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反탄핵 '정치투쟁' 총력…"내란은 민주당 기획"

'부정선거론' 주류화하나…권영세 "선거 부실 걱정하니 극우 딱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탄핵 반대를 내세운 국민의힘의 정치투쟁이 극에 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선거관리 부실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극우 딱지를 붙인다", "눈 떠보니 극우화됐다"는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는 극우성향 지지층 집회를 감싸고 나섰다.

권 위원장은 또 헌재 및 탄핵심판 증인들을 맹비난하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하는 등, 윤 대통령이 '서부지법 폭동' 전 지지자들을 호도했던 발언 내용을 연상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13일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선거관리 부실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극우 딱지를 붙이고, 탄핵에 반대하면 내란동조 세력이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눈 떠보니 극우화됐다'며 민주당을 비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선 지난 8일 대구 탄핵반대 집회를 계기로 당 비대위원 및 수석대변인 등이 '탄핵반대 집회를 극우로 몰지 말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이에 더해 당 대표까지 나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계엄 정당화를 주장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에 직접적인 옹호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권 위원장은 또 오는 15일 예정된 광주 탄핵반대 집회에 쏟아진 민주당 측 비판·비난에 반발하며 "민주당과 생각이 다른 우리 국민들은 모두 쓰레기란 얘기인가. 반대하는 이들 모두를 적대시하는 극단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그러나 집회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음모론이나 지역혐오·반민주주의 극언들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 관련기사 : 尹 지지 극우 수준… "전라도 경계에 장벽 세우자") 관련 질문엔 '당의 입장은 아니'라 답하면서도 해당 의견들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셈으로, '극단주의를 부추긴다'는 역비판이 예상된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무분별 낙인찍기에 단호히 반대하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역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인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발언 내용은 앞서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발송했던 메시지와 유사해 특히 눈길을 끈다. 시민사회 등지에선 '함께 싸우자'는 취지의 윤 대통령의 반복적 지지층 호소 메시지가 결국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지적해왔다.

헌법재판소와 증인들을 향한 공격도 계속됐다. 권 위원장은 헌재가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에 대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피의자신문조서는 이미 신빙성이 크게 훼손됐다", "탄핵심판의 법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201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이미 헌재가 반박한 바 있다. 지난 11일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이라는 사정을 고려해서 형사소송법상의 전문(傳聞)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해 왔다"며 "이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한 한도 내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러한 선례 기준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2023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등에서도) 적용돼 왔다"고 일축했다.

권 위원장은 증인들 자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 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을 겨냥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자신의 부관이었던 곽 전 사령관에게 질문 미리 알려주고 답변을 준비하게 한 뒤 자신의 유튜브에 불러 원하는대로 진술을 하도록 유도했다", "홍 전 차장도 폭로에 나서기 전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문자 주고 받은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란 주장의 핵심인 홍장원·곽종근 두 증인이 민주당과 이렇게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어떻게 두 사람의 증언을 객관적 사실로 볼 수 있겠나"라며 "오히려 민주당과의 검은 커넥션, 기획설을 의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제기한 '야당의 내란 기획설'을 그대로 인용해 힘을 실은 것이다. 탄핵심판이 종반에 이르면서 계엄사태에 대한 국민의힘 측의 최소한의 선 긋기가 결국 무너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미 명태균 사건은 창원지검에서 대부분의 수사가 진행됐다. 일부 범죄사실은 기소도 됐다"며 "명태균 특검은 보충성의 원칙에 완전히 위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특검법이 특검의 인지수사를 가능케한 데 대해 "수사 범위와 대상을 무제한으로 넓혀서 여권 전체를 초토화시키겠다는 정략적 음모", "조기 대선 국면이 오면 명태균 특검으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당을 공격하고 무력화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당 차원에서 철저히 금지하면서도 동시에 조기 대선을 강하게 의식하는 모양새여서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경제적 우클릭, 주민소환제 등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행보'도 강하게 견제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국회의원 주민소환제 도입을 겨냥 "위선과 무지의 입법", "현행 헌법상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100% 위헌"이라는 등 맹비난했다.

그는 "이 대표의 국민소환제 구상은 국민의힘이 말하는 견제와 균형의 개헌과는 방향이 정반대"라며 "이재명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비명횡사 공천학살처럼 개딸들을 동원하여 국민의힘과 비명계 국회의원들을 숙청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을 할용하는 민주당의 소위 '개딸정치'에 대한 권 원내대표의 지적은, 최근 강성·극우 지지층에 강력히 소구하고 있는 지도부 스스로의 모습과 그 풍경이 겹쳐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와 원로, 당 부문조직에 이르기까지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대신 밀착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 당 전략기획특위는 원로 인사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연사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는데, 김 전 의장은 "탄핵만은 막자", "2시간짜리 계엄이 대통령직을 박탈할 정도로 심각한 국가적 폐해를 끼치느냐 한 번 따져보고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대통령이 파면된다면 국론분열이 더 극렬해질 것이 분명한데 헌법재판관들은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헌재를 압박하는가 하면 "비상계엄 상황은 잘못됐다"면서도 "다시는 계엄이 일어나서도 안 되겠지만 이번 계엄은 철저하게 용의주도하지도 못했다. 이것도 반성해야 한다"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 중앙윤리위는 이날 권영세 비대위 체제 하 첫 회의를 열었는데, 한동훈 대표 시절 당 대표 지시로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 등 징계 여부를 심의한 데 대해선 "이전 윤리위에서 한 것"(여상원 윤리위원장)이라며 "이미 종결됐다",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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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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