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앞둔 인류, 행성으로 이주할 것인가? 대가를 치를 것인가?

[프레시안books] 데니얼 R. 브룩스와 살바토레J. 에이고스타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란 근본적으로 생존이다. 다윈이 말한 진화론의 핵심은 '적자생존'이다. 경쟁을 통해 환경에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 진화다. 그런 점에서 인류가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생명체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별로 없다. 약 4만 년 전 출연한 호모 사피앤스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선두에, 생태 최상위층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더퀘스트 펴냄)의 저자 데니얼 R. 브룩스와 살바토레J. 에이고스타는 이러한 '적자생존'의 의미가, 즉 우리가 아는 진화의 의미가 협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윈의 '진화'란 최고가 살아남는 '적자생존'(surnunal of fitest)이 아니라 당면한 조건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 '적합생존'(surnunal of fit)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의 조건(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조금은 부족하게, 약간의 불안정을 가진 채 살아남는 게 진화라는 이야기다.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몇몇 물고기들은 숨 쉬는 기능인 부레가 폐로 변화하는 진화 단계를 밟았다. 물론, 이러한 폐는 수중생활에는 불필요하다. 자연히 물속에서 폐를 지닌 물고기들은 완벽한 종이 아닌 불안정한 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불안정성, 즉 폐를 지니고 있는 특징이 나중에는 육지로 올라와 네발짐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진화의 역설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조금 부족한, 불안정성의 '미덕'이 진화를 위한, 즉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의 '완벽한' 인류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더퀘스트

사실 태초의 인류는 자기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신체적으로 허약한 인류는 불안정한 주변 환경에 맞춰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존재였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선사시대 인류는 늘 주변에서 사냥할 먹이를 찾아야 했고 이것이 없으면 이동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맹수를 피해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나, 사냥을 위해 도구를 개발하는 등 지능과 자각 능력을 키우며 주변 환경에 적응 해나갔다. 작가는 이를 불안정한 인류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그런 '진화' 덕에 인류는 2만7000년~1만9000년 사이에 발생한 마지막 빙하기(LGM) 이후 발생한 거대 폭풍도 견뎌내고 생존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문제는 새로운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전 인류와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자신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변 환경의 단순화를 통해 불안정성을 통제하려 한 것이다. 수렵을 통한 생활이 아니라 농작물을 심고 울타리를 치고 가축을 기르는, 농경 생활은 주변 환경을 단순화했다. 여기에는 인류를 괴롭히던 불안정성, 즉 굶주림과 맹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1만2500년 전 정착농업이 본격화되면서 인류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자'가 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그런 '최적자' 전략이 지금의 기후 위기, 세계 전쟁, 에너지 고갈 등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작가들은 지적한다. 정착농업은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도시화 되었고, 그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게 됐다. 자연히 자원은 부족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렵 채집을 하던 인류였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선택했겠지만, 정착농업을 선택한 인류는 이를 거부하고 전쟁을 선택했다. 나쁜 환경에서 탈출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몫을 강탈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발달한 인류의 기술로 더욱 가속화된다. 무기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빼앗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고, 그러한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믿음도 그에 따라 더욱 가속화됐다. '부족하면 빼앗으면 된다'는 이데올로기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다만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에서도 인류에게 믿음을 줄지는 미지수다. 작가들은 "지금의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문제에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인류세는 지속할 수 없다"며 대비극의 시기라고 지금 시대를 칭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문제는 우리의 잘못으로 일어난 모든 결과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가들은 앞으로 인류가 생존하려면 지금까지 인류를 지탱해 온 이념과 생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불안전성을 만드는 주변 환경에 맞게 우리의 삶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류가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작가들은 강변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 다만 행동을 바꾸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인간제국 쇠망사>(헨리 지 지음, 까치 펴냄)를 쓴 작가도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와 원인에 대한 인식은 이 책과 동일하다. 호모 사피앤스가 성장하면서 만들어 온 문명이 기후 위기, 전염병 등으로 쇠락하는 상황에서 인류는 다른 존재와 마찬가지로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해법은 전혀 다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달이나 화성, 즉 우주로 인류가 이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기후에서 나타났고 점차 북진해서 추위에도 적응하는 식이 됐듯이, 척박한 우주에도 적응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우주를 떠도는 소규모 행성으로의 이주를 언급하기도 한다. 행성에 커다란 구멍을 판 뒤, 그 안에서 인류가 사는 모델도 제시한다. 자원은 지구에서 조달하는 게 아니라 그 행성을 파서 나오는 광물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류가 걸어온 길, 그리고 현재 닥친 문제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두 책의 작가들이 같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사뭇 다른 셈이다. 결론이 무엇이 됐든 독자들에게 이 두 책은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피앤스>와 <총 균 쇠>를 읽은 독자는 이 책들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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