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다시 돌아가도 '계엄해제' 참여 안해…한동훈, 성급했다"

'탄핵반대' 국민의힘, 속내는 '조기대선'으로? 대권주자 견제 발언 속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조기 대선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각 대권주자 간 진영이 갈라지고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쏟아내는 등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역설적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 대표 권한대행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찬성파 대선주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공개 비판하는 발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여한 자리에서 '계엄 당일 본회의장에 간다면 계험해제 표결에 찬성할 건가' 묻는 질문에 "당시의 그 표결엔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고 해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하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이끌었던 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권 위원장은 당시 국회가 아닌 당사를 찾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당 의원들 중 한 명이다.

권 위원장은 "(계엄의 이유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가 덮어놓고 야당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건 여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며 "저는 당시에 한동훈 대표가 (계엄에 대해) 저랑 똑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텐데 바로 '위헌이고 위법이다'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선 좀 성급하지 않았나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계엄의 진짜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 못하는 이유가 있는지 (들어봐야 했다)"고도 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 "근로자들이 잘못한 행위가 있더라도 여러 단계의 징계가 있고 해고나 파면 등은 가장 극단적인 부분", "계엄이 좀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다고 인정이 되더라도 과연 대통령의 행위가 파면당해도 마땅할 정도인지 부분에 대해선 (헌재도) 나름대로 판단할 것"이라는 등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즉시 '계엄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고 자당 의원들에게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계엄 과정에서 본인 체포조 가동 의혹이 드러나자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친한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안 찬성표결을 이끈 후 당내 친윤·중진 의원들의 압박 끝에 결국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권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간 잠행을 이어오던 한 전 대표가 지난 16일 본인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머지 않아 찾아뵙겠다"는 등 정계 복귀를 시사한 직후 나온 것이라 특히 눈길을 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계엄 당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통제' 등을 이유로 들며 계엄해제 표결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는데, 즉각적인 계엄해제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계엄·탄핵에 대한 권 위원장의 이 같은 강성 발언은 지도부가 견지하고 있는 '탄핵 반대 당론'의 대척점에 선 찬성파 대권 주자들을 향한 강한 견제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여당 내 대권주자는 탄핵 찬성파인 유승민·한동훈·오세훈과 탄핵 반대파인 홍준표·김문수·원희룡으로 갈라지는데, 친윤·중진으로 재편돼 탄핵 반대를 공식 주장하고 있는 지도부는 찬성파 대권주자 그룹과는 정치적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다만 이중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 12일 개헌토론회에서 '계엄 야당책임론' 등 지도부 입장에 발을 맞추며 일종의 '거리 좁히기'에 성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남은 찬성파 주자 중 유력 주자로 꼽히는 한 전 대표에 대한 권 위원장의 질타가 이어진 것이다.

권 위원장은 또 한 전 대표가 지휘한 지난해 4.10 총선을 복기하며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간의 갈등 부분도 굉장히 컸다", "공천도 그런 여러가지 부정적인 면을 커버하고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공천도 이뤄졌다 생각지 않는다"고 한 전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친윤계이자 현 지도부 대변인직을 맡고 있는 김대식 의원 또한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겨냥 "경험이 좀 부족하다", "평생 법조에만 계셨다"는 등 견제성 발언을 내놨다. 김 의원은 특히 한 전 대표의 '정치복귀' 시사를 직접 겨냥해 "조금 서두르고 좀 이르다",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기 마련"이라는 등 복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역시 탄핵 반대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까지 언급해가며 "배신자 프레임이 걸려 있잖나", "(한동훈이 제2의 유승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왜 그러냐면 (한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자기가 계속해서 한솥밥을 먹고 왔잖나"라고도 했다.

이에 더해 탄핵 반대 그룹 내에서도 서로를 향한 비판이 나와, 조기대선을 의식한 여당 내 경쟁구도가 점점 가열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겨냥, 김 장관이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국적을 '중국'이라 대답한 것을 두고 "기상천외한 답변", "어이가 없는 일", "망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최근 여론조사상에서 탄핵반대 그룹 대권주자 중 선두로 떠오른 바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권 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그간 본인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 등에 대해 극우성향 지지층의 강성발언에 힘을 실어왔다는 지적을 듣고 "(입장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중도층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권 위원장은 서부지법 폭동 상태에 대해 앞서 본인이 '분노의 이유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한 것이 미온적 대응이라는 지적에 "그렇게 읽혔다면 죄송하다", "어느 경우에도 폭력이 있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당의 '헌재 공격'이 '탄핵불복'으로 보인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지도부와 의원들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한 질문에도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지금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러면서도 헌재에 대한 공정성 공세를 강하게 이어나가는가 하면, 강성지지층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론이 확산하는 데 대해서도 "한번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옹호하고, 사전투표에 대해서는 "그게 헌법적으로 옳은지도 의심"이라는 등 사실상 부정선거론에 간접적으로 힘을 실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큰 충격을 몰고 왔지만, 계엄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가 과연 어땠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야당책임론'도 이어나갔다.

권 위원장은 '집권여당으로서 헌재와 헌법재판관 개인을 공격하는 건 불신 조장이다'라는 패널의 지적에 "헌재가 너무 흔들려 가지고 저희들은 (헌재를) 붙들어 주느라고, 바로 세우느라고 지적을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제가 하루에 1000통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메시지의 대부분은 지금 질문하신 거랑 정반대로 '헌재에 대해 제대로 비판을 못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라고도 했다.

그는 본인이 부정선거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관련해 '리뷰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부정선거론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에 대해서도 "지금 계속해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해소되지를 않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도) '선거부정 얘기도 안 하고 선거운동은 뭐 하려고 헛수고 하냐'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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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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