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그 단심 결정에 대해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에 대해서 저희 당으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수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헌재의 불공정성'을 강조했던 직전 메시지와는 결이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당의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을 듣고 이같이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전날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선 같은 취지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며 "(탄핵심판의)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 안 된 상태"라고 답해, 사실상의 '탄핵불복'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을 하루 앞두고 돌연 메시지의 형태가 바뀐 셈이다.
이에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당의 '헌재 공격'이 '탄핵 불복'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듣고 "지도부와 의원들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권 위원장과 달리 전날까지도 탄핵심판 수용여부보다 '헌재의 불공정성'에 방점을 맞춰왔는데, 강성발언을 쏟아내던 권 원내대표까지 메시지를 수정하면서 당이 탄핵심판과 관련한 '수위조절'에 나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혀 내놓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지도부의 메시지는 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 비판에 집중됐는데, 이들은 직전 회의인 지난 20일 비대위 회의까지는 헌재를 향한 'TF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탄핵심판 관련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해왔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총 8번 진행된 비대위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당 '투톱'의 메시지를 통틀어 '헌재 비판' 등 계엄·탄핵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탄핵심판이 최후변론만을 남긴 시기까지 '탄핵반대'에만 몰두한 지도부를 향해 여권 내부에서도 "당이 극우화되고 있다"(조경태 의원), "강성 지지층에게 비위를 맞추는 정치적 행위에 함몰돼 있다"(김성태 전 의원)는 비판이 일고 있는 만큼, 지도부도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며 '조기 대선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따른다.
지도부는 탄핵반대 당론을 강조하며 그간 조기 대선에 대한 당 차원의 금언령을 유지해왔는데, 지난 23일엔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만난 권 원내대표가 직접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박스권이라 해볼 만하다"는 등 조기 대선 관련 발언을 건넸다고도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본인의 해당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실을 확인하며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또 당원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주는 것이 지도부가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권 원내대표는 전날 본인에게 1:1 무제한 토론을 제안했던 이 대표가 권 원내대표의 제안 수락 이후 '원내대표단 3:3 토론을 하자'고 토론 형식을 변경한 데 대해 "이제와서 삼대삼 토론 제안하면서 또 도망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이 대표에게 제안한다. (내가) 이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으니 주제를 가리지말고 1:1로 무제한 토론을 하자"며 "말이 자꾸만 바뀌면 이 대표의 말을 신뢰하는 국민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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