내에 납부 의무에서 벗어나 수급 대상에 들어가게 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세대가 받을 돈은 인상하면서 보험료의 인상 부담은 젊은 세대에게 떠넘겼다는 뼈아픈 비판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모수 조정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몇 년 미뤄졌다고는 하지만, 세대 간 부양 구조에만 맡겨서는 기금 고갈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재정 투입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국고 투입을 내년부터라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이어 "(국고 투입의) 첫걸음으로 '연금소득세' 징수액 총액을 국민연금에 자동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면 좋겠다"며 "연금 수급자들이 내는 이 돈을 현재는 매년 쓰고 없애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후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에 적립하게 되면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차후 연금 '구조개혁' 논의를 위한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에 대해서도 "특위 구성에서부터 30대와 40대 의원들이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인원도 13명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2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대선 잠룡들도 연금개혁안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연금개혁이 정치권 내 대표적인 개혁과제인 만큼, 향후 조기 대선 및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이것이 주요 화두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번 연금개혁안을 두고 "청년들의 부담과 불신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며 "이 개정안대로라면 청년들은 수십 년간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늙어서 한푼도 못 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개혁안 합의를 두고 '큰 개혁안을 끌어냈다'고 자평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말한 국민에 청년들은 없는 게 분명하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이 대표의 속임수에 국민의힘도 언론도 휘둘리고 영합한 결과"라는 등, 이 대표와 여야 정치권 전반을 한 데 묶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최상목 권한대행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국회의 연금개혁 재논의를 촉구했다. 같은 날 유 전 의원의 당내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금개악법 거부권 행사 후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썼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전날 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데 이어, 이날도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청년세대에 독박씌우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이대로 확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국회 연금개정안을 강력 비판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86세대는 고통 대신 이익을 받고, 그걸 위해 청년세대가 더 고통받게 된다", "86세대는 청년세대에 비해 이미 충분히 꿀 빨지 않았나"는 등 '86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대립 구도를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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