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탄핵 불복' 굳히기?…"헌재, 절차적 공정성 확보 안 된 상태"

尹 탄핵심판 종반에…與, 헌재·사법부 맹폭 "우리법연구회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종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탄핵심판의)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 안 된 상태"라며 사실상 '탄핵 불복'을 시사했다.

권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받아들일 것인가'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며 "(탄핵심판의 절차적 공정성) 그 점에 대해선 계속해서 지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당의 '헌재 공격'이 '탄핵 불복'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듣고 "지도부와 의원들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는데, 권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탄핵인용 시 당이 공식적으로 불수용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상반된 취지로 읽혀 눈길을 끈다. 지도부의 '윤석열 지키기' 기조가 조기 대선 국면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탄핵심판 종반부에 이 같은 기조가 오히려 강화되는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지금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법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를 어겼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헌재가 탄핵선고를 내리면 이미 탄핵찬반으로 갈라진 나라가 더 큰 갈등 속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헌재를 맹비난했다.

권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론 "(헌재 불공정의) 핵심은 역시 대통령 탄핵의 1번 사유 '내란죄'를 철회한 것"이라며 "헌재가 민주당의 사기 탄핵에 동조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핵심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의결정족수 문제로 즉시 각하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헌재 산하 기관이 발간한 주석서는 결국 헌재가 보증한 책인데, 헌재가 보증한 내용을 헌법재판관들이 따르지 않으면 그 권위를 누가 존중하겠는가"라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여당 측이 탄핵심판 절차를 비판하며 주장하고 있는 헌재·사법부 '좌파 카르텔'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금 우리 사법부 전반에 걸친 국민적 불신의 중심에는 '우리법연구회' 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은 스스로 '우리법연구회 안에서 가장 왼쪽'이라고 실토했다. 헌법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법관들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헌재가 한덕수 대행과 최재해 감사원장 등 국정 안정에 시급한 주요 인사들부터 조속히 기각 결정을 내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탄핵심판 대상자들의 방어권과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의 사법독점을 해소하는 사법개혁을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헌재를 겨냥해 공세를 펴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 내렸을 때, 당시 여당인 지금 민주당은 '헌재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력 반발했다"며 "이처럼 헌재는 성역이 아니다. 헌재도 비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맞받아쳤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견제성 발언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이 대표는 본인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 대해 '낙관한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이 된다고 정지된다고 보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그는 "(2017년 당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조차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게 다수설이었는데, 하물며 지금까지 유죄 상태에 놓여 있는 이재명 대표 재판은 당연히 계속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최근 '중도 보수' 정체성을 선언하는 등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선거 전략상의 의도적 우클릭"이라며 "이 대표의 실질적인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배척하고 통합이 아니라 편가르기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진행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태생부터 정치야합의 피조물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군소야당이 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당파적 협잡을 통해 태어났다"며 "이번 대통령 수사는 공수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재차 맹비난했다.

그는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 과정 자체를 두고 "사기 수사"라고 주장하며 "사기 수사의 몸통인 공수처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측 추천인사였던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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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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