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회 대표연설에서 "계엄 왜 했나 따져봐야…이재명, 국정위기 유발"

"12.3 비상계엄,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윤석열 지키기' 올인…"尹 정부 성과 분명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 "국정위기 유발자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라며 당의 '윤석열 지키기' 기조를 분명히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하면서도, '야당의 입법독재로 계엄 등 비상조치가 필요한 국가위기 상황이 도래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지원사격하고 나선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을 대표해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며 "윤 정부 출범 이후 거대 야당은 무려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우리 헌정사에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이런 야당은 없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계엄·탄핵 국면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사과를 전하기도 했지만, 그 사과의 이유에 대해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까지 국가적으로 큰 위기",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고 국정과제 추진은 보류 상태"라고 했다. 계엄해제 이후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 직무정지까지를 사과의 이유로 제시한 것.

권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 탄핵소추 통과 이후 국정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했다"고 민주당에 '국정공백 책임'을 직접 제기했다. "세상에 이런 횡포가 어디에 있나", "이것도 모자라서 민주당은 최상목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겠다고 시도 때도 없이 협박하고 있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야당을 맹비난했다. 반면 윤 대통령 및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독선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불통·독선 이미지를 낙인찍는 전형적인 민주당의 수법"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언컨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주장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12.3 비상계엄 조치로 인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때문으로, 계엄이 없었다면 조기 대선도 없었을 것임에도 '야당이 조기 대선을 유도했다'고 주장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며 현 정부 성과를 언급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 시기 국가부채는 400조 원 이상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흔들렸던 한미동맹"이라고 2022년 5월 임기가 끝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정부는 민생을 지원하면서 건전재정을 추진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있었다"고 윤 정부를 치켜세웠다.

그는 △노동개혁 △의료개혁 △한미일 협력 등 윤석열 정부 정책들을 긍정 평가하며, 계엄해제 이후 탄핵소추안 통과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데 대해선 "대통령 임기 3년차는 국정성과를 끌어올려야 할 시기인데 작금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하기도 했다.

12.3 사태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노동·의료·외교·경제정책 분야에서 '노조탄압', '의료대란', '미일 편중외교', '국가 재정 약화' 등 논란이 일었던 상황과도 거리가 있는 평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의 조기 대선 분위기와 함께 여권이 화두로 올리고 있는 '분권형 개헌 추진'에 대한 주장과 함께, 야당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대한 견제도 이어졌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 "민주당은 난데없이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도 한미동맹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며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경제적 '우클릭'을 통해 중도층 확보에 나섰다는 평을 듣는 데 대해서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이라며 "이 대표가 외친 실용주의는 정치적 가면극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권력이 더 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국민의 사생활도 통제하는 공포정치가 일상화될 것", "반대세력에 대한 끝없는 정치 보복과 숙청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라는 질문은 '자유민주주의냐 1인 숭배 독재주의냐'라는 질문과 같다"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통해 민주주의 헌정질서 자체를 위협한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말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헌"이라며 "문제 해결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을 통한 건강한 견제와 균형의 회복"이라고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권 원내대표는 1987년 이후 3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4명이 구속된 것을 두고 "이것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은 제도 자체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며 윤 대통령 개인이나 그를 배출한 정당의 책임보다 87년 헌법체제의 문제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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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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