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배용준·견종철·최현종 부장판사)는 12일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안 전 지사 측이 김 씨에게 총 8304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충청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는 기각됐다.
앞서 지난해 5월 1심은 안 씨와 충청남도가 총 8347만 원을 배상하되 배상액 중 3000만 원은 안 전 지사 혼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간음, 공무상 위력행위 등이 인정되고, 원고가 주장하는 2차 가해 중 안 전 지사의 배우자가 원고의 진료기록을 유출하고 비방 글을 게시·방조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특히 안 전 지사가 고의로 (자신에 대한) 수사기록을 제3자인 배우자에게 유출했거나, 배우자가 이를 이용해 원고를 비방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자료를 유출해 이를 인터넷에 게시하도록 방조했다고 했다. 충남도에 대해서는 안 전 지상의 강제추행 등 불법행위에 대해 직무집행 관련성이 있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안 전 지사는 김 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증하기 위한 신체 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감정을 주장했다. 이에 김 씨 측은 신체 감정 자체가 원고에게 고통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항소심 선고 뒤 "(피고 측이) 여전히 형사사건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그러다 보니 재판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도 힘들었다"며 "절차는 마땅히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용기를 내 항소심을 진행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받아본 뒤 상고 여부를 차차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계는 재판부가 김 씨가 겪은 2차 피해의 규모를 축소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안희정, 법률대리인, 가족, 측근, 지지자, 정치권, 여론으로 이어지는 이어지는 성폭력 부인 행위와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 괴롭힘의 문제를 협소하게 보고 안희정 전 배우자의 특정 행위에 대해서만 인정하는 재판부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했다.
상담소는 이어 "충청남도는 소속 공무원인 안 전 지사의 직무집행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동 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주체"라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희롱 사안 처리 및 피해자 보호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8년간 정치권의 부당한 폭력에 맞서 사건의 온전한 종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비록 나아갈 길은 멀지만, 이 판결을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가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두울수록 빛나는 사람들의 연대가 견고한 권력에 균열을 내고, 세상을 바꿔내고 있음을 느낀다"며 "피해자와 조력자가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때 우리들의 세상은 조금 더 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를 상대로 성폭행·강제추행·업무상위력간음 등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안 지사는 2022년 8월까지 복역하고 여주교도소에서 출소했으며, 그 사이 김 씨는 2020년 7월 안 전 지사에게 2차 가해 책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