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주교, 권영세에 "국민 양극화 염려…대화·존중 보여달라"

與, 최근 강성지지층에 경도…부정선거 음모론, 사법부 부정 등에 당 안팎 비판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우리 정치가 양극단으로 가고 있다"며 "여야가 함께 대화의 정치, 존중의 정치, 이런 부분을 좀 더 보여주셔야 하지 않나"라고 당부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간접 옹호하는 등 최근 여당이 '강성지지층에 경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라 눈길을 끌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19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 정 대주교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주교는 권 위원장에게 "우리 정치가 양극단으로 가고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치 지도자들께서 국민을 보듬어주는 그런 화합의 정치를 신경써 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권 위원장이 "저희들이 앞으로는 더욱 더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되고 노력해야 되기 때문에, (노력)할 생각"이라고 응답하자 정 대주교는 "우리 여야가 함께 대화의 정치 또 존중의 정치 이런 부분들을 좀 더 보여주셔야 되지 않느냐"고 다시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국민 중에 반은 여와 또 반은 야가 국민 중에 다 계시다"면서 "정치 지도자들께서 서로 그런 화합과 경청과 대화하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실 때 국민도 서로 화합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국민도 굉장히 지금 양극화를 많이 하고 있어서 염려가 많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권 위원장은 "저희들이야 이제 상대 (더불어민주당) 탓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상대도 저희 탓을 할 것"이라며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야 된다"고 했다. 그는 오는 20일 예정된 여야정 국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서 일부분이라도 합의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 대주교의 이날 지적은 통상적인 덕담으로도 보이지만, 공교롭게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친윤·중진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취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메시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해왔고, 이 과정에서 강성지지층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서까지 일부 옹호하는 발언을 남겨 당 안팎의 논란이 인 바 있다.

권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는 언론으로부터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과 관련 '극우성향 지지층의 강성발언에 힘을 실어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당시 언론의 지적을 듣고 "(폭동 사태에 대해 입장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이어서도 "헌재가 너무 흔들려 가지고 저희들은 (헌재를) 붙들어 주느라고, 바로 세우느라고 지적을 하는 것"이라거나 "지금 계속해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해소되지를 않고 있다"는 등 강성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을 지속한 바 있다.

당시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과 관련 "당시의 그 (계엄해제) 표결엔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고 해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선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우리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안철수, 한동훈 견제…"국민이 검사출신 연이어 선택하겠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방문해 정순택 대주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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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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